[함광진 행정사의 국회 입법 속살 ⑯]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국민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

최근 제21대 국회서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 가결

칼럼 2020-12-14 15:17 함광진 행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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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순 의원 체포동의안을 투표 중인 국회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파워=함광진 행정사]
국회에서 한보 청문회가 한창이던 지난 1997년 당시 현역 국회의원으로서 청문회에 청문위원으로 참여했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우리 정치권의 부정부패 현실을 지적하며 일본의 한 정치인의 말을 인용해 “정치인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걸어가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 법원이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21대 국회에서 현역 의원이 처음으로 구속되는 사례가 됐다. 구속에 앞서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켰다.

국회의원은 ‘불체포특권’을 갖는다. 1948년 제헌헌법부터 현행 헌법에 이르기까지 이어져 온 권리이다. 헌법 제44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이는 국회의원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의정활동을 수행하는 국회의원을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할 수 없게 한 것이다. 또한 회기 전에 이미 체포 또는 구속된 경우라도 국회의 요청이 있으면 석방하도록 하고 있다.

가령 누군가에게 범죄 혐의가 있으면 검사가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판사가 영장을 발부하면 체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체포 절차는 이와는 다르다. 국회법 제26조에 따라 판사는 영장을 발부하기 전 체포동의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해야 하며 정부(법무부)는 이를 수리한 후 지체 없이 그 사본을 첨부해 국회에 체포동의를 요청해야 한다.

국회에 제출된 체포동의안은 다른 안건과는 달리 상임위원회의 심사를 받지 않는다. 의장은 체포동의를 요청받은 후 처음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이를 보고하고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에서 72시간 이내에 투표해 결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기한이 경과한 경우 체포동의안이 사실상 폐기돼 그동안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다만 지난 2016년 법개정을 통해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후 72시간 내에 표결되지 않는 경우 그 이후에 최초로 열리는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하도록 함으로써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 남용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법무부 장관이 정부를 대표해 체포 이유를 설명한다. 이때 범죄혐의, 수사경과 등에 대해서 간략하게 언급한다. 설명이 끝나면 대개 해당 의원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신상발언을 하고 별도 토론 없이 동의 여부를 무기명 투표로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에 표결을 해야 하는 의원들은 해당 의원의 입장에 귀 기울이거나 당의 입장 또는 여론에 좌우되기 쉽다.

지난 2000년 제16대 국회부터 현재 제21대 국회까지 국회에 접수된 체포동의요청은 36건이다. 표결 결과 가결 6건, 부결 12건, 철회 4건, 폐기 14건이다. 2010년 이전까지는 가결 건수가 단 한 건도 없었다. 범죄혐의도 공직선거법 위반, 제3자 뇌물수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내란음모, 정치자금법위반, 뇌물, 알선수재 등 가지각색이다. 같은 기간 국회의원의 석방요구안은 2004년 1건 있었는데 이때 구속돼 있던 서청원 의원이 풀려나기도 했다.

체포동의 요구를 받았던 의원 대부분은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동안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때마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폐지 또는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쪽에서는 불체포특권을 헌법에서 삭제하자고 주장 했고 표결시 기명투표를 통해 개별 의원이 투표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 등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1986년 10월 제5공화국 당시 야당 소속 유성환 의원은 국회 본회의에서 “우리의 국시는 반공보다는 통일이어야 한다”고 발언 했다. 이른바 ‘통일국시발언’이었다. 관제단체는 유 의원의 처단을 주장했고 정부와 여당도 발끈했다.

이에 검찰은 유 의원의 국회 본회의 발언이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으로 구속이 불가능하자 유 의원이 본회의 발언에 앞서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를 문제 삼았다. 여기에 합세한 여당 의원들이 야당 의원들의 출입을 막고 유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유 의원은 즉시 구속됐다. 유 의원은 1992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우리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부여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가의 대표자로서 그 권위를 유지하고 직무를 원활하게 수행하도록 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교육공무원법 제48조에서는 교원의 신분보장을 위해 교원이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 소속 학교장의 동의 없이 학원 안에서 체포되지 아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그저 단순한 특권이 아니다. 정부 또는 사법 권력이 국회를 부당하게 탄압하는 것에 맞서 국회의 기능이 제대로 운영되고 국회의원이 직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장치이자 권한이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부정부패 의원을 감싸는 제도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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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광진 행정사 ham987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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