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의 킥 ②이마트] '구원투수' 강희석, SSG닷컴 시너지로 온·오프라인 '터프 세이브'

강도 높은 전문점 구조조정과 점포 리뉴얼 단행... 코로나에도 매출·영업이익 성장
SSG닷컴 대표까지 겸직... 온·오프라인 시너지 창출 주력

유통 2021-02-26 17:02 이지웅 기자
[더파워=이지웅 기자] '셰프의 킥(kick)'이라는 표현이 있다. 요리를 한순간에 특별하게 하는 셰프의 결정적 한 수, 즉 '묘수'를 의미한다. 최근 소비 환경이 달라지면서 유통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유통기업들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저마다 킥을 선보이고 있다. 더파워뉴스는 치열한 생존전략에 몰두하고 있는 기업의 킥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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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석 이마트·SSG닷컴 대표 [사진제공=이마트]


코로나19 사태로 대형마트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이마트는 잿빛이었던 유통업계 전망 속에서도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15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2019년 2분기에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하며 경영 개선이 시급했던 이마트에게 코로나19 속 매출 성장은 값진 성적표였다.

이마트 실적 견인의 중심에는 강희석 대표가 있었다. 강 대표는 2019년 10월 적자의 늪에 빠진 이마트에 구원투수로 합류했다. 그는 이마트가 1993년 1호점을 오픈한 이후 26년 만에 처음으로 영입한 외부 최고경영자(CEO)다.

이마트에 합류하기 전 강 대표는 컨설팅회사인 베인앤컴퍼니에서 소비재·유통 부문 파트너로 재직하며 이마트 주요 경영 전략을 짜온 바 있다. 그러다 정용진 부회장의 눈에 들어 이마트 대표 자리로 옮기게 됐다. 취임 당시 업계에서는 강 대표가 온라인 중심으로 급변하는 유통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적임자로 평가했다.

강 대표는 취임 직후 이마트의 떨어진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중책을 안게 됐다. 대형마트 업계 1위의 위상이 흔들리는 위기 속에서 강 대표는 실적 반등 카드로 '전문점 사업 구조조정', '점포 리뉴얼' 등을 꺼내 체질 개선에 나섰다.

전문점 사업 구조조정 및 점포 리뉴얼... 선택과 집중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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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의 야심작이었지만 사라진 '삐에로쑈핑' [사진제공=이마트]


강 대표는 2019년 말 기존 점포의 30% 이상을 리뉴얼하고 수익성이 낮은 전문점 사업을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먼저 강 대표는 적자 규모가 큰 전문점 사업을 실적 위주로 개편했다. 정 부회장 역시 지난해 초 "안 되는 사업은 접지만 그렇지 않다면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자"고 주문한 바 있다.

그동안 이마트의 실적 부진은 전문점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이마트의 전문점 사업 적자 규모는 연간 900억원을 기록해왔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한 사업들이라 누구도 선뜻 나서서 정리하지 못했다.

강 대표는 달랐다. 헬스앤뷰티 스토어 '부츠', 정용진표 만물상 '삐에로쑈핑', 남성 편집 편집숍 '쇼앤텔', 가정간편식(HMR) 스토어 '피코크' 영업을 순차적으로 종료했다. 또한 상권이 겹치거나 높은 임차료 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부 매장은 폐점했다.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노브랜드, 일렉트로마트는 반대로 출점을 확대했다. 그 결과 현재 노브랜드 매장은 277개로 2019년 상반기보다 30여개 늘어났다. 일렉트로마트는 47개로 6개 매장이 추가됐다. 노브랜드의 경우 전문점 전체 매출에 70% 가까이 자치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수익 확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전문점의 경우 과감한 사업조정이 이마트의 경영효율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의 전문점 브랜드 긴급 수술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2019년 상반기 이마트 전문점 부문은 영업적자 602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1분기 25억원 흑자 전환한데 이어 4분기까지 꾸준히 수익을 냈다. 그 결과 이마트는 지난해 전문점 사업 적자 폭을 519억원 줄일 수 있었다. 앞서 이마트가 전문점 부문 실적을 공개하기 시작한 2018년 영업손실 741억원을 낸 뒤 매년 적자 폭이 늘었던 것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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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뉴얼된 이마트 월계점 [사진제공=이마트]


강 대표는 강도 높은 전문점 구조조정과 함께 기존 점포 리뉴얼에도 나섰다. 지난해 이마트는 총 투자의 30%에 해당하는 2600억원을 리뉴얼 예산으로 편성한 바 있다. 리뉴얼의 핵심 키워드는 '고객 관점에서의 이마트'다. 고객 지향적 상품과 가격 제공, 고객이 오래 머물고 싶은 매장을 지향했다.

작년 5월 이마트 월계점으로 시작으로 총 9개 점포에 전관 리뉴얼을 진행했다. 특히 월계점의 경우 리뉴얼 이후인 5월 28일부터 7월 13일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7%나 급증했다.

이마트 리뉴얼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이마트의 핵심 경쟁력인 그로서리(식료품) 매장 혁신이다.

2019년 말 이마트는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존 상품 본부를 그로서리 본부와 비식품 본부로 재편했다.

신선식품은 산지와 유통 과정에 따라 품질에 차이가 크다는 특징이 있다. 이마트는 30여년 간의 유통 노하우로 신선식품의 선도를 최상으로 유지해 들여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선도가 곧 품질인 신선식품을 소비자를 끌어올 수 있는 핵심 포인트로 봤기 때문이다. 또 신선식품은 이커머스가 경쟁력을 갖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이마트는 "업(業)의 본질을 찾아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 이것이 이마트 발(發) 턴어라운드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디저트 과일, 샐러드, 하루채소&과일 등을 중심으로 한 '5대존' 도입 점포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63.3% 증가했다.

둘째는 온라인과 차별화된 오프라인 매장만이 줄 수 있는 체험형, 고객 맞춤형, 정보 제공형 매장 구축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외출 자제 경향과 이커머스 성장으로 최근 마트 쇼핑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즐거움에서 수고스러움으로 변화했다. 그렇기 때문에 마트는 놀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하는 것이 필수 과제였다. 이마트는 과감하게 비식품매장 규모를 줄이고 여기서 확보된 공간에는 문화, 엔터테인먼트, 식음, 패션 등 다양한 임대 매장으로 꾸몄다. 아이들의 체험형 공간을 넓힌 완구 판매점 '토이킹덤'이 대표적이다.

고객 맞춤 서비스인 '오더메이드'도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축산·수산 코너에서 고객이 원하는 두께, 모양, 손질 형태에 맞춰 제품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마트 관계자는 "맛집, 키즈, 유명 브랜드 등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는 콘텐츠를 채워 고객 방문을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대규모 체질 개선을 진행한 이마트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액 20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통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2조330억원, 영업이익 2372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15.6%, 57.4%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3626억원으로 62% 급증했다.

이마트 측은 "이마트 기존점 리뉴얼, 그로서리와 비식품 매장 혁신,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인한 내식 확대 등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1년여간 강 대표가 꺼내든 이마트 실적 반등 카드가 적중한 것이다.

SSG닷컴 대표까지 겸직... 온라인(SSG닷컴)·오프라인(이마트) 시너지 창출 주력

이마트가 체질 개선에 성공하자 정 부회장은 강 대표에게 지난해 10월 SSG닷컴(쓱닷컴) 대표 자리까지 맡기며 무한 신뢰를 보냈다. 강 대표는 이마트와 SSG닷컴 겸직 이후 양사의 온·오프라인 사업 시너지 창출에 주력 중이다. 언택트 시대에 맞춘 '옴니채널' 구축에 힘쓴다는 전략이다.

한우, 한돈 등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판매하던 그로서리를 SSG닷컴 새벽배송으로 고객에게 전달하거나, 오프라인에서만 판매하던 이마트 상품을 SSG닷컴 '라이브 커머스'로 판매하는 등 양사의 궁합을 맞춰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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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닷컴·이마트 매장 픽업 서비스 [사진=SSG닷컴]


최근에는 SSG닷컴에서 주문한 상품을 가까운 이마트에서 수령할 수 있는 '클릭 앤 콜렉트(Click & Collect)' 형태의 픽업 서비스도 도입했다.

양사 간 협업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실제로 SSG닷컴이 '스타벅스 온라인 샵'을 오픈하면서 새벽배송 주문량과 신규고객 모두 상승했다. SSG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5~29일 새벽배송 주문 건수는 전주 대비 10%, 매출은 20% 늘었다. 또 이 기간 새벽배송을 처음 이용하는 신규고객 수는 80% 이상 급증했다.

PP센터(Picking&Packing)를 통해 물류 협력도 진행 중이다. PP센터는 전국 100여개 이마트에 위치해 있으며 SSG닷컴에서 주문받은 상품을 선별하고 포장, 배송하는 패킹서비스를 진행한다. SSG닷컴 전체 주문량의 40%를 PP센터에서 전담하고 있다. 기존 이마트 점포를 활용하기 때문에 투자 대비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SG닷컴의 이마트몰은 소비자들이 온라인 장보기의 편리성을 체험하기 시작해 올해도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는 PP센터를 통한 주문처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마트 오프라인 할인점의 매출 증가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7일 SSG닷컴은 경쟁사 임원을 영입하는 등 외부 인재 수혈을 통해 이커머스 내실화에 착수했다.

이번에 SSG닷컴이 영입한 외부 인사는 최영준 전 티몬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 김일선 전 쿠팡 푸드 MD, 이미연 전 이베이코리아 HR 담당자다. 특히 최 전 부사장은 지난해 처음으로 월 흑자를 낸 티몬의 재무건전성을 강화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들 모두 강 대표가 직접 접촉해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강 대표는 지난해 정기 임원인사 직후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공격적인 경영을 예고한 바 있다. SSG닷컴은 외부 인재 수혈로 오픈마켓 전환에 속도를 내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SSG닷컴은 지난해 매출액 1조2941억원을 달성하며 전년 대비 53.3%나 급성장해 이커머스 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영업손실도 469억원으로 전년(819억원) 대비 적자 폭을 절반 가까이 줄여 실적을 개선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추후 SSG닷컴이 쿠팡, 네이버와 함께 이커머스 3강 구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이를 위해 올해 강 대표는 우선 흑자를 달성하고 옴니채널을 성공시켜야 하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 온라인(SSG닷컴)과 오프라인(이마트)의 시너지가 얼마나 창출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또한 강 대표는 SSG닷컴의 기업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 몸집을 더 키울 방침이다. 이커머스는 물류 경쟁력이 핵심 요소다. SSG닷컴은 현재 일 평균 약 13만건의 배송 케파를 2025년까지 38만건으로 공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타 경쟁사의 배송 케파의 경우 마켓컬리 약 7만건, 홈플러스 약 3만건, GS프레시 약 1만건 수준이다.

이지웅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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