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광진 행정사의 국회 입법 속살 ⑲] 법관 탄핵은 헌정 유린에 맞선 헌법질서 수호 행위이다!

탄핵제도, 정치형 탄핵·사법형 탄핵으로 구분...우리나라, 국회가 탄핵소추하는 사법형 탄핵 채택

칼럼 2021-02-02 09:48 함광진 행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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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연합뉴스]
[더파워=함광진 행정사]
지난 1985년 10월 18일 현직 대법원장인 고(故) 유태흥에 대한 탄핵소추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당시 야당이었던 신한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부림사건 등 공안사건 재판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판결을 한 판사와 불법시위 대학생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사들을 지방으로 좌천시킨 대법원장의 인사 조치에 대해 위헌이라며 현직 대법원장 탄핵에 나선 것이다.

결과는 부결이었다. 이후 2009년 대법관 신영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됐으나 표결도 못한 채 기한 경과로 폐기됐다. 이로써 우리 역사상 법관이 탄핵된 사례는 없다.

탄핵은 국가 권력에 대한 국민의 견제 장치이다. 이는 일반적인 사법절차나 징계절차에 따라 재판을 요구하거나 징계하기 어려운 대통령, 고위직 공무원, 법관 등과 같이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이 법 위반 행위를 한 경우 국회가 이를 소추해 파면하는 절차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 누구도 법위에 있지 않다는 법의 지배 원리를 구현하고 공직자에 의한 헌법 침해로부터 헌법을 보호하는 제도이다.

탄핵제도는 크게 정치형 탄핵과 사법형 탄핵으로 구분된다. 영국·미국 등 의회가 양원제를 취하는 국가는 일반적으로 하원이 탄핵소추를 하고 상원이 탄핵심판을 하는 정치형 탄핵을 취한다. 일례로 지난 1월 13일 미국 연방의회 하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통과시켰고 2월부터 상원에서는 탄핵심판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사법형 탄핵을 따른다. 국회가 탄핵소추를 하고 독립기관인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맡는다. 과거 국회가 노무현,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지만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기각,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을 인용했다.

탄핵소추대상은 ‘헌법’ 제65조 제1항에 따라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다.

국회가 이들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동의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해야 한다. 대통령의 경우 요건이 가중돼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헌법 제65조 제2항). 일례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탄핵소추안에는 110명의 동의를 받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에는 171명이 참여해 발의 요건을 충족했다.

한편 국회의원은 헌법상 탄핵소추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국회의원이 비리 행위나 범죄를 저질러 재판까지 간 경우 재판 결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거나 일반 형사사건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 무효가 된다.

또한 헌법 제64조에 따라 국회는 의원의 자격을 심사하며 의원을 징계할 수 있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으면 의원을 제명해 국회의원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 징계나 제명 처분에 대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다툴 수 없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려면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탄핵소추안은 표결 결과 찬성 109, 반대 179, 무효 4로 찬성표를 과반 이상 획득하지 못해 부결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찬성 234, 반대 56, 무효 7, 기권 2로 3분의 2 찬성 의결 요건을 충족해 가결 통과됐다.

국회에서 통과된 탄핵소추안은 심리를 위해 헌법재판소로 넘겨진다. 심리 결과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헌법재판소는 탄핵 당한 공무원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하며 당사자는 즉시 파면된다.

파면된다고 해서 민사상 책임이나 형사상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헌법 제65조 제4항). 탄핵당한 사람은 선고일로부터 5년간 공무원이 될 수 없다.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라 경호·경비, 교통·사무실 제공 등의 지원, 본인 및 그 가족에 대한 치료 등의 예우를 받을 수 없다.

탄핵사유는 헌법 제65조 제1항에 따라 공무원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경우로 직무집행으로 한정된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법 위배 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해악이 중대해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커야 한다. 즉,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란 대통령의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 위배가 있는 때를 말한다’고 판시했다.

최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법 농단’에 연루된 법관들의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 10명 중 6명은 이들 법관들에 대한 탄핵을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헌법 제106조 제1항에 의하면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않고는 파면할 수 없다. 법관은 고도로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으로 탄핵에 의해서만 법관직에서 파면할 수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2018년 발간한 ‘법관 탄핵 해외사례-미국과 일본 사례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에서는 법관 탄핵이 빈번하게 이뤄진다. 주취 상태 재판, 자의적이고 고압적인 재판 지휘, 권한 남용, 당사자와 부적절한 사업상 관계, 탈세, 성폭력, 향응, 뇌물 사건 등 탄핵 사유도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우리도 본받을 모범 사례다.

조선시대에는 풍문만으로도 고위 공직자를 탄핵했다. 소위 ‘풍문탄핵’이다. 사실 확인 절차나 탄핵의 근거를 제시할 필요 없이 소문에 의지하거나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만으로 탄핵할 수 있었다. 물론 폐단도 많았다.

법을 위반하거나 국민을 괴롭히는 공직자는 엄격하고 단호하게 탄핵해야 한다. 국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탄핵은 어느 한 정당의 이익이나 당의 전략에 따라 또는 미운 놈을 찍어내거나 투쟁의 수단이 아닌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고 헌법 질서를 지키고 보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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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광진 행정사 ham987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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