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주도 LLM 개발·AI 인프라 투자 본격화…글로벌 테크 기업도 ‘AI 하드웨어 전쟁’ 가세
[더파워 유연수 기자] 대한민국이 본격적인 ‘소버린 AI(국가주권형 인공지능)’ 전략을 가동하며, 글로벌 AI 경쟁 구도에 뛰어들었다. 정부는 자체 언어모델 개발과 AI 인프라 확충을 국가 전략으로 격상시키고 있으며, 민간 기업은 초거대 AI 개발과 데이터센터 해외 진출 등 기술 자립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IBK투자증권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에 이어 이재명 정부도 AI를 국가적 미래 산업으로 규정하고 관련 예산을 100조 원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대한민국 AI 국가전략 3.0’에는 범용 LLM 개발, 데이터·인재 생태계 조성, 산업 AI 확산, 5G+융복합 촉진 등 대규모 프로젝트가 망라돼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K-AI’ 프로젝트다. 한국형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위해 정부가 직접 민간 컨소시엄에 고성능 GPU와 데이터를 지원하는 구조로, DARPA형 경쟁 방식(6개월 단위 경쟁·탈락)과 유연한 목표 조정 방식을 통해 민간 기술의 속도와 창의성을 유도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과기정통부의 GPU 임차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H100/H200, B200 등 최신 칩 기반 인프라 공급을 주도할 예정이다.
네이버의 HyperCLOVA X SEED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기반의 경량 모델 ‘씽크(THINK)’를 공개하며 ‘AI 대중화’ 전략을 본격화했다. 검색, 지도, 쇼핑, 광고, 패션 콘텐츠 제작에 이르기까지 서비스 전반에 AI를 녹여내는 ‘온서비스 AI’ 전략을 펼치고 있다. 모로코에는 500MW급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아프리카·중동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AI 거점화도 진행 중이다.
카카오는 오픈AI와 손잡고 AI 에이전트 개발에 착수, 오는 11월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AI기반 맛집 추천, 배송 주소 자동 인식, 생성형 검색 등 국내 생활밀착형 AI 확산에 집중하며 ‘AI 대중화의 원년’을 선언했다. 또 남양주에 6,000억 원을 투자해 두 번째 데이터센터를 설립 중이다.
카카오 정신아 대표와 오픈AI CEO 샘 알트먼
글로벌 테크 기업들도 AI 경쟁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구글은 Gemini 모델을 중심으로 홈카메라, XR 글래스, 스마트스피커까지 통합한 ‘Physical AI’ 전환에 나섰으며, AI 인프라에만 연간 750억 달러(약 108조 원)를 쏟아붓고 있다. 메타는 LLaMA 시리즈를 통해 오픈소스 생태계를 이끌며, 최근에는 Scale AI에 대한 140억 달러 투자와 함께 ‘Superintelligence Lab’을 설립, 공격적인 인재 확보에 나섰다.
XR 스마트글래스
아마존은 Anthropic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데 이어, 자체 AI 에이전트 ‘노바 액트’와 2조 파라미터 규모의 ‘올림푸스’ 모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물류창고에는 100만 대 이상의 로봇이 투입됐으며, GPU 기반 슈퍼컴퓨팅 인프라와 자체 AI 칩(Trainium, Inferentia) 개발도 병행 중이다. 2025년 자본 지출만 1,000억 달러(약 145조 원)에 달한다.
한편, 이러한 거대 기술 기업들은 AI 생태계에서 몇 가지 공통 전략을 공유하고 있다. 초거대 LLM 개발, 멀티모달 확장, 자체 서비스와의 통합, 대규모 인프라 투자, API 기반 플랫폼 사업 확대 등이다. 다만 구글·오픈AI는 폐쇄형 모델 전략을 유지하는 반면, 메타는 오픈소스를 전면에 내세워 개발자 참여를 유도하는 등 차별화된 접근법을 보이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AI 기술의 확산은 단순한 챗봇 경쟁을 넘어 국가의 기술 주권, 산업의 자동화, 사회 전반의 효율성 제고라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앞으로의 AI 경쟁은 모델의 성능뿐 아니라 인프라 주권, 오픈소스 전략, 파트너십의 깊이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