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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얼마나 썼나’가 대출 기준…中 은행권 ‘토큰 대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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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얼마나 썼나’가 대출 기준…中 은행권 ‘토큰 대출’ 확산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9-29 08:50

토큰 사용량·AI 계약액 등 디지털 운영정보로 사업성과 신용 평가
기업당 최대 3000만위안·최장 3년…베이징 이좡선 1차 20억위안 승인
기존 ‘컴퓨팅파워 대출’은 서버·데이터센터 중심…토큰 대출은 AI 응용기업 겨냥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더파워 이경호 기자] 중국 은행들이 기업의 재무제표와 유형자산뿐 아니라 ‘AI를 얼마나 사용했는지’를 대출 심사의 새로운 잣대로 쓰기 시작했다. AI 모델을 호출하면서 발생하는 토큰 사용량과 관련 계약액을 실제 사업 활동과 성장성을 보여주는 데이터로 보고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이른바 ‘토큰 대출’이다.

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은행권은 최근 기업의 토큰 데이터를 여신평가에 활용하는 토큰 대출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토큰은 AI가 인간 언어를 이해·처리하는 기술적 단위이자 모델 사용량과 비용을 계량하는 단위로, 토큰 대출은 기업의 토큰 사용·거래량과 관련 계약액 등을 평가 기준으로 활용한다.

제조업체의 전력 사용량으로 공장 가동과 생산활동을 가늠하듯 AI 기업에서는 토큰 사용량을 사업 규모를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하겠다는 접근이다. 유형자산과 과거 재무실적이 부족한 초기 AI 기업도 실제 서비스 이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대출 방식과 차이가 있다.

중국에서 공개자료상 ‘토큰 대출’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전용 상품은 지난 6월 농업은행 상하이 쉬후이구 지점에서 처음 등장했다. 토큰 사용량 등을 주요 여신평가 항목에 포함한 상품이다.

지난 8월에는 광저우 하이주구에서 중국은행과 중신은행, 광저우은행 등이 토큰 대출 상품을 내놨다. AI 인프라뿐 아니라 응용서비스와 토큰 중개·유통기업까지 지원 대상으로 넓히고 기업별 특성에 따라 신용대출과 수주금융, 매출채권 질권 설정, 보증·담보 등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중국은행은 기업의 토큰 사용량과 관련 계약액 등을 토대로 여신한도를 산정한다. 기업당 최대 한도는 3000만위안, 한화 약 62억원이며 대출기간은 최장 3년이다.

9월에는 지방정부까지 가세했다. 베이징 이좡 경제기술개발구는 ‘이좡 기업 토큰 대출’을 내놓고 농업은행과 중신은행, 흥업은행, 베이징은행, 민생은행, 화샤은행 등 6개 은행을 참여시켰다.

대상은 이좡 지역의 자율주행 플랫폼 기업과 AI 운영서비스 기업 등이다. 1차로 약 20억위안, 한화 약 4000억원 규모의 여신한도가 승인됐다. 지방정부가 금융지원의 틀을 만들고 각 은행이 기업별 사업성과 신용도를 심사하는 구조다.

토큰 대출의 등장은 중국 AI 금융지원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존에는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칩 등 연산 인프라 구축에 자금을 공급하는 ‘컴퓨팅파워 대출’이 중심이었다.

컴퓨팅파워 대출은 설비와 기술력, 프로젝트 사업성 등을 평가해 AI 인프라 구축과 연산자원 확보를 지원한다. 주요 대상 역시 칩과 서버, 데이터센터 등 하드웨어 관련 기업이었다.

반면 토큰 대출은 이미 구축된 AI 인프라를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겨냥한다. 토큰 사용량과 계약액 같은 디지털 데이터를 이용해 사업성과 신용도를 평가하고 토큰 구매비용과 운영자금을 지원한다.

중국 금융지원의 축이 ‘AI를 만드는 기반을 깔아주는 것’에서 ‘AI를 이용해 실제 사업을 만드는 기업을 키우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컴퓨팅 인프라 금융지원을 빠르게 늘려왔다. 중국은행은 2025년 5월 10개 지역에서 과학기술혁신 컴퓨팅파워 대출을 출시한 뒤 38개 기업·기관과 약 80억위안, 한화 약 1조6000억원 규모의 대출 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인프라가 빠르게 늘어난 것과 비교해 AI 응용서비스 시장의 성장은 상대적으로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기준 중국 클라우드 사업자의 AI 응용서비스 규모는 AI 컴퓨팅 인프라 규모의 약 28% 수준에 머물렀다.

일부 지역에서는 인프라 과잉 문제도 나타났다. 중국 일부 서부지역의 AI 인프라 유휴율은 50% 이상이고 일부 데이터센터의 장비 설치율은 10% 미만인 것으로 파악됐다. 서버와 데이터센터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AI 산업의 사업화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반면 기업들의 AI 토큰 사용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 기업의 서비스형 AI 모델 토큰 호출량은 2025년 약 0.19경개에서 올해 4경개로 급증하고 2030년에는 3547.2경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 지방정부도 정책 방향을 이에 맞춰 바꾸고 있다. 광저우 하이주구와 베이징 이좡 등을 중심으로 토큰 생산부터 유통·소비·사업화를 연결하는 ‘토큰 경제’ 육성책이 추진되고 있다.

상하이와 쓰촨성 등에서는 AI 모델 토큰 바우처와 API 호출 비용, AI 에이전트 운영비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은 토큰 품질과 호출량, 가치전환을 평가하는 체계와 과금·계량 기준 마련에도 나섰다.

광저우 하이주구는 토큰 생산 효율 개선과 모델 통합·유통, 산업별 응용, 사업자 육성, 비용 보조, 해외진출과 금융지원을 하나로 묶어 지원하고 있다. 토큰 대출 역시 이 같은 정책의 금융 수단 가운데 하나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도 지난 8월 AI 기술을 산업현장에 적용하는 전문 응용서비스 기업을 발굴하고 수요기업과 연결하는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산업정책과 금융정책 모두 AI 인프라 공급에서 실제 활용과 사업화로 범위를 넓히는 모습이다.

다만 토큰 사용량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기업의 사업성을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료 서비스나 마케팅 과정에서도 토큰 사용량은 늘어날 수 있어 실제 매출과 현금흐름으로 이어지는지를 구분할 수 있는 평가체계가 필요하다.

토큰 사용량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기업의 토큰 사용량과 매출·현금흐름 사이의 연관성을 얼마나 정교하게 평가하느냐가 토큰 대출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토큰 대출은 AI 산업을 바라보는 금융의 기준이 하드웨어와 자산 중심에서 실제 사용과 사업화 데이터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AI 인프라 경쟁이 일정 단계에 올라선 뒤 금융지원까지 응용서비스와 수익화 영역으로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데이터센터와 GPU 등 AI 인프라 투자를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응용서비스 기업의 사업화 단계와 현금흐름 특성에 맞춘 금융상품을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AI 모델과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업뿐 아니라 이를 활용해 실제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기업까지 금융지원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다음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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