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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하고 촬영한 연인 간 성관계 영상, 이별 후 보관하면 처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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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하고 촬영한 연인 간 성관계 영상, 이별 후 보관하면 처벌될까

황인석 기자

기사입력 : 2026-10-05 10:00

사진=더퍼스트 법률사무소 이상규 변호사
사진=더퍼스트 법률사무소 이상규 변호사
[더파워 황인석 기자] 연인 사이에서 서로 동의해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는 경우가 있다. 당시에는 서로 합의한 촬영이었지만 관계가 끝난 뒤 한쪽이 영상 삭제를 요구하거나 상대방이 계속 영상을 보관하면서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경우 흔히 나오는 질문은 두 가지다. "사귈 때 서로 동의해서 찍은 영상인데 헤어진 뒤에도 가지고 있으면 처벌될까", "상대방이 삭제해 달라고 했는데 계속 보관하면 불법이 되는 것일까"다.

판단의 출발점은 성관계에 대한 동의와 촬영에 대한 동의를 구분하는 것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14조는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상대방이 촬영 사실을 알고 있었고 촬영 자체에도 명확하게 동의했다면 원칙적으로 의사에 반한 불법촬영과는 구별된다. 반면 성관계에는 동의했지만 촬영한다는 사실은 몰랐던 경우에는 달라질 수 있다. 성관계에 동의했다는 사실이 곧 촬영에도 동의했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촬영에 동의했더라도 특정 사진이나 영상에 대해서만 허락했는지, 어느 범위까지 동의했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촬영 당시에는 서로 동의했지만 이별한 뒤에도 영상을 계속 가지고 있다면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 소지죄가 성립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대법원은 2025년 6월 5일 선고한 2024도16133 판결에서 성폭력처벌법상 소지죄가 성립하려면 법에서 처벌 대상으로 정한 촬영 또는 반포 등의 행위가 전제된 촬영물이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처음부터 상대방의 동의를 받아 적법하게 촬영했고 이후 영상을 불법적으로 유포하거나 전달하는 등의 행위가 없었다면 단순히 보관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촬영물 소지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별 이후 상대방이 "영상을 삭제해 달라"고 요구했더라도 마찬가지다. 삭제를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과거에 적법하게 이뤄진 촬영이 소급해 불법촬영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다만 이후 영상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영상을 별도로 복제하거나 다른 기기로 옮긴 경우, 영상을 이용해 상대방에게 연락하거나 압박한 경우에는 단순 보관과 다른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촬영에 대한 동의와 유포에 대한 동의도 구분해야 한다. 연애 당시 영상 촬영에 동의했더라도 제3자에게 보내거나 인터넷에 공개하는 것까지 동의했다고 볼 수는 없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영상을 다른 사람에게 전송하거나 공개하면 성폭력처벌법 위반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영상을 유포하지 않았더라도 이를 이용한 협박 역시 가볍게 볼 수 없다. 다툼 과정에서 "영상을 가족에게 보내겠다", "직장 사람들이 보게 하겠다"고 말하며 상대방에게 겁을 주거나 어떤 행동을 요구했다면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죄가 문제될 수 있다.

연인 사이에서 촬영된 성관계 영상과 관련한 사건은 영상이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촬영 당시 상대방이 촬영 사실을 알았는지, 촬영에 어느 범위까지 동의했는지, 영상을 어떤 경위로 보관했는지,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거나 공개된 사실이 있는지, 영상을 이용해 상대방을 협박하거나 압박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

서로 동의해 촬영한 영상이라고 해서 이후 어떤 방식으로 써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반대로 적법하게 만든 영상을 이별 이후 단순히 보관한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성범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분쟁이 생겼다면 '영상이 있느냐'만 볼 것이 아니라 촬영부터 보관, 전송, 삭제 요구 이후의 행동까지 전체 경위를 살펴 법적 책임을 판단해야 한다.

도움말 더퍼스트 법률사무소 이상규 변호사

황인석 더파워 기자 his@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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