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심층처분시스템 규격 반영…실제 지하 암반서 굴착 실증 완료
'접이식 커터헤드' 적용해 굴착 후 장비 회수·재사용 가능하도록 설계
AI로 굴진 데이터 실시간 분석…라이다 디지털 매핑으로 시공 품질 평가
현대건설이 개발한 사용후핵연료 처분공 전용 굴착장비
[더파워 이경호 기자] 현대건설이 직경 1.75m, 길이 5.7m 규모의 사용후핵연료 처분공 전용 굴착장비를 개발하고 실제 지하 암반 굴착까지 마쳤다. 인공지능(AI)으로 굴진 데이터를 분석하고 라이다로 시공 결과를 확인하는 방식까지 적용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건설에 필요한 기술 확보에 나섰다.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사 최초로 사용후핵연료 처분공(Deposition Hole) 전용 굴착장비를 개발한 데 이어 연구 실증부지의 지하 암반에서 실제 처분공 규모의 굴착을 완료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실증은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주관하는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술개발 국책연구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현대건설은 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연구에 참여해 현대엔지니어링과 통합 운영하는 HMG건설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굴착장비와 공법, 암반 모니터링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처분공은 사용후핵연료를 담은 처분용기가 최종적으로 배치되는 공간이다. 장기간 높은 방사능과 열을 방출하는 사용후핵연료를 깊은 지하 암반에 처분하는 과정에서 처분공의 시공 품질은 장기 안전성과 직결된다.
특히 굴착 과정에서 주변 암반에 균열이나 손상이 발생하면 지하수가 이동할 수 있는 경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굴착으로 영향을 받는 굴착손상영역(EDZ)을 최소화하는 정밀 시공기술이 요구된다.
현대건설이 개발한 장비는 한국형 심층처분시스템(KORADIS)의 처분공 규격과 시공 조건을 반영해 직경 1.75m, 길이 5.7m 규모로 설계됐다. 여러 처분공을 반복해서 시공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굴착을 마친 뒤 커터헤드를 접어 장비를 회수할 수 있는 '접이식 커터헤드(Foldable Cutterhead)'를 적용했다. 회수한 장비는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실제 암반을 대상으로 한 검증에는 AI와 라이다 기술도 활용했다. 연구용 지하 터널에서 실제 처분공 규모로 암반을 굴착하면서 AI가 굴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지반 조건을 파악했고, 이를 장비 성능과 함께 고려해 굴착 작업을 진행했다.
굴착 이후에는 라이다 기반 디지털 매핑을 통해 시공 상태를 확인하고 처분공의 적합성을 평가했다. 장비 개발에 그치지 않고 실제 암반에서 성능과 시공성, 굴착 결과까지 검증한 것이다.
현대건설은 향후 연구 범위를 건설재료와 암반 분야로 확대한다. 지하수 유입을 제어하고 공학적 방벽의 장기 성능을 확보하기 위한 콘크리트·그라우트를 개발하는 한편 국내 지질 특성을 반영한 암반 분류체계와 디지털 기반 평가·모니터링 기술도 고도화할 계획이다.
HMG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 최초로 처분공 전용 굴착장비를 개발하고 실제 암반 굴착을 통해 성능과 시공성을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원전 건설부터 해체, 사용후핵연료 처분까지 전주기를 아우르는 핵심 역량을 통해 글로벌 원전 산업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