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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으로 ‘숨은 지분’ 가능…한경협, 5%룰 사각지대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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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으로 ‘숨은 지분’ 가능…한경협, 5%룰 사각지대 경고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10-14 11:33

한경협 ‘보유지분변동 공시제도 개선방안’ 보고서 발표
미국·일본 파생상품·공동보유 규제 강화…영국·독일은 3%부터 공시
한국은 기관투자자 공시 부담 완화 논의…일반주주 정보공백 우려
TRS 등 실질 지분 파악 어려운 금융상품까지 공시체계 보완 제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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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파워 이경호 기자] 총수익스왑(TRS) 등 파생상품을 활용하면 실제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진 투자자가 주식 보유 사실을 공시하지 않은 채 지분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과 일본이 이런 ‘숨은 지분’ 문제를 막기 위해 대량보유 공시제도를 강화하는 가운데 한국도 현행 ‘5% 룰’의 사각지대를 먼저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오성근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보유지분변동 공시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를 14일 발표하고 파생상품과 공동보유자 판단 기준 등을 포함한 지분공시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상장사 주식을 5% 초과해 보유한 투자자는 보유 목적과 지분 등을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보고해야 한다. 이후 지분이 1% 이상 변동해도 다시 보고해야 한다.

보고서는 문제로 파생상품을 지목했다. TRS나 차액결제거래(CFD)처럼 경제적 이해관계와 법적 주식 소유자가 분리되는 상품이 늘면서 실제로 주식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투자자가 공시 밖에 머무를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TRS의 경우 헤지펀드 등 투자자가 주가 변동과 배당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얻더라도 주주명부에는 계약 상대방인 은행이나 증권사가 등재될 수 있다. 보고서는 투자자가 여러 금융회사와 계약을 나눠 체결하면 지분공시 없이 대량의 경제적 지분을 확보한 뒤 계약을 한꺼번에 정리하면서 대주주로 등장하는 상황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3년 대량보유 보고 규칙과 해석 지침을 정비해 특정 주식과 연계된 파생상품을 통한 실질적 소유와 투자자 간 공동행동 판단 기준을 구체화했다.

일본도 2024년 금융상품거래법 개정을 통해 주식 보유 사실을 숨길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을 보고 대상에 포함하고 공동보유 판단 범위를 넓혔다. 영국과 독일은 대량보유 공시 기준 자체가 한국·미국·일본의 5%보다 낮은 3%다.

공동보유자 판단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한국은 주식 공동 취득·처분이나 의결권 공동 행사 등에 대한 ‘합의’ 또는 ‘계약’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한다.

반면 미국은 명시적인 계약이 없더라도 투자자들이 공동의 목적 아래 조율된 행동을 했다는 정황이 있으면 공동보유자로 볼 수 있도록 해석 기준을 마련했다. 일본 역시 묵시적 합의까지 공동보유 판단 범위에 포함했고, 독일도 명시적 합의 외 다른 형태의 협조 관계까지 지분 합산에 반영한다.

보고서는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관투자자의 공시 부담을 추가로 낮추는 방안이 먼저 추진될 경우 일반주주가 기업 지분 구조를 파악하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2020년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일반투자목적’이 신설되면서 일부 기관투자자의 보고기한이 10일로 연장됐다. 현재 국회에는 기관투자자의 이사·감사 선임·해임 요구나 정관변경 제안 일부를 일반투자로 분류하고, 복수 기관투자자의 공동 활동 과정에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지분 합산 공시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도 계류 중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에 보고서는 공시 부담 완화 논의와 함께 파생상품을 통한 지분 은닉 방지 장치를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분 3% 보유자도 실질적으로 대량보유자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현행 5% 보고 기준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 대상으로 제시했다.

공동보유자 판단 기준 역시 명시적인 계약이나 합의에만 의존하지 않고 투자자 간 실질적인 관계와 공동행동 정황까지 살펴볼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오성근 교수는 "지분공시는 주주활동의 걸림돌이 아니라 증시에서 일반주주와 기관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을 조기에 걸러내는 경보 장치로 재설계해야 한다"며 "파생상품을 통한 지분 은닉과 공시 사각지대를 메우는 입법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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