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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승강제' 도입하면 뭐가 달라지나…우량주 잔류·거래대금 확대 기대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10-16 08:40

프리미엄·스탠다드·관리군으로 재편 추진…상위 기업엔 엄격한 진입·유지 요건
2016~2024년 코스닥→코스피 이전 16개사…셀트리온·카카오 등 시총 상위주 포함
日 Prime·Standard·Growth 개편 이후 전체 거래량·거래대금 증가 흐름
하위군 낙인·성장주 소외 우려도…신흥 유망기업 별도 세그먼트 보완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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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파워 이경호 기자] 코스닥 시장에 기업별 '등급'을 매기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승격시키는 이른바 '코스닥 승강제'가 시장 체질을 바꿀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성장기업과 성숙기업, 부실 위험기업이 한 시장에 뒤섞인 현재 구조를 재편해 우량기업의 코스피 이전을 막고 기관·외국인 자금을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관건은 시장을 나누는 것이 오히려 기업 간 양극화를 키울지, 아니면 코스닥 전체의 신뢰와 체급을 높이는 계기가 될지다. 미국 나스닥과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의 사례를 보면 등급을 나눈 시장이 반드시 중소·성장기업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승강제는 지난 3월 발표된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가운데 하나다. 현재 검토되는 방식은 코스닥 상장기업을 프리미엄과 스탠다드, 관리군 등으로 나눠 각각 다른 진입·유지 기준을 적용하는 구조다.

프리미엄에는 시가총액 상위 대형·성숙 기업을 중심으로 약 80~170개사가 포함되는 방안이 거론된다. 시가총액뿐 아니라 매출과 이익, 지배구조 등에 상대적으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대표기업 중심의 지수와 연계 상장지수펀드(ETF)를 만드는 방식이다.

스탠다드는 일반적인 코스닥 스케일업 기업을 포괄하고 성장계획과 실적전망, 잠정실적 등의 공시를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상장폐지 우려나 거래 위험이 큰 기업은 관리군으로 분리해 일반 상장기업과 구분하는 구조다.

승강제 논의가 나온 배경에는 코스닥의 오랜 고민이 자리 잡고 있다. 유망 기술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해 만들어진 시장이지만 성장기업부터 성숙 대기업, 부실 위험기업까지 한곳에 섞이면서 개별 기업의 차별성이 충분히 드러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코스닥에서 몸집을 키운 기업이 결국 코스피로 떠나는 일이 반복돼 왔다.

2016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상장한 기업은 16개사로 조사됐다. 셀트리온과 카카오, 동서, 엘앤에프, 포스코DX, 포스코퓨처엠 등은 이전 당시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을 차지하던 기업들이었다.

셀트리온은 이전 직전 코스닥 시가총액 1위였고 카카오는 2위, 동서는 3위였다. 엘앤에프와 포스코DX도 당시 시가총액 4위, 포스코퓨처엠의 전신인 포스코케미칼은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대형주가 빠져나갈 때마다 코스닥은 단순히 상장기업 하나를 잃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수에서 차지하던 비중이 큰 만큼 시장 대표성과 투자자 관심까지 함께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코스피 이전을 선택한 이유도 비슷했다. 코스닥보다 높은 시장 신뢰도와 브랜드 효과를 얻을 수 있고 기관·외국인 투자자 저변을 넓힐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코스닥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적용되는 할인 요인을 줄이고 기업가치를 다시 평가받겠다는 목적도 있었다.

승강제의 프리미엄군은 이 같은 코스피 이전 수요를 코스닥 안에서 흡수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코스닥 안에서도 '우량기업 시장'이라는 별도의 지위를 부여하고 지수와 ETF, 공시 차별화를 제공한다면 굳이 시장을 옮기지 않고도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논리다.

미국 나스닥은 이런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나스닥은 대형·우량·성숙기업 중심의 글로벌 셀렉트 마켓과 중견기업 중심의 글로벌 마켓, 소형·신생기업 중심의 캐피털 마켓으로 세분화돼 있다. 하나의 성장시장 안에서도 기업의 규모와 특성에 따라 별도의 시장 정체성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흥미로운 점은 나스닥의 최상위 기업군이 전통적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엔비디아와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브로드컴, 테슬라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마켓에 자리 잡으면서 '성장시장에 상장돼 있으면 한 단계 아래'라는 인식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구조다.

오히려 전통기업이 나스닥으로 이동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월마트는 2025년 53년 만에 NYSE에서 나스닥으로 이전하기로 했고 펩시와 유나이티드항공 역시 앞서 같은 선택을 했다. 성장시장이라는 정체성이 기업가치의 할인 요인이 아니라 기술과 미래산업을 강조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일본의 사례에서는 거래 활성화 가능성이 눈에 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2022년 기존 시장을 대형·우량기업 중심의 Prime, 중견·중소기업 중심의 Standard, 신흥·벤처기업 중심의 Growth로 재편했다.

개편 이후 거래는 예상대로 Prime에 집중됐다. Prime이 전체 거래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거래대금에서는 압도적인 비중을 유지했다. 상위 시장으로 자금이 집중될 수 있다는 코스닥 승강제 반대론과 맞닿는 부분이다.

그러나 전체 시장을 놓고 보면 다른 결과도 확인됐다. 세 등급을 모두 합친 도쿄증권거래소의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2022년 개편 이후 장기적으로 증가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상위 시장으로의 자금 집중이 반드시 전체 시장의 축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물론 코스닥 승강제에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프리미엄에 들어가지 못한 기업에 '비우량주'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고 투자자금이 프리미엄 기업과 관련 ETF에만 몰리면서 중소형주의 거래량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바이오와 테크, 친환경 등 초기에는 적자를 감수하면서 기술 개발과 시장 확보에 투자해야 하는 기업에는 불리할 수 있다. 시가총액이나 매출, 영업이익을 지나치게 중시하면 아직 실적이 나오지 않는 혁신기업보다 이미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한 성숙기업이 프리미엄군을 독식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스탠다드 아래에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흥기업을 위한 별도 세그먼트를 두자는 보완론도 제기된다. 일본의 Growth처럼 현재 실적보다 미래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는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 부실기업을 의미하는 관리군과 초기 성장기업을 명확하게 구분하자는 취지다.

코스닥에는 1700개가 넘는 기업이 상장돼 있다. 이들 가운데 초기 기업은 전체 시장에서는 눈에 띄기 어렵지만 성격이 비슷한 기업끼리 분리하면 오히려 해당 세그먼트 내에서 투자자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초기 투자의 중요성은 국내 스타트업 성장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사업 초기 2014년 10억원의 시드 투자를 받은 뒤 토스를 출시했고, 당근마켓 역시 기업가치가 약 80억원 수준이던 시기에 초기 투자를 받은 뒤 사업을 빠르게 확대했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승강제를 둘러싼 하위 세그먼트 소외 우려에도 "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보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전망했다. 대형 우량기업의 이탈을 막고 전체 거래 규모를 확대하는 동시에 신생기업을 보다 쉽게 발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결국 코스닥 승강제의 성패는 단순히 기업을 위아래로 나누는 데 있지 않다. 프리미엄군은 코스피로 떠나려는 우량기업을 붙잡을 만큼 확실한 혜택을 제공하고, 동시에 성장기업에는 현재 실적이 아니라 미래 가능성을 평가받을 별도의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코스닥이 지금처럼 모든 기업을 하나의 시장 안에서 평가하는 방식을 유지할 것인지, 기업의 성장 단계와 특성을 구분해 여러 층의 시장으로 바꿀 것인지가 갈림길에 섰다. 승강제가 제대로 설계된다면 코스닥은 '코스피로 가기 전 머무는 시장'이 아니라 우량기업과 초기 혁신기업이 각각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 독립적인 성장시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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