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스타 비가 국내 가요계에 초심으로 돌아왔다. 치장을 덜어낸 마음가짐과 음악이 담긴 정규 6집 ‘레인 이펙트’(Rain effect)로 컴백을 알린 것.
자신의 여섯 번째 앨범 공개를 앞두고 지난달 26일 서울 청담 CGV에서 기자들과 만난 비의 얼굴에는 긴장감 보다는 설렘이 가득했다. 3년 9개월 만에 돌아온 그의 이번 앨범 활동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비(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지난 2002년 4월 가수로 데뷔, 그 사이 비는 국내스타에서 벗어나 월드스타로 성장했다. 그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려 한다.
“오랜만의 복귀다. 그렇기에 더 많이 준비했다. 요즘 나오는 아이돌 가수들도 모니터하고 어떤 음악이 사랑받고 있는지 자세히 살폈다. 결론은 ‘나다운 것을 하자’였습니다. 멋지고 화려한 비가 아닌, 처절할 만큼 열심히 했던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다. 그것이 차별화라 생각했다.”
정규 6집 ‘레인 이펙트’(Rain effect)에는 더블 타이틀곡 ‘서티 섹시’(30 sexy), ‘라 송’(La song)을 비롯해 ‘사랑해’, ‘마릴린 먼로’ 등 총 10곡이 수록됐다.
첫 번째 타이틀 ‘서티 섹시’는 트렌디한 신시사이저가 이끄는 반복적인 라인에 심플한 힙합 드럼 비트가 더해졌다. 또 비의 진성과 가성을 넘나드는 보컬은 여유 넘치는 가사와 함께 지나칠 정도로 파워만 앞세운 음악에 지친 대중들에게 비의 독보적인 멋스러움을 보여준다.
“예전처럼 무언가 찢고 노출했던 퍼포먼스는 없다. 하이웨이스트 슈트의 깔끔함에 남성용 하이힐을 신은 것이 특징이다. 퍼포먼스에서도 절제의 미학을 담았다. 대신 하나의 멋진 그림을 보는 듯한 안무를 완성했다. 파워보다는 연륜이랄까.”(웃음)
두 번째 타이틀 ‘라 송’은 따라 부르기 힘들었던 전 음악들에 비해 쉬운 라틴 비트가 인상적이다. 카우보이 영화를 연상시키는 인트로를 지나 빈티지한 구성이 돋보인다.
“본래 ‘라 송’은 타이틀이 아니었다. 하지만 주위 반응이 좋아 더블 타이틀로 결정했다. 뮤직비디오를 유심히 보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볼에 검은색 립스틱 키스 분장을 한다. 단순한 마크는 아니다. ‘정지훈이 노래한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
▲비(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지난해 7월 10일 제대한 비는 녹음실에서 음악에 푹 빠져 지냈다. 이번 앨범에서 그는 기획부터 작사·작곡과 프로듀싱까지 전체를 총괄했다. 비가 생각하고 느끼는 모든 것, 뮤지션으로서의 성장이 고스란히 담긴 앨범인 셈이다.
“좋은 곡이 많았지만 이미 다른 친구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고 나가는 게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유행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비다운 곡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아티스트로 인정받고 싶은 욕망도 있다. 이번 ‘레인 이펙트’가 아티스트로서 비가 인정받는 시금석이 됐으면 한다.”
지난 2013년 비는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연초 톱스타 김태희와의 열애로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했고, 뒤이어 군복무규정 위반이라는 악재를 맞았다.
“한층 더 성장하게 해준 한 해였다. 구설은 그만 오르고 싶다. 이제는 좋은 무대로 보답하는 것만 남았을 뿐이다. 한 때는 왜 나만 이렇게 집중포화를 맞는 것인지 억울해하기도 했다. 답답한 마음에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서로 오해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잘되면 잘 될수록 고통도 크다는 교훈도 얻었다. 대중은 부모님 같다는 생각을 한다. 보잘 것 없는 저를 낳아주고 이렇게 키워줬다. 때릴 때는 맞는 게 맞다. 언젠가는 사랑도 듬뿍 줄 것이다. 이제는 좀 편안하게 비라는 가수를 봐주셨으면 한다. 예전에는 ‘노래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말을 이해 못 했는데 이제는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군복무규정 위반과 관련해서 일반인의 소송 등으로 국방부와 검찰, 경찰의 합동조사를 받았지만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연예인 중 군ㆍ경찰ㆍ검찰의 조사를 다 받은 사람은 저 밖에 없을 거다. 결국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휴가가 100일이 넘었다는 것도 오해다. 모든 병사에게 주어지는 34일 휴가에 사격을 잘 해서 두 번 포상휴가 나간 것을 더하면 정확히 59일이다. 모자 벗은 건 잘못이다.”
▲비(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힘든 시간 그의 곁을 지켜준 건, 연인 김태희다. 두 사람은 지난해 1월 1일 열애설의 주인공이 된 뒤 1년여 동안 굳게 사랑을 지켜오고 있다.
“좋다. 진심으로 나를 생각해주는 친구다. 잘 만나진 못하지만 잘 지내고 있다. 서로 너무 바빠서 세세한 것은 신경 써주지 못하는 입장이고 전화로나마 챙겨주고 있다. 일적인 부분은 서로 손대지 않는다. 결혼과 관련해 질문을 많이들 하시는데, 언젠가는 해야겠지만 아직은 생각이 없다. 그 친구도 나도 아직은 일이 중요한 것 같다. 열심히 일 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런 시간이 올 것 같다.”
정규 6집을 발매한 비는 약 2주간 국내 활동을 하고 할리우드 영화 ‘더 프린스’ 촬영을 위해 미국으로 향할 예정이다. 올해 말 개봉 예정인 ‘더 프린스’는 은퇴한 라스베이거스 갱단 킬러가 과거 적들에게 딸이 납치당하자 이들과 싸우는 내용의 액션 영화로 브라이언 밀러 감독이 연출했으며 제이슨 패트릭, 브루스 윌리스, 존 쿠삭, 50센트 등이 출연한다.
“‘더 프린스’에서 맡은 배역은 매력적인 악당 캐릭터다. 할리우드에서는 여전히 신인이기 때문에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 됐다. ‘300’과 같은 장르 영화로 브루스 윌리스, 존 쿠삭 등이 출연해 함께 해보고 싶었다. 정규 촬영은 이미 마쳤으며 보충 촬영 차 다시 할리우드로 갈 예정이다.”
또한 미국 최고의 힙합 뮤지션 제이 지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만큼 가수로써 미국시장 진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이 지에게 제안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아직 진행 단계다. 미국은 정말 큰 나라다. 거기서 성공하려면 좋은 프로듀서와 다양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 좋은 파트너를 찾고 있다.”
늘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비이지만, 언제나 비를 비답게 만들어준 것은 특유의 음악과 퍼포먼스였다. 대중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와 다름없는 무대를 떠올릴 때면 항상 엄지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 비가 2014년을 맞아 무대 위 아티스트로서의 제2막을 연다.
“옛날엔 독을 품고 ‘기다려, 내가 왔어’라는 기분으로 노래했다. 그런데 그 독기를 다 뺐다. 전처럼 열심히 이 악물고 살기 보다는 여유롭게 즐기며 사는 법을 배우고 싶다. 나를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 진짜 내 모습, 좋은 작품과 무대를 보여드리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