훤칠한 키와 선한 미소는 물론 유난히 긴 팔과 다리 덕분에 데뷔 초부터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배우 지창욱. 2011년 국민드라마 ‘웃어라 동해야’ 속 동해를 통해 ‘국민 손자’로 떠오른 그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를 통해 “연기의 폭을 한층 넓혔다”는 평가를 받음과 동시에 대중에게 ‘지창욱’이라는 이름 석 자를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지창욱은 방영 내내 20%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인기몰이에 성공한 ‘기황후’에서 원나라 황제 타환 역을 맡아 나약하고 유약한 모습부터 강단 있는 황제의 모습으로 거듭 나기까지 한 남자의 성장기를 생생하고 흥미롭게 그려내 많은 호평을 이끌어냈다.
“현장에 훌륭한 선배님들이 많으신데 되게 부끄러웠어요. 물론 너무나도 좋기도 하죠. 배우한테 ‘연기 너무 잘 한다’는 것만큼 더한 칭찬은 없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더 열심히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동안 8개월 정도 좋은 추억을 쌓고, 좋은 사람들 만났어요. 선배님들께 감사드려요.”
다양한 매력을 가진 타환을 완벽하게 그려내기 위해 캐릭터 연구에 매진한 지창욱은 기존 생각했던 틀을 깨면서도 진짜 있었을 법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시청자들은 그가 연기하는 타환의 모습을 보며 박수를 보냈다.
“타환은 민폐남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얄밉고 미워 보일 수 있는 역할이었는데 그걸 밉지 않게 표현하는 게 고민이었어요. 그게 제일 어려웠죠. 어떤 역할을 맡으면 그 역할이 살아온 과정, 그 사람의 성격, 성향을 계속 생각해요. 타환이 같은 경우에도 다른 왕들을 보지 않았고 일부러 타환이 어떤 상항에 처했는지 이 인물이 어떻게 자라왔나 계속 생각했어요. 그런 식으로 하다보면 연결고리가 생기고 인물이 점차적으로 완성돼 가요.”
드라마가 끝난 후 지창욱이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골타(조재윤)의 배반에 관련된 것이었다. 타환의 가장 충실한 신하이자 친구 같은 인물이었던 골타가 매박상단의 수령이었고 타환을 이용해 제 잇속을 챙기려 물불을 가리지 않는 야비한 인물이었던 것.
“사실 마지막 촬영이 골타를 죽이는 장면이었어요. 그래도 끝까지 회의하고 리허설도 여러번하면서 디테일하게 촬영하려고 노력했어요. 재윤이형과 호흡이 잘 맞았어요. 뭘 해도 잘 받아주시니까.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났는데 너무 즐겁게 했어요. 나이가 13살 정도 차이 나는데 실제로 골타와 장난치는 것처럼 친구처럼 장난치면서 했어요.”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몰고 다닌 ‘기황후’는 시작 전부터 역사왜곡 논란에 휘말렸다. 대중의 반응은 엇갈렸다. 역사 왜곡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그걸 드라마로 봐줄지 논란이 계속될지 반응이 나오기 전까지는 불안했던 것도 사실이다.
“초반 논란이 많았어요. 역사 문제도 있었고 변발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았죠. 걱정을 굉장히 많이 했던 건 사실이에요. ‘역사 논란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어떤 책임을 져야할까’ 처음으로 고민해봤던 작품이에요. 사실 논란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도 타환이란 캐릭터를 꼭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흔쾌히 어려움 없이 출연하겠다고 했어요.”
▲지창욱
‘기황후’를 통해 하지원이란 여배우를 만난 것도 큰 행운이다. ‘기황후’의 타환과 기승냥은 ‘타냥 커플’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큰 사랑을 받았다. 첫 만남이 어색했던 지창욱과 하지원은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완벽한 로맨스 연기호흡을 선보였다.
“초반에는 불편했어요. (하)지원 누나는 제 학교선배이자, 배우로서 선배였고, 게다가 여배우잖아요.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죠. 남자끼리는 만나면 담배 한대 피면서 ‘형님’ 이러면서 친해지잖아요. 담배도 안 피는데 누나한테 그럴 수 없었죠. 남자끼리 하듯이 여자 이야기를 하면서 친해질 수도 없고요. 무슨 이야기로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렇게 어색하게 첫 촬영을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나중에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고 장난치면서 친해졌어요. 나중에 작품이야기도 계속하면서 친하게 됐죠.”
‘외로운 남자’ 타환은 기승냥에게 집착을 보인다. 그것은 타환의 기승냥에 대한 사랑 표현 방식이다. 지창욱의 실제 연애 스타일은 어떨까.
“평소 여자 친구와 장난도 많이 치고, 말도 많이 하고 재밌게 연애하는 스타일이에요. 연애는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사람을 만나는 게 쉬운 것 같으면서도 참 어려워요. 만난다고 항상 사랑에 빠지는 것도 아니고요. 또 나이가 들수록 더 신중해주는 것 같아요. 특히 작품을 하다보면 시간이 없잖아요. 지금은 여자 친구가 있으면 힘들 것 같아서 하나만 열심히 하려고요.”
고3이 되면서 문득 ‘연기를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한 진로가 바로 연기자. 처음부터 끼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냥 예고가 아닌 일반고등학교에 다니는 평범한 학생 그 자체였다.
“다른 학생들처럼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끼가 많거나 남들 앞에 나서는 성격이 아닌데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직업으로 연기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지창욱은 당당히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 합격했다. 하지만 화려한 겉모습만 생각하고 입학했던 연극영화과는 그를 방황하게 했다.
“수업시간에 웃고, 울고, 미친 듯이 소리 지르고…. 수업 시간에 왜 이런 걸 해야 하는지 이해를 못했어요. 나를 버려야 진정한 연기자가 되는 건데, 화면에 나오는 화려한 모습만 생각했던 거죠. 그래서 방황을 시작했어요. 덕분에 학사경고도 맞았고요. 그리고 방황 끝에 내린 결론은 ‘진정한 연기자가 되자’였어요.”
▲지창욱
이동통신 CF로 데뷔 전부터 여성팬들의 마음을 훔친 지창욱은 본격적인 브라운관 데뷔에 앞서 연극과 뮤지컬 등을 통해 연기의 내공을 쌓은 실력파다. 2006년 영화 ‘데이즈’로 데뷔해 뮤지컬 ‘쓰릴 미’, 드라마 ‘난 네게 반했어’ 등에 출연했고, 2009년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의 넷째 아들 송미풍 역으로 얼굴을 알렸다.
“‘솔약국집 아들들’에 캐스팅 됐을 때 기쁜 마음보다 부담감이 컸어요. 백일섭, 윤미라 선생님들부터 형제로 출연한 손현주, 이필모, 한상진 선배 등 다들 잘 챙겨 주시고 연기도 많이 가르쳐 주셨어요. 그분들과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됐죠.”
송미풍에 이어 2010년 드라마 ‘웃어라 동해야’를 통해 첫 타이틀롤을 맡는 행운을 거머쥔 지창욱은 시청률 40%가 넘는 대박을 터뜨리며 ‘국민 손자’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웃어라 동해야’는 삶을 바꿔준 고마운 작품이다. ‘웃어라 동해야’가 끝난 뒤 사람들은 ‘동해야’라고 불렀다.
“당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아도 되나 싶어 얼떨떨했죠. 지금도 ‘동해’로 불러주시는 어르신들도 계세요. 이제는 ‘타환’이라고 많이 불러주세요.”
‘웃어라 동해야’를 통해 명실상부한 연기자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지창욱은 2011년 드라마 ‘무사 백동수’, 드라마 ‘총각네 야채가계’, 2012년 드라마 ‘다섯 손가락’, 2013년 드라마 ‘기황후’까지 스타들도 평생 한 번 맡기 힘든 타이틀롤을 연달아 맡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저를 많이 찾아주는 건 감사한 일이죠. 그만큼 거절하는 작품도 많아져 죄송하고요. 한 작품이 끝날 때마다 항상 아쉬움이 커요. ‘좀 더 많이 시도해 볼 걸’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배우로서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올해 나이 스물여덟. 지창욱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20대 초, 중반에는 군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나를 돌아볼 기회가 될 것 같아 기대가 된단다.
“계속 생각은 하고 있어요. 다녀와서 더 여유롭게 작품을 하고 싶기도 하고요. 공백기가 걱정되기도 하지만 어떤 모습으로든 새롭게 성숙된 모습을 보여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군대에 갔다 오면 하지 못할 연기가 있을 거 같아요. ‘무사 백동수’에 함께 출연했던 유승호와는 가끔 연락을 하는데, 지금 가장 부러워요. 저는 군에 들어갈 날을 기다리고 있지만, 승호는 나올 날을 기다리고 있잖아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