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이민우 기자] 러시아 월드컵 우승을 노리는 프랑스와 크로아티아는 모두 우여곡절 끝에 결승전에 올라왔다. 프랑스는 유럽의 터줏대감 이지만 특정 시기마다 기복을 겪었다. 크로아티아는 동유럽의 강자지만 메이저 대회 우승은 없다. 프랑스는 우루과이 징크스와 벨기에전에서 신승을 거두며 올라왔다. 크로아티아는 힘든 3연속 연장전을 치렀다.
러시아 월드컵의 마지막 이야기, 프랑스 VS 크로아티아 전이 곧 시작된다.
◇ 떠오르는 프랑스 황금세대와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크로아티아 황금세대
(사진=프랑스·크로아티아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프랑스는 크로아티아에게는 수문장 같은 존재다. 크로아티아 축구의 첫 황금기가 프랑스에 막혔다. 20년 전, 크로아티아는 결승 문턱인 4강전에서 프랑스를 만났다. 결과는 1-2 패배였다. 주전 공격수 다보르 슈케르가 선제골을 넣었다. 이후, 프랑스의 릴리앙 튀랑에게 2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크로아티아는 네덜란드와 3·4위전에서 승리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하지만 황금기가 또 찾아올지 알 수 없었다. 아쉬움이 컸다.
20년이 지난 지금, 프랑스와 크로아티아는 결승전에서 만났다. 크로아티아의 새로운 황금기를 막아서는 팀이 프랑스라는 것은 꽤 운명적이다. 프랑스와 크로아티아 모두 20년 전 승부의 기억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프랑스는 1998 월드컵의 수훈 선수였던 디디에 데샹이 감독이다. 당시 디디에 데샹은 철의 포백 앞에 위치해 단단한 수비력으로 프랑스에 우승을 선사했다. 프랑스는 20년 전 핵심 선수로 활약한 디디에 데샹이 가진 지도력과 전술에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 디디에 데샹 역시 선수와 감독으로 한 번씩 마주하는 월드컵 결승전과 크로아티아전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다. 프랑스와 디디에 데샹은 20년 전 크로아티아를 막아낸 것처럼 이번에도 크로아티아를 막아내고 프랑스에 두 번째 월드컵을 선사할 지 주목된다.
크로아티아는 1998년 당시 유소년이었던 ‘1998 키즈’가 현 대표팀 주축이다. 우측 윙어로 활약하는 안테 레비치(1993년생)를 제외하면 대부분 선수가 1980년 후반 출생이다. ‘1998 키즈’는 크로아티아의 1998년 월드컵 돌풍을 직접 보고 꿈을 키운 세대다. 크로아티아 첫 황금기가 남긴 바람은 나비효과를 일으켜 ‘1998 키즈’ 세대의 황금기를 만들었다. 크로아티아는 첫 황금기에서 접힌 월드컵의 꿈을 ‘1998 키즈’가 일궈낼 지 자뭇 궁금하다.
◇ 지네딘 지단과 즈보니미르 보반부터 폴 포그바와 모드리치까지..마에스트로 전쟁
(사진=프랑스·크로아티아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1998년 월드컵에는 마에스트로 불리는 선수가 두 명 있었다.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과 크로아티아의 즈보니미르 보반이다. 두 선수는 1990년대 축구계 최고의 플레이메이커 자리를 양분한 사이다. 마침내 지네딘 지단과 즈보니미르 보반은 각자 등 번호 10번을 달고서 1998년 월드컵에서 유럽 최고의 마에스트로 칭호를 위해 싸웠다.
지네딘 지단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프랑스의 중원 사령관으로 활약했다. 대회 전 전문가들이 지네딘 지단을 강력한 MVP 후보로 뽑았던 만큼 지네딘 지단의 역할은 모든 경기에서 중요했다. 1998년 월드컵 4강전에서 지네딘 지단은 크로아티아 중원의 핵심인 즈보니미르 보반을 경기 내내 압도하며 프랑스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프랑스에 승리를 선물한 선수는 두 골은 기록한 릴리앙 튀랑이었다. 하지만 지네딘 지단이 경기 내내 보여준 중원 장악력은 프랑스 승리의 탄탄한 사전작업이었다.
즈보니미르 보반은 크로아티아의 마에스트로로서 조국의 4강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크로아티아는 당시 즈보니미르 보반의 경기 운영을 바탕으로 공격을 진행하는 팀이었다. 하지만 즈보니미르 보반은 4강전에서는 저조한 플레이를 펼쳤다. 크로아티아는 즈보니미르 보반의 부진으로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하고 말았다. ‘마에스트로’의 칭호는 프랑스와 크로아티아 4강전을 기점으로 프랑스와 지네딘 지단에 넘어갔다.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에서는 다시 한번 마에스트로 전쟁이 펼쳐진다. 프랑스는 ‘검은 지단’ 폴 포그바를 내세운다. 크로아티아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 루카 모드리치가 있다.
(사진=프랑스·크로아티아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폴 포그바는 ‘검은 지단’이라는 별명처럼 지네딘 지단 같은 플레이를 선보인다. 지네딘 지단은 전성기 시절 강력한 피지컬과 볼 컨트롤을 앞세운 탈압박을 가진 화려한 선수였다. 폴 포그바 역시 강력한 피지컬과 볼 컨트롤을 앞세워 탈압박을 시도하는 등 화려한 플레이를 즐긴다.
하지만 두 선수에게는 ‘경기 운영’ 능력에서 큰 차이가 난다. 지네딘 지단은 동시대 가장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준 선수였다. 프랑스와 지네딘 지단이 거쳐 간 팀은 지네딘 지단의 조율과 통제 아래 움직였다. 폴 포그바는 아직까지 지네딘 지단 같은 ‘마에스트로’의 면모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폴 포그바가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결승전에서 크로아티아 중원과 맞서 활약 할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한다. 만약 폴 포그바가 결승전에서 다른 러시아 월드컵 경기에서 보여준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완벽한 ‘검은 지단’이자 프랑스의 새로운 ‘마에스트로’가 될 수 있다.
루카 모드리치는 현재 ‘마에스트로’라는 칭호에 가장 적합한 선수다. 지네딘 지단이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약하며 ‘마에스트로’의 모습을 보였던 것처럼, 루카 모드리치는 레알 마드리드 중원의 ‘마에스트로’로 활약 중이다. 감독인 지네딘 지단의 분신이 되어 레알 마드리드 공격을 조율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루카 모드리치의 이적 이후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기록했다. 지네딘 지단이 레알 마드리드에서 선수로 뛰던 시절에도 이루지 못한 업적이다.
크로아티아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루카 모드리치의 활약을 앞세워 결승전에 올랐다. 루카 모드리치는 조별 예선 전 경기 출전에 이어 토너먼트 3연속 연장전마저 풀타임을 치렀다. 크로아티아가 힘든 3연속 연장전을 승리로 장식한 것은 루카 모드리치의 공이 컸다.
루카 모드리치는 러시아 월드컵 MVP인 골든볼 수상이 가장 유력하다. 크로아티아가 월드컵에서 우승한다면, 2018 발롱도르가 조국과 소속팀에 우승을 선물한 루카 모드리치에게 수여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네딘 지단이 1998년 프랑스의 월드컵 우승을 이끌고 발롱도르를 수상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전 세계가 루카 모드리치를 ‘이 시대의 마에스트로’로 공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과연 루카 모드리치가 크로아티아가 패배한 20년 전 마에스트로 전쟁을 설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중원의 청소부이자 살림꾼 은골로 캉테 VS 마르셀로 브로조비치
(사진=프랑스·크로아티아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은골로 캉테와 마르첼로 브로조비치는 각각 프랑스와 크로아티아의 청소부이자 살림꾼이다. 폴 포그바와 루카 모드리치·이반 라키티치가 결승전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갔다. 하지만 은골로 캉테와 마르첼로 브로조비치가 없다면 프랑스와 크로아티아는 결승전 무대를 밟지 못했다.
은골로 캉테는 ‘똑똑한 진공청소기’ 같다. 높은 축구 지능과 활동량을 앞세운 수비력이 은골로 캉테의 장점이다. 덕분에 은골로 캉테는 작은 키에도 프랑스의 절대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군림할 수 있었다. 경기당 2.3개 태클과 3.2개 인터셉트를 성공하며, 태클 성공은 팀 내 3위 인터셉트는 팀 내 독보적인 1위다.
은골로 캉테는 ‘똑똑한 진공청소기’답게 공격전개도 스마트하다. 패스 성공률은 매 경기 90%를 달성하고 있고 드리블 돌파도 1.2회씩 꾸준히 성공시킨다. 은골로 캉테가 프랑스 공격전개에 끼치는 영향은 기록으로만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절대적이다. 키 패스는 적지만, 은골로 캉테가 빠르고 정확한 짧은 패스로 팀에 공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마르첼로 브로조비치는 ‘섬세한 빗자루’다. 섬세한 터치와 성실한 활동량 그리고 적재적소에 위치하는 움직임이 마르첼로 브로조비치의 장점이다. 마르첼로 브로조비치는 중원 전체를 돌면서 루카 모드리치와 이반 라키티치의 플레이를 지원한다. 크로아티아 중원은 마르첼로 브로조비치의 위치 선정에 큰 도움을 받는다. 크로아티아 선수들이 공격 전개를 하다 막힌다거나 혹은 측면에 고립되면 여지없이 마르첼로 브로조비치가 근처에 있다.
마르첼로 브로조비치의 섬세한 플레이는 수비에서도 큰 도움이다. 이반 라키티치와 루카 모드리치는 크로아티아 중원의 공격 대부분을 맡는다. 이 때문에 두 선수가 수비 시 반응이 종종 늦는다. 마르첼로 브로조비치는 볼을 혼자서 지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데다가 수비력까지 보유했다. 이반 라키티티와 루카 모드리치가 전진한 중원을 든든히 지연시키며 균형을 유지하고 좋은 수비력과 태클·인터셉트로 상대 공격을 차단한다.
크로아티아 중원이 안정되자 이반 라키티치와 루카 모드리치는 공격에 집중할 수 있었고 팀 전체의 경기력이 살아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마르첼로 브로조비치가 ‘섬세한 빗자루’답게 팀의 가려운 부분을 구석구석 치워주고 상대방 중원을 깔끔하게 청소하는 셈이다.
‘똑똑한 진공청소기’ 은골로 캉테가 이길지, 아니면 ‘섬세한 빗자루’ 마르첼로 빗자루가 팀을 승리로 이끌지 눈여겨보는 것도 월드컵 결승전의 향방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