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발암물질 파동’으로 회사 이미지·실적 추락...지난해 말 ‘젖병 세제 이물질’ 논란으로 또 다시 구설수
올해 1월 1일자로 유한킴벌리 새 수장에 진재승 신임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했다. [사진제공=유한킴벌리 홈페이지]
[더파워=김필주 기자] 유한킴벌리가 올해 1월 1일자로 10년간 이어져온 최규복 전 대표이사 사장 체제를 마무리하고 진재승 신임 대표이사 사장 체제로 전환했다.
유한킴벌리 새로운 수장에 오른 진 사장은 지난 1989년 유한킴벌리에 입사해 제품개발실장 등 연구개발(R&D) 책임자로서 제품 혁신을 주도했고 2010년 이후에는 회사의 미래비전프로젝트 총괄팀장, 유아·아동용품사업, 온라인사업, 여성·시니어사업 등 주요 사업부문의 변화·성장을 이끌었다.
특히 진 사장은 국산 생리대 ‘화이트’ 개발, 하기스 네이처메이드 기저귀 및 그린핑거 스킨케어, 라네이처 생리대 등 자연친화 생활용품 연구개발 과정을 지휘해 경영 혁신에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공로로 유한킴벌리는 앞서 작년 10월 진 사장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임한 바 있다. 하지만 이처럼 희망적인 사내 분위기와 달리 진 사장의 올 한해 경영 환경은 혹독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임자였던 최규복 전 사장 재임 시절 발생한 대리점 갑질 의혹, 하기스 물티슈 메탄올 초과 검출, 생리대 파동, 젖병 세정제 이물질 사태 등으로 그동안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캠페인을 통해 사회공헌 이미지가 강했던 회사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기 때문이다.
특히 생리대 파동 등의 여파로 최근 3년 간 정체된 회사의 실적 개선은 진 사장이 해결해야 할 어려운 숙제다.
‘대리점 갑질 의혹·물티슈 메탄올 초과’로 촉발된 기업이미지 하락
지난 2016년 초 유한킴벌리 대리점주협의회는 유한킴벌리가 대리점주들에게 판매 목표를 할당한 후 이를 채우지 못할시 대리점 포기각서를 작성토록 하는 등 갑질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한킴벌리 대리점주 A씨는 본사소속 지점장 강요로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3회에 걸쳐 대리점 포기각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당시 유한킴벌리는 대리점 포기각서를 쓰게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다 나중에는 이를 번복해 “각서는(대리점 포기각서)는 대리점 거래 종료시 후임 대리점을 물색하고 기존 재고를 공급가격에 회사가 재매입해주기 위한 근거로 작성하는 일종의 확약서 성격의 서류”라며 “현재는 이같은 각서를 일체 작성하지 않는다”다고 해명한 바 있다.
공정위는 유한킴벌리 본사의 대리점 대상 ‘갑질 의혹’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고 지난 2016년 2월 ‘무혐의’로 결론 내렸다. A씨는 이에 불복한 채 지난 2018년 5월 청와대 청원게시판을 통해 다시 한 번 유한킴벌리의 갑질 행위에 대해 호소하기도 했다.
대리점 갑질 의혹으로 한 차례 곤혹을 겪은 유한킴벌리는 물티슈 사태·생리대 파동이 이어지면서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지난 2017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한킴벌리가 제조·판매한 하기스 물티슈 제품에서 기준치(0.002%)를 초과한 0.003~0.004% 수준의 메탄올이 포함됐다며 판매중단·회수 조치를 내렸다.
이때 유한킴벌리가 생산한 12개 하기스 물티슈 제품 가운데 10개가 판매중단·회수 대상에 올랐는데 이중에는 진 사장이 연구개발을 지휘했던 하기스 네이처메이드 브랜드의 물티슈 제품도 포함됐다.
결국 유한킴벌리는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한 뒤 해당 물티슈 제품에 대해 자발적 회수조치에 나섰다.
점유율 하락·실적 정체로 이어진 생리대 파동
같은 해 8월 유한킴벌리는 이른바 ‘생리대 파동’을 겪으며 가장 큰 위기에 봉착했다. 시민단체 여성환경연대는 국내 여성생리대 10종을 조사한 결과 유한킴벌리 생리대에서 유해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가장 많이 검출됐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여성환경연대 한 운영위원이 유한킴벌리 임원 출신인 것으로 밝혀져 편파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여성환경연대가 처음 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에는 유한킴벌리가 아닌 중소업체 깨끗한나라 생리대 제품만 거론됐기 때문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모든 업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라고 거세게 요구했고 결국 여성환경연대는 조사 결과 전부를 발표했는데 이때 시장점유율 1위(57%)였던 유한킴벌리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이 가장 많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해물질 검출 생리대 명단에 진 사장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생리대 ‘화이트’ 제품도 포함되자 유한킴벌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는 급격히 하락했다.
다음 달인 9월 식약처가 유한킴벌리 등 61개사에서 제조·판매한 생리대 666개를 전수조사해 생리대에서 사용된 VOCs가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결론 내림에 따라 ‘생리대 파동’은 해프닝으로 일단락 됐다.
그러나 ‘생리대 파동’은 유한킴벌리에 큰 상처를 남겼는데 ‘생리대 파동’ 이전 57%(2016년 기준)를 차지했던 유한킴벌리의 시장점유율은 불과 2년 만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42.6%(2018년 기준)까지 급락했다.
‘생리대 파동’ 등의 후폭풍으로 실적 또한 최근 3년간 정체 됐다. 지난 2017년 1조3568억원이던 매출액은 이듬해인 2018년 전년 대비 2.18% 감소한 1조3272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에는 1년 전에 비해 0.45% 증가한 1조3332억원을 달성하는데 그쳤다.
2017년 1877억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2018년 1483억원까지 감소했는데 이는 무려 20.99% 하락한 수치다. 지난 2019년 영업이익 1734억원을 거두며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지만 2017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생리대 파동 등이 어느 정도 잊혀질 무렵 유한킴벌리는 최근 젖병 세정제에서 검은 이물질이 검출되면서 또 다시 회사 이미지에 금이 갔다.
작년 12월 중순경 대형포털사이트 한 맘까페에서는 유한킴벌리가 수입·판매 중인 유아용품 브랜드 ‘더블하트’ 젖병 세정제에서 검은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한달 동안 아기 젖병, 쪽쪽이, 장난감 등 (아기)입에 들어가는 모든 물건을 씻은 세정제에서 저런 이물질이 나왔다”면서 “고객센터에 글을 남긴 결과 회사측은 단순 먼지라며 사과의 의미로 환불과 자사제품을 보내준다고 하는데 더 쓰고 싶겠나”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마침 제 지인도 쓰고 있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해 보니 똑같은 이물질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를 접한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유한킴벌리는 즉시 사과했고 동시에 외부 전문기관 등에 조사를 의뢰했다. 유한킴벌리에 따르면 외부 조사기관은 젖병 세척 과정에서 유입된 이물질과 함께 생산공정 설비에서 마모된 금속 이물질도 함께 유입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사측에 통보했다.
진재승 사장, 추락한 회사 이미지 개선 위해 ‘소비자 신뢰 회복’ 급선무
유한킴벌리는 준법경영·환경경영과 함께 사회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TV 광고 등을 통해 꾸준히 노출된 이 캠페인은 우리나라 성인 약 85%가 인지(2020년 기준, 엠브레인 리서치 조사)할 정도로 유한킴벌리를 대표하고 있다.
하지만 ‘대리점 갑질·물티슈 기준치 초과·생리대 파동·젖병 세정제 이물질 검출’ 등 그동안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로 인해 유한킴벌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는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진 사장이 올해 어떤 승부수를 내세워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유한킴벌리를 신뢰·정직을 강조한 유일한 박사가 창업한 유한양행의 자회사 정도로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킴벌리 클라크와 유한양행간 7대 3 지분 비율로 구성된 회사”라며 “그동안 유한양행의 이미지에 회사가 펼친 캠페인까지 더해져 유한킴벌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꽤나 긍정적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취임한 진 사장에게 가장 우선순위는 소비자 신뢰 회복”라며 “유한킴벌리는 종이(펄프)를 원료로 하는 위생용품·유아용품 등 코로나19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회복한다면 실적 회복은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