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쇼핑 플랫폼 테무(Temu)가 한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에 직진출을 선언한 가운데, 국외로 이전되는 개인정보 범위를 확대하고 이를 제공받는 제3자 기업을 늘리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 및 유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테무가 21일 업데이트 시행한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보면 '효율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국내외 제3자 기업에 (한국 고객의) 개인정보 처리를 위탁한다'며 '국외 이전을 거부할 경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고 명시됐다.
기존 처리방침에서는 서비스 이용을 위해 필수적으로 동의해야 하는 항목이 '해외 송금' 정보에 한정됐으나, 이번 개정으로 개인정보 처리 위탁 항목이 대폭 확대됐다.
새롭게 추가된 항목은 △개인 세관 코드 △거래 금액 △주소 △전화번호 △문자 메시지 △장치 정보 △연령 확인을 위한 신분증(ID) △이용 중 수집된 데이터 등이다. 이로 인해 소비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대부분의 개인정보 처리 위탁에 동의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됐다.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곳도 기존보다 증가했다. 한국·미국·싱가포르·일본·호주·인도네시아 등 6개국 27개 기업이 한국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넘겨받게 된다.
또한, 테무는 기존에 국세청만 포함했던 국내 개인정보 제3자 제공 대상자에 ‘한국 판매 파트너’를 추가했다.
업계에서는 테무가 한국 시장에서 오픈마켓(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온라인 장터) 모델을 도입하려는 움직임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테무는 최근 한국인 판매자를 모집하며 본격적인 플랫폼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테무가 국내에서 고객 정보 활용 범위를 크게 확대한 반면, 정보 보호 및 유출 방지를 위한 관리 체계는 미흡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국내에 주소나 영업장이 없는 기업은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고 개인정보 보호책임자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또한, 개인정보 유출 등의 통지 및 신고 업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테무의 국내 대리인 근무자는 단 3명, 그중 상시근무자는 1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의원은 “AI 시대를 맞아 개인정보 유출 및 악용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테무와 같은 일부 해외 기업으로 인해 국내 대리인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며 “개인정보 보호 시스템이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4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는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실태에 대한 조사를 착수했다.
작년 7월, 개인정보위는 알리가 국외 이전 절차를 위반한 사실을 확인하고 19억여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테무는 당시 한국에서의 영업 기록이 부족해 처분이 미뤄졌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테무 조사는 현재 마무리 단계로, 조만간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테무 측은 이번 개인정보 처리방침 개정에 대해 "일부 번역상의 오류로 인해 발생한 문제일 뿐, 데이터 처리 방식에는 변경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한국 내 '로컬 투 로컬(Local to Local, L2L)’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개인정보 제공 대상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제공하는 개인정보 항목 자체가 증가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