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세경하이테크 홈페이지가 17일 오전부터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데이터 전송량 초과’라는 안내 문구와 함께 사이트는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같은 시기 베트남 현지에서 자사 직원이 현지인을 폭행한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고, 사건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트래픽이 몰린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폭행 논란 이후 접속자가 급격히 늘며 시스템이 다운된 것으로 보이지만, 회사 측은 현재까지 홈페이지 장애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폭행 사건 여파는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세경하이테크 주가는 장중 4% 가까이 급락하며 한때 6300원대까지 떨어졌다. 전일 대비 낙폭이 확대된 배경에는 폭행 사건과 함께 회사 홈페이지가 접속 마비 상태에 빠지면서 투자자 불안 심리가 가중된 것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자 커뮤니티에서는 “기업 이미지 실추가 실적과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번지고 있다.
세경하이테크 베트남 법인 ‘세경비나’ 전성욱 대표는 지난 16일 사과문을 통해 “11일 저녁 하노이 미딩 소재 포토부스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과 관련해 베트남 당국, 국민, 교민, 당사 관련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전 대표는 “베트남 법인에서 근무했고 현재는 한국 본사 소속인 직원이 출장 중 베트남 여성 2명을 폭행한 사건”이라며 “해당 직원의 비윤리적 행위는 당사의 원칙에 명백히 어긋나며, 회사는 이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11일 사건 발생 당시 직원이 퇴근한 상태였기에 회사는 14일 정오 SNS로 영상이 퍼진 후에야 사건을 인지했다”며 "폭행 가해자인 해당 직원을 퇴사 조치했으며,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와 피해 보상을 위한 절차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현지 직원을 대상으로 행동강령을 강화하고 정기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사진=sns 동영상 캡쳐]
해당 사건은 베트남 현지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현지 매체 '베트남뉴스(VNS)' 등에 따르면, 사건은 하노이 미딩 지역의 한 포토부스(셀프 즉석사진관)에서 발생했다.
CCTV 영상에는 한국인 여성 중 1명이 촬영 중이던 베트남 여성에게 갑자기 다가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때리고 모자를 쳐서 떨어뜨리는 장면이 담겼다. 이후 양측은 머리채를 잡고 몸싸움을 벌였고, 한국인 여성 1명은 피해자의 친구를 주먹과 발로 수차례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영상은 피해 여성 측이 SNS에 정황 설명과 함께 게시하며 확산됐다. 피해자는 사진 촬영을 예약하고 비용을 지불했지만, 한국인 여성이 촬영 종료를 요구하며 욕설과 함께 폭행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의 친구는 두통, 메스꺼움,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고 있으며, 현지 경찰은 목격자 진술과 영상을 확보해 가해자 신원을 조사 중이다.
이번 사태는 세경하이테크의 이미지뿐 아니라, 한국 기업 전반과 국가 이미지에도 적잖은 타격을 주고 있다. 일부 베트남 SNS에서는 “한국인은 베트남인을 무시한다”, “한국 브랜드를 불매하자”는 감정적인 반응도 나타났다. 아직까지 반한 감정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현지 감정이 악화될 경우 한국 기업 전반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세경하이테크는 삼성전자 등에 폴더블폰용 광학 필름을 공급하는 디스플레이 부품 전문업체로, 베트남 법인은 생산기지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장기적으로 글로벌 고객사와의 신뢰, 해외 운영 기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측은 "일부 개인의 일탈에 가까운 이번 사건이 양국 국민감정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봐 우리 대사관은 물론 베트남 측도 우려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이 베트남에서 각종 사건에 휘말리지 않게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