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최병수 기자]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이 글로벌 전환점에 들어서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례적으로 전기차, AI, 데이터센터 등 신산업에 대한 과잉 투자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며, 관련 산업에 대한 공급과잉 해소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21일 보고서에서 “중국발 공급과잉 조절이 글로벌 전기차 업황의 바닥 탈출 신호가 될 수 있다”며 “K배터리에 대한 긍정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시 주석의 발언 이후 중국 당국은 17개 주요 완성차 업체와의 회의를 통해 전기차 가격 경쟁을 제한하고 품질 및 안전 기준을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리튬 공장에는 가동 중단 명령도 내려졌다. 이에 따라 중국산 전기차의 저가 수출 공세와 원가 이하 경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시장 교란 현상이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중국 탄산리튬 선물 가격은 최근 한 달간 10% 이상 상승하며, 원자재 시장에서도 공급조절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글로벌 수요 측면에서는 유럽 전기차 시장의 회복이 두드러진다. 6월 유럽 주요국의 전기차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약 20% 증가한 35만~36만 대로 추정된다. 독일의 법인차 세제 혜택, 영국의 보조금 재도입 등 정책 지원이 하반기 추가 성장을 뒷받침할 전망이다. 반면 미국 시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 저지 우려로 부진하지만,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은 2027년까지 견조한 성장이 기대돼 배터리 수요 하락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K배터리 기업들은 유럽 전기차 수요 확대, 미국 ESS 시장 진입 확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대응 강화 등을 통해 업황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전기차 밸류체인 전반에 대해 긍정적인 투자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Battery Booster 패키지’를 통해 배터리 제조 지원, 원자재 채굴·정제 역량 강화, 재활용 및 탄소 발자국 관리 등 전방위 지원을 본격화하고 있다. 배터리 소재의 EU 내 생산 비중을 50% 이상 확대하고, 2025년까지 재활용 산업 지원과 충전 인프라 확대 등도 추진 중이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2025년 2100만 대를 돌파한 뒤, 2030년에는 417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중국은 2025년 1418만 대, 유럽은 360만 대, 미국은 163만 대가 예상된다. 전 세계 자동차 판매 대비 전기차 비중은 2025년 22.8%, 2030년에는 40.5%로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