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최성민 기자] 이혼 재산분할 제도는 민법 제839조의2에 규정돼 있으며, 혼인 기간 동안 부부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된 재산을 공정하게 나누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공동 형성이라는 개념이다.
경제활동을 직접 하지 않았더라도 가사노동, 육아 등 간접적인 기여도 역시 법원은 일정 부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유책 여부는 분할 비율을 조정하는 하나의 요소가 될 뿐, 분할권 자체를 없애는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
물론 유책배우자가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제한이 따른다. 대법원은 오랜 기간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자는 원칙적으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는 이혼 청구권에 대한 제한일 뿐, 이혼이 성립된 이후의 재산분할권까지 배제하는 건 아니다. 즉, 상대가 먼저 이혼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에서 이혼이 인용된 경우라면, 유책배우자라도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가진다.
문제는 많은 유책배우자들이 이 같은 구조를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거나, 협의이혼 과정에서 아무런 요구 없이 합의서를 작성해버린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어차피 못 받을 거라는 주변의 인식이나 상대의 강압적인 태도에 휘둘리기 쉽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도덕적 판단과 법률적 판단의 구분을 혼동한 결과다.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여가 있고, 이를 입증할 자료가 존재한다면 재산분할은 충분히 청구 가능한 권리다.
실제로 법원은 재산 형성 기여도에 따라 분할 비율을 다르게 판단한다. 예를 들어 유책배우자가 혼인 기간 내내 경제활동을 지속하며 가계의 대부분을 책임졌다면, 외도나 폭언 등의 유책 사유가 있었다 하더라도 분할 비율에서 일정 부분을 인정한다. 반대로 유책 사유가 있고 별다른 경제적 기여도도 없는 경우라면, 분할 비율은 크게 낮아질 수 있다. 핵심은 유책 여부가 아닌, 재산 형성에 실질적으로 얼마나 기여했는가이다.
이와 같은 판단은 구체적인 소송 전략과 입증자료 확보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재산 목록이 정확히 정리돼 있지 않거나, 기여도를 입증할 수 있는 소득자료·통장 내역·지출 기록 등이 빠져 있다면, 재판부는 유책배우자의 주장을 신빙성 부족으로 판단할 수 있다. 또한 혼인 중 공동으로 사용한 자금이 상대 배우자 명의로 되어 있는 경우, 이를 추적하고 입증하는 과정이 누락된다면 분할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입장에서는 초기 단계부터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유리한 흐름을 결정짓는 열쇠가 된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유책배우자의 재산분할 청구를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판례가 변화하고 있다. 일부 판례에서는 혼인 파탄의 책임이 현저히 중하고,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가 극히 적은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분할을 부정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극단적인 사례에 해당하며, 일반적인 유책배우자 재산분할 청구 자체를 전면 부정하는 흐름은 아니다. 따라서 “유책 배우자자니까 아무것도 못 받는다”는 식의 포기는 사실상 권리 포기에 가깝고, 전략 없이 대응한다면 보게 되는 손해가 막심해진다.
법률사무소 가나다 이소임 변호사는 “재산분할은 책임이 아닌 기여를 기준으로 판단되는 영역이다.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포기해서는 안 되며, 구체적인 기여 내역과 입증자료를 확보하면 얼마든지 분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단순히 혼인 파탄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해서 모든 권리를 잃는 건 아니며, 전략적인 대응을 이어간다면 실질적인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혼 소송에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감정이 아닌 구조적 판단이 우선되어야 한다. 유책배우자 역시 법적으로 인정받는 분할권이 있으며, 그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선 초기에 전략을 세우고, 증거자료를 정리하고, 전문가와 함께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