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최성민 기자] 성범죄 사건은 다른 형사 사건에 비해 처벌수위가 높은 편이다. 이는 강간죄의 처벌 수위만 봐도 알 수 있다. ‘유죄판결 시 3년 이상의 실형’으로 벌금형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즉 판결의 결과가 개인의 인생 전체를 좌우할 정도로 파급력이 세다.
심지어 벌금형 이상 처분을 받게 될 시, 보안처분도 함께 부과된다. 전자발찌를 착용하거나 성범죄자 신상공개 고지 명령, 취업제한, 거주지 근처 강제 고지서 발부 등 형사적 책임 외에도 일상생활에서의 불이익이 발생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피의자 입장에서는 선처가 간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성범죄 사건에서의 피해자의 진술은 그 자체로 강력한 증거력이 인정되기 때문에, 한 순간에 피의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사건이 흘러갈 수 있다.
이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법 전문 변호사인 박광원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건 초반에 어떤 대응을 하느냐이다’라 말하며, ‘초기 대응이 결과를 좌우할 정도이다’고 초동 대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형사사건에서 일컫는 ‘초동대처’는 경찰조사 이전 대응을 의미한다. 하지만 많은 피의자들이 첫 경찰 조사를 안일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진술의 일관성, 태도, 상황 설명의 구체성을 근거로 판단을 내리며, 초기 진술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신빙성이 낮다고 평가한다. 이때의 불리한 평가는 이후 재판까지 그대로 이어져 불리한 판결을 만든다.
따라서 조사에 앞서 변호사와 충분히 시뮬레이션을 거치고, 예상되는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혐의를 인정시키기 위해 유도신문 및 강압수사 기법을 사용할 것을 대비해야한다. 따라서 조사 모의를 통해 불필요한 진술을 줄이고 핵심적인 사실관계에 집중하기 위한 연습이 필요하다.
증거 확보도 특히 중요하다. 성범죄 사건은 객관적인 물증이 없을 때, 피의자보다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스스로의 상황을 대변할 수 있도록 문자 메시지, 카카오톡 대화 내용, CCTV 영상 등 자료를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초기 대응이 늦어지면 이러한 자료는 쉽게 사라지거나 확보가 불가능해지므로, 사건이 발생한 직후부터 변호사의 조언을 받아 증거 보존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범죄 혐의를 어느정도 인정한다면, 피해자와의 합의를 위해서도 노력해야한다. 피해자가 제출한 처벌불원서가 양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의를 시도할 때 피의자가 직접 접근하면 또 다른 문제를 만들 수 있다. 간혹 피해자가 이를 2차 가해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합의는 불발되고 되려 가중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즉, 우리 법은 성범죄 피의자가 행동하는 것 하나하나에 주의를 요구하므로, 대응의 한계를 느낀다면 형사변호사의 조력이 필수이다.
원주 법률사무소 가나다 원주점의 박광원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은 초기에 처리해 두어야 할 일이 많다. 조사 모의, 증거 수집, 합의 절차를 변호사의 전략 속에서 치밀하게 준비한다면 실형을 막을 수 있지만, 잘못된 초기 대응으로 실형을 받고 항소를 시도한다면 이를 뒤집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사변호사를 선임할 때는 나와 유사한 상황에서 선처를 이끌어낸 경험이 있는지, 수사기관의 시각과 재판부의 판단 기준을 잘 알고 이를 동시에 대비할 수 있는지, 한 명이 아닌 다수의 형사 전문 변호사가 TF팀을 구성해 대응하는 곳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