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미국 자동차 시장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현대차·기아가 하이브리드차(HEV)를 중심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주가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하나증권은 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11월 미국 자동차 시장 둔화 속에서도 현대차·기아의 판매 선방이 돋보였다고 분석했다.
하나증권 송선재 애널리스트는 “11월 미국 시장의 둔화는 아쉽지만, 현대차·기아가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점유율을 확대했다는 점은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11월 미국 자동차 소매판매는 127만3000대로 전년 대비 7% 감소해 10월(-5%)에 이어 두 달 연속 뒷걸음질했다. 특히 전기차(BEV)는 세액공제 종료 영향이 겹치며 10월·11월 각각 -38%, -42%을 기록해 감소폭이 가장 컸다. 시장 내 전기차 비중도 10.4%에서 6.6%로 낮아졌다. 이에 비해 하이브리드차는 시장 평균을 웃도는 흐름을 유지했지만, 전체 수요 둔화와 기저 효과로 성장폭은 다소 축소됐다.
이 같은 환경에서도 현대차와 기아의 11월 미국 판매는 각각 -2%, +3%로 방어력을 보였다. 두 회사의 합산 소매판매는 15만4000대(전년과 동일)였으며, 점유율은 12.1%로 전년 대비 0.9%포인트 상승했다. 영업일수를 조정한 DSR 기준 합산 판매는 4% 증가했다. 현대차는 RV 판매가 5% 늘고 제네시스 브랜드 판매가 보합을 기록한 가운데 RV 비중이 78.9%까지 높아졌다. 기아 역시 RV 판매가 9% 증가하며 소매판매 증가를 견인했다.
하이브리드 판매가 양사 성장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11월 미국 내 HEV 판매는 -1%로 전체 감소폭(-7%)보다 선방했으며, 현대차·기아의 HEV 판매는 +11%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나증권은 “HMGMA 신공장 효과와 하이브리드 라인업의 강화가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 방어에 유효했다”고 평가했다.
완성차 업종의 밸류에이션 매력도 부각된다. 현재 업종 평균 P/E는 5배 후반 수준으로 낮은 편이며, 배당수익률은 4% 후반에서 6% 초반으로 양호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주가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 시장 성장 지속과 더불어 미국 외 지역에서의 판매 회복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2026년까지 현대차·기아가 미국 시장에 다수의 하이브리드 신모델을 출시할 계획인 점을 고려할 때, 하이브리드 중심의 점유율 확대 효과는 중기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11월 누적 기준 미국 시장 전체 친환경차 판매는 323만5000대(+14%)를 기록했지만, 전기차(BEV)의 성장 둔화가 뚜렷했다.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수소전기차(FCEV)를 모두 포함한 ‘전기동력차’ 판매는 8만3000대로 42% 급감했고, 비중도 6.6%로 줄었다.
하나증권 송선재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전기차 수요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 환경에서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 판매 호조는 밸류에이션 매력을 높이는 요소”라고 말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