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간암 수술법 고르는 인공지능 모델 개발

[더파워 유연수 기자] 간세포암 환자에게 간이식과 간절제술 중 어떤 수술이 더 유리한지 사전에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 의사결정 도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제시됐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소화기내과 한지원 교수와 의학과 김현욱 학생 연구팀이 간세포암 환자의 수술 후 생존을 예측해 최적 수술법 선택을 돕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고 국제학술지 'JAMA Network Open'에 발표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팀은 간세포암의 대표적인 수술 치료인 간이식과 간절제술 가운데 어떤 방법이 특정 환자에게 더 이득이 되는지 정량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도구가 부족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간이식은 종양 제거와 동시에 기저 간기능을 개선할 수 있어 재발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공여자 부족으로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기 어렵다. 반대로 간 기능이 비교적 양호하고 종양이 단일 병변이며 위치가 좋은 환자는 간절제술을 우선 고려하지만, 기존 국제 진료지침만으로는 ‘회색지대’ 환자들의 최적 수술법을 가려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한 교수팀은 한국중앙암등록본부와 서울성모병원 데이터를 이용해 총 4529명(유도 코호트 3915명, 외부 검증 코호트 614명)의 간세포암 환자를 후향적으로 분석했다. 인구통계학 정보, 임상 지표, 종양 특성 등 30개 변수를 투입해 여러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성능을 비교했고, 각 모델이 환자가 간이식 또는 간절제술을 받았을 때 향후 3년 생존 가능성을 어떻게 예측하는지를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간이식 환자에서 지지벡터머신(SVM) 모델의 곡선하면적(AUROC)은 0.82, 간절제술 환자에서 캣부스트(CatBoost) 모델의 AUROC는 0.79로 나타나 높은 예측력을 보였다.

모의 분석에서 연구팀은 실제 임상에서 이뤄진 수술 선택과 인공지능 모델이 권고한 수술법을 비교했다. 그 결과 모델이 제시한 전략을 따를 경우 전체 사망 위험이 54%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통계적 유의성도 매우 높게 확인됐다(p<0.001). 아울러 인공지능 모델은 기존에 간이식을 받은 환자의 74.7%를 간절제술 대상자로 재분류했고, 간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19.4%에게만 간이식을 권고했다. 연구팀은 제한된 공여 장기를 사용하는 간이식 특성상, 이 같은 재분류 결과가 향후 꼭 필요한 환자에게 장기를 배분하고 불필요한 이식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제시된 인공지능 의사결정 지원 도구는 기존 가이드라인으로 명확한 판단이 어려운 경계선 환자군에서 객관적이고 수치화된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전향적 연구를 통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지만, 다양한 임상·종양 변수를 종합 분석해 환자별 위험도를 평가하고 생존율을 높이는 개인 맞춤치료의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이번 성과는 의료현장의 난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사회적 자원 배분의 효율성까지 고려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간암 진료와 연구 경험이 풍부한 의사과학자 교수의 지도 아래 의대 본과 4학년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해 성과를 낸 사례로,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벌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의 긍정적 효과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해당 연구는 지난 5월 간질환 국제학술행사인 'The Liver Week 2025'에서 우수구연상을 수상한 데 이어, 미국의학협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JAMA Network Open'에 게재됐다.

한지원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간암 환자 맞춤형 수술법 인공지능 모델은 간절제술과 간이식을 적용했을 때의 환자별 예상 생존율을 제시해 최적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는 도구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환자 치료는 물론 인공지능 기술과 임상 지식을 결합한 차세대 의료진 양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유연수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