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유연수 기자] 부인과 개복수술 후 대표적인 합병증인 절개탈장을 매듭 없이 봉합하는 실을 사용해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은 30일 산부인과 김기동 교수(사진) 연구팀이 바브드 봉합사(Barbed suture)를 복벽 근막 봉합에 적용한 결과 안전성과 임상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자궁경부암·난소암 등 부인과 악성 질환 수술에서는 복부 정중선을 따라 절개하는 ‘정중 개복수술’이 이뤄진다. 이때 복부를 둘러싼 결합조직인 복벽 근막도 함께 절개되기 때문에, 수술 후 봉합이 충분히 단단하지 않으면 장기가 근막 틈으로 밀려 나오는 ‘절개탈장’이 발생할 수 있다. 절개탈장은 일반 개복수술 환자의 10~23%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재수술을 유발하고 회복을 지연시켜 2차 감염·염증 위험을 높이는 등 대표적인 수술 합병증으로 꼽힌다.
기존에는 매끈한 일반 봉합사를 사용해 복벽 근막을 여러 차례 매듭지어 봉합하는 방식이 주로 쓰였다. 하지만 이 방식은 의료진이 매듭을 반복해서 묶느라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들고, 수술 후 매듭이 풀리거나 봉합 부위가 느슨해질 가능성이 남는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김기동 교수팀은 표면에 미세한 돌기가 나 있어 매듭 없이도 조직을 일정 방향으로 단단히 고정할 수 있는 ‘바브드 봉합사(미늘 봉합사)’를 적용했을 때 절개탈장과 창상 합병증을 줄일 수 있는지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절개탈장 위험을 높이는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과거 절개탈장 병력, 복부 방사선 치료 경험, 체질량지수(BMI) 35kg/㎡ 이상 등의 병력이 있는 환자를 제외한 138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이들을 바브드 봉합사를 사용한 실험군 67명과 기존 봉합사를 사용한 대조군 71명으로 무작위 배정한 뒤, 2021년부터 2년간 추적 관찰하며 절개탈장 및 창상 합병증 발생 여부를 비교했다.
그 결과 바브드 봉합사를 사용한 실험군에서는 수술 후 1년, 2년 시점 모두 절개탈장 발생이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반면 기존 봉합사를 사용한 대조군에서는 1년째 1.4%, 2년째 3.4%에서 절개탈장이 발생했다. 또 봉합 부위가 벌어지거나 풀리는 창상 열개, 세균 감염으로 인한 창상 감염 역시 실험군에서 각각 6%, 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수술 상처 관리 측면에서도 양호한 결과를 보였다.
수술시간도 다소 단축됐다. 바브드 봉합사를 사용한 실험군의 평균 수술시간은 219.4분으로, 기존 봉합사를 사용한 대조군(243.2분)보다 약 24분 짧았다. 매듭을 반복해서 묶을 필요가 없어 봉합 과정이 단순화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다만 연구팀은 절개탈장 발생률과 수술시간 등 주요 지표에서 두 그룹 간 통계적으로 ‘우월하다’고 단정할 정도의 유의한 차이가 나오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부인과 정중 개복수술에서 바브드 봉합사와 일반 봉합사를 정면 비교한 국내 최초의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 결과는 바브드 봉합사가 부인과 개복수술에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수술시간 단축을 통해 의료진 피로도 감소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김기동 교수는 “바브드 봉합사의 절개탈장 예방 효과가 기존 봉합사보다 통계적으로 우월하다는 점을 명확히 입증하려면 더 큰 규모의 임상시험이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부인과 정중 개복수술에서 바브드 봉합사가 안전하고 현실적인 선택지임을 확인한 만큼, 향후 장기 추적과 다양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연수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