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4위 해운, 구조적 위기 경고

[더파워 부·울·경 취재본부 이승렬 기자] 세계 4위 해운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국내 최초로 해상 공급망 전반을 진단한 종합 보고서를 통해, 우리 해운산업이 외형적 순위와 달리 구조적 취약성 누적으로 중장기 경쟁력 약화 국면에 진입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선복량 기준 세계 4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신조 발주잔량과 선대 연령 등 핵심 지표에서는 주요 경쟁국 대비 뒤처진 모습이 뚜렷하다. 평균 선령은 22년을 넘어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이며, 신조선 확보 부진이 이어질 경우 순위 하락 가능성도 제기됐다.

친환경 전환에서도 이중적 평가가 나온다. 스크러버 장착률은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차세대 연료선박 발주는 글로벌 평균에 못 미치고 LNG에 편중돼 연료 다변화가 시급한 과제로 지적됐다. 벌크·컨테이너 분야에서는 해외 항만 터미널과 물류 거점에 대한 통제력이 취약해 공급망 안정성에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

해진공은 위기 해법으로 친환경 선박 전환 가속, 전략상선대 확대, 해외 항만 인프라 투자 강화, 공급망 다변화를 제시했다. 해진공은 이번 보고서가 정책과 산업 전략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바다는 여전히 넓지만, 준비 없는 항해에는 파도가 먼저 몰려온다는 경고가 담겼다.

이승렬 더파워 기자 ottnews@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