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AI 에이전트 시대를 앞두고 엔비디아가 메모리·스토리지 구조 혁신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메모리의 AI 기여도가 한층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유진투자증권은 12일 '더욱 확장되는 메모리의 AI 기여도' 보고서에서 CES 2026 발표 내용을 토대로 2026년 NAND 시장에 대한 기대치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주 글로벌 증시는 S&P500이 1.6%,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가 3.7% 상승했으며, 삼성전자(+8%), SK하이닉스(+10%), 마이크론(+9.4%) 등 메모리 대표주가 강세를 보였다. 반면 엔비디아는 2.1% 하락했지만, 젠슨 황 CEO가 CES 2026 기조연설을 통해 제시한 차세대 플랫폼 전략은 메모리와 스토리지 업황에 우호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차세대 플랫폼 '베라 루빈(Vera Rubin)'의 구체적인 사양을 공개했다. 루빈은 TSMC 3나노 공정과 CoWoS-L 패키징을 적용해 전 세대 대비 HBM 대역폭과 트랜지스터 수를 크게 늘렸고, 이를 바탕으로 학습 성능은 블랙웰 대비 약 3.5배, 추론 성능은 약 5배 개선된 것으로 소개됐다. 유진투자증권은 주요 글로벌 CSP들이 이미 루빈 플랫폼 도입을 공식화한 만큼, 엔비디아의 AI 인프라 지배력은 한층 공고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금주 주요 기업 실적 발표 일정
특히 엔비디아가 루빈 GPU와 함께 공개한 추론 전용 칩 '루빈 CPX'는 대규모 컨텍스트를 처리하는 프리필(Prefill) 단계에 특화된 GDDR 기반 프로세서로, AI 에이전트의 컨텍스트 윈도우 확대에 맞춘 수요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기존 HBM 기반 학습용 GPU와 함께 랙 단위로 구성되는 구조여서, 기업들의 루빈 플랫폼 채택을 자극하는 추가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번 CES에서 젠슨 황이 '컨텍스트 폭증'을 새로운 병목 요인으로 지목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표준 스토리지 플랫폼 'ICMSP(Inference Context Memory Storage Platform)'를 제시한 점에 주목했다. ICMSP는 GPU 메모리와 공유 스토리지 사이에 'G3.5'라는 신규 계층을 만들어 KV 캐시를 저장·관리하는 구조로 설계됐으며, 엔비디아의 차세대 DPU인 블루필드-4(Bluefield-4)가 스토리지와 GPU 간 데이터 이동을 전담한다.
보고서는 "ICMSP의 G3.5 레이어는 특성상 SSD, 즉 NAND 기반 스토리지가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AI 가속기의 토큰당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는 KV 캐시를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GPU에 전달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고성능 SSD 도입이 불가피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엔비디아가 사실상 표준 스토리지 아키텍처를 제시했다는 점은 향후 AI 데이터센터 설계에서 스토리지가 메모리 못지않은 전략 자산으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유진투자증권은 AI 인프라 고도화가 더 이상 HBM·DRAM 중심의 컴퓨팅 메모리 확충에 그치지 않고, 정교한 스토리지 계층 설계까지 포함한 '메모리·스토리지 통합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ICMSP 도입과 eSSD(엔터프라이즈 SSD) 채택 확대는 2026년 NAND 수요를 기존 전망보다 끌어올릴 변수"라며 "AI 데이터센터 TCO(총소유비용)를 낮추기 위한 기업들의 투자 방향이 고성능 SSD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컨텍스트 처리 능력이 곧 서비스 경쟁력이 되는 만큼, 메모리와 스토리지 업체 모두 구조적인 수혜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DRAM에 이어 NAND까지 AI 수요 모멘텀이 확산될 경우 메모리 업황 회복세가 한층 장기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업종 투자의견으로 비중확대를 유지하며, 메모리와 SSD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관심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