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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호남 반도체를 둘러싼 '낡은 지역주의',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로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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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 수첩]호남 반도체를 둘러싼 '낡은 지역주의',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로막고 있다

손영욱 기자

기사입력 : 2026-07-06 10:47

▲더파워뉴스 호남취재본부 손영욱 기자
▲더파워뉴스 호남취재본부 손영욱 기자
[더파워 호남취재본부 손영욱 기자] 호남권 반도체 산업 육성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이 심상치 않다. 일부 정치인들은 "정치적 산물", "호남 퍼주기", "총선을 의식한 정책"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사업 자체를 흔들고 있다. 정작 기업이 경제성과 경쟁력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투자 문제를 정치적 프레임으로 몰아가는 모습이다.

기업은 표를 계산하지 않는다. 손익을 계산한다.

수십조 원이 투입되는 반도체 공장은 정치인의 말 한마디로 들어서는 것도 아니고, 정부가 원한다고 무조건 들어서는 것도 아니다. 전력과 용수, 교통망, 연구개발 인프라, 전문인력 확보, 협력업체 생태계, 물류 경쟁력 등 수많은 조건을 종합적으로 따져 기업이 최종 결정을 내린다. 이것이 시장경제의 원리다.

그런데도 유독 호남에 국가 전략산업이 추진될 때마다 "특혜"라는 단어부터 등장한다. 수도권이나 영남에서 대규모 국책사업이 추진될 때는 국가 발전이라 부르면서, 호남에서 추진되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몰아가는 시각은 과연 공정한가.

이 대목에서 우리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역사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1960~8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국가의 주요 산업단지와 사회간접자본은 특정 지역에 집중됐다. 그 결과 경부축은 세계적인 산업벨트로 성장했지만 호남은 상대적으로 산업 기반이 취약한 지역으로 남게 됐다.

호남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먹고살기 위해 수많은 젊은이들이 부산과 울산, 포항, 대구, 창원 등으로 떠났다. 고향에는 부모 세대만 남았고, 공동체는 빠르게 무너졌다. 대한민국 산업화의 현장을 지탱했던 노동자들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호남 출신이었다. 그러나 산업화의 열매는 균등하게 돌아오지 못했다.

지역 불균형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구조적 결과였다.

그렇다면 지금 국가가 균형발전을 위해 호남에도 미래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은 새로운 특혜인가, 아니면 오랫동안 누적된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국가적 투자라고 봐야 하는가.

필자는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반도체 산업이라는 국가 전략사업마저 다시 지역주의 정치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반도체는 이제 지역 간 경쟁의 대상이 아니다.

미국은 자국 생산시설 확대를 위해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으며, 일본은 반도체 부활에 국가 명운을 걸고 있다. 중국 역시 기술 자립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는 국가 대 국가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대한민국 안에서는 여전히 영남과 호남을 나누며 소모적인 논쟁을 반복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안타까운 현실이다.

반도체 산업은 특정 지역의 승리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승리가 되어야 한다.

호남에 공장이 들어선다고 영남이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고, 영남이 발전한다고 호남이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첨단산업이 전국으로 확산될수록 대한민국 산업은 더욱 강해지고 공급망도 안정된다.

기업 역시 정치 논리가 아니라 경쟁력이 있는 곳을 선택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지역이 더 많은 표를 얻느냐가 아니라 어느 지역이 더 좋은 투자환경을 만들 수 있느냐다.

대한민국은 이미 외환위기라는 혹독한 시련을 겪으며 산업구조를 정보기술 중심으로 전환했고, 그 기반 위에서 세계적인 반도체 강국으로 성장했다. 이제는 인공지능과 첨단 반도체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지역을 나누는 정치가 아니라 지역을 연결하는 국가 전략이다.

산업정책은 미래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순간 국가 경쟁력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

호남 반도체를 둘러싼 이번 논란은 결국 우리 사회가 아직도 지역주의라는 오래된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산업화 시대의 국가가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첨단산업 국가다.

과거의 지역주의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미래 산업으로 함께 나아갈 것인가는 정치권의 몫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선택이다.

호남 반도체를 둘러싼 논쟁이 지역을 갈라 세우는 계기가 아니라 국가 균형발전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키우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세계 반도체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이며, 지역을 넘어 국가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손영욱 더파워 기자 son4909@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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