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삼성물산이 약 7000만달러를 투자하고 미국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실증사업에 참여한다. 향후 미국에서 건설될 상용 원자로의 설계·조달·시공(EPC) 우선권까지 확보하며, 기존 유럽 중심의 경수로형 SMR 사업을 비경수로형 차세대 원전으로 넓힌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오는 23일 미국 SMR 개발기업 카이로스파워(Kairos Power)와 차세대 SMR 실증·상용화를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한다고 22일 밝혔다.
협약식은 지난 20일부터 오는 27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Climate Week NYC’ 기간 중 JP모건 주관 행사와 연계해 진행된다. 마이크 로퍼 카이로스파워 최고경영자(CEO)와 이창욱 삼성물산 에너지솔루션사업부장 부사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삼성물산이 이번에 협력하는 기술은 기존 경수로형 SMR과 다른 비경수로 방식이다. 카이로스파워는 물 대신 용융염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KP-FHR(Kairos Power Fluoride Salt-Cooled High Temperature Reactor)’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경수로형 원자로는 물을 냉각재로 사용하기 때문에 고온에서도 액체 상태를 유지하려면 높은 압력이 필요하다. 반면 용융염이나 소듐 등을 사용하는 비경수로형 원자로는 상대적으로 낮은 압력에서도 고온 운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된다.
삼성물산은 이를 통해 고압 설비 부담을 낮추고, 고온의 열에너지를 전력 생산뿐 아니라 산업용 열 공급이나 수소 생산 등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협력의 첫 대상은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에서 건설 중인 ‘헤르메스(Hermes)’ 실증로다. 카이로스파워는 미국 에너지부(DOE)의 지원을 받아 해당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2031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헤르메스 실증로의 설계와 시공성 검토 등에 참여한다. 이후 카이로스파워가 미국에서 추진하는 상용로 EPC 사업에도 우선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금융 투자도 병행한다. 삼성물산은 약 70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추진해 단순한 설계·시공 협력을 넘어 기술 실증과 상용화 단계까지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물산은 그동안 미국 뉴스케일과 GVH(GE Vernova Hitachi) 등과 협력해 스웨덴과 루마니아 등 유럽을 중심으로 경수로형 SMR 사업 기반을 구축해 왔다. 이번 카이로스파워와의 협력을 통해 기술 포트폴리오를 비경수로형까지 확대하게 됐다.
양사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과 동남아시아, 유럽 등에서도 신규 원전 사업 기회를 공동 발굴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향후 SMR 사업을 EPC에서 투자개발과 운영까지 넓혀 글로벌 원전 사업의 참여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마이크 로퍼 카이로스파워 CEO는 "카이로스파워의 원자로 기술과 사업화 모델에 삼성물산의 프로젝트 수행 역량을 결합해 차세대 원전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창욱 삼성물산 에너지솔루션사업부장 부사장은 "이번 협약은 차세대 원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라며 "SMR 실증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글로벌 상용화 시장에서도 다양한 사업 기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