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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강간 사건, 기억 여부만으로 판단 어려워

최성민 기자

기사입력 : 2026-09-22 10:44

법무법인 필 강성민 변호사, 정충민 변호사
법무법인 필 강성민 변호사, 정충민 변호사
[더파워 최성민 기자] 술자리 이후 발생한 성범죄 사건에서는 당시 상황에 대한 당사자들의 기억과 진술이 엇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상대방이 술에 취해 정상적인 판단이나 대응이 어려운 상태에서 성관계가 이뤄졌다는 주장이 제기되면 준강간 혐의가 문제될 수 있다. 이러한 사건은 단순히 술을 마셨다는 사실이나 일부 기억이 없다는 사정 하나만으로 결론을 내리기 어려워 당시 상태와 전후 상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한 경우 준강간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심신상실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해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며, 항거불능은 그 밖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인 저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를 의미한다.

음주가 관련된 사건에서는 어느 정도 술을 마셨는지만으로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여부가 곧바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술을 많이 마신 경우에도 당시 의사소통과 행동이 가능했을 수 있는 반면, 겉으로 일부 행동을 했더라도 정상적인 판단과 대응 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였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완전히 의식을 잃지 않았더라도 약물 등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라면 준강간죄에서 말하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실제 사건에서는 성관계가 있었던 순간만 분리해 보기보다 그 전후의 객관적인 정황을 함께 살펴보게 된다. 술자리에서의 모습과 이동 과정, 주변인과 나눈 대화, 전화나 메시지 내용, 결제 및 이동 기록, CCTV 영상 등 당시 상태를 추정할 수 있는 자료가 사실관계를 판단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준강간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지 여부만을 놓고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단정하기 어렵다. 당사자의 진술뿐 아니라 사건 전후의 행동과 의사소통 내용, 이동 경로 등 당시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여러 정황을 종합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사자의 진술 역시 중요한 판단 자료가 될 수 있다. 다만 음주로 기억이 부분적으로 끊긴 사건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억이 불분명해질 수 있고 서로 다른 시점의 설명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사건 초기부터 기억나는 내용과 객관적인 기록을 구분해 정리하고, 확보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준강간 사건에서는 상대방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뿐 아니라 행위자가 그러한 상태를 인식하고 이용했는지 역시 법적으로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피해자가 현실적으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행위자가 그러한 상태라고 인식하고 이를 이용해 간음할 의사로 행위에 나아간 사안에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성범죄 사건은 사건 직후 확보할 수 있었던 자료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는 경우가 있어 초기 대응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소인과 피의자 어느 입장에서든 자신의 기억에만 의존해 상황을 단정하거나 임의로 상대방에게 접촉하기보다 객관적인 자료를 확인하고 법률적으로 쟁점이 되는 부분을 구분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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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민 더파워 기자 Sungmin@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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