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수도권 학령인구 350만명, 비수도권 348만명 첫 역전
교육 목적 수도권 순이동 2014년 1만명→2024년 1만6000명으로 증가
비수도권 거점국립대 고용주 평판 10.9…수도권 주요 10개 대학 62.8
산업연 “거점국립대 중심 인재·R&D·산학협력 묶어 권역 전체로 확산해야”
출처 Magnific
[더파워 이우영 기자]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대학 선호가 맞물리면서 지방대학의 학생 충원 기반이 빠르게 약화하고 있다. 문제는 대학 한 곳의 존립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의 인재풀이 줄면 기업의 인력 확보와 산업 경쟁력이 약해지고 일자리 감소와 인구 유출이 다시 지방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4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비수도권 학령인구는 수도권보다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2025년 수도권 학령인구는 350만명으로 비수도권 348만명을 처음 넘어섰고, 2038년 이후에는 비수도권 학령인구가 200만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교육을 위해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청년도 늘고 있다. 1인 청년 이동자 가운데 교육 목적의 수도권 순이동은 2014년 연간 1만명에서 2024년 1만6000명으로 증가했다. 산업연구원은 수도권 대학 선호가 심화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봤다.
학생 모집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비수도권 대학의 입학 경쟁률은 수도권 대학보다 낮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2022~2024년 격차가 다시 확대됐다.
충원율도 이미 경고등이 켜졌다. 2020년대 들어 비수도권 대학의 입학 충원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2021년 수도권 대학과의 격차가 6%포인트 이상까지 벌어졌다. 최근 일부 격차가 줄었지만 정원 감축이 없고 수도권 대학 선호가 지속된다는 가정 아래 2040년 비수도권 대학의 평균 신입생 충원율은 28.3~41.3%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지방대가 이미 정원을 줄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 무겁다. 4년제 대학 입학정원은 2015년 33만1000명에서 2025년 30만9000명으로 연평균 약 2200명씩 감소했지만 입학 경쟁률과 충원율은 동시에 하락하고 있다.
전체 대학 입학과 졸업에서 비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 전체 입학정원 가운데 비수도권 대학 비중은 2019년 63.1%에서 2025년 60.8%로 떨어졌고, 실제 입학자 비중도 같은 기간 62.8%에서 60.4%로 낮아졌다.
졸업자 비중은 더 빠르게 줄었다. 전체 졸업자 가운데 비수도권 대학 출신 비중은 2019년 61.3%에서 2025년 58.5%로 내려갔다. 졸업 후 취업자 가운데 비수도권 비중도 2019년 60.6%에서 2024년 59.6%로 낮아졌다.
산업연구원이 지방대 위기를 지역 산업의 문제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방대학은 단순히 학생을 교육하는 기관을 넘어 지역 기업에 전문·숙련인력을 공급하고 연구기관·기업·정부를 연결하는 지역혁신체계의 핵심 허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대학의 인력 양성 기능이 약화되면 기업이 필요한 인력을 제때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기업과 근로자 간 매칭과 지식·기술의 학습·확산도 함께 약화될 수 있다. 산업연구원은 이를 ‘인재풀 축소→매칭·학습 효과 약화→집적경제 약화→지역 생산성 저하’의 경로로 설명했다.
결국 지방대 학생 감소가 산업 경쟁력 저하로 연결되고, 이는 양질의 일자리 감소와 인구 유출을 거쳐 다시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경쟁력 약화로 돌아오는 구조다. 산업연구원은 지방대 인력 양성 기반 약화가 지역 산업 역량 저하와 일자리 감소, 인구 유출, 지방대 경쟁력 재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우려했다.
노동시장에서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비수도권 국립대 졸업자의 고·중숙련 직종 진입 격차는 수도권 대학과 비교해 줄어들고 있지만 임금 격차는 오히려 커졌다.
비수도권 국립대 진학자의 고·중숙련 직종 비중은 2017~2019년 수도권대 진학자보다 14.6%포인트 낮았지만 2023~2024년에는 격차가 2.5%포인트까지 축소됐다. 반면 월평균 실질임금은 2011~2019년 수도권대보다 약 20만원 낮았던 격차가 2023~2024년 50만원 이상으로 확대됐다.
비수도권 기타대의 상황은 더 좋지 않았다. 2023~2024년 기준 월평균 실질임금은 수도권 대학 출신보다 약 100만원 낮았고, 고·중숙련 직종 비중도 최근까지 10%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을 보였다.
국제 대학경쟁력 지표에서도 격차가 확인됐다. 2026년 QS 세계대학평가 세부지표 평균을 보면 비수도권 거점국립대의 학계 평판은 13.8, 고용주 평판은 10.9였다. 수도권 주요 10개 대학은 각각 54.4와 62.8을 기록했다.
특히 고용주 평판은 비수도권 거점국립대가 수도권 주요 10개 대학의 약 6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를 제외한 수도권 주요 7개 대학의 고용주 평판 48.0과 비교해도 상당한 격차가 나타났다.
다만 산업연구원은 모든 지방대학을 같은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과거 노동시장 성과를 분석하면 거점대학은 수도권 대학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지방거점대 진학자의 실질임금과 고·중숙련직 종사 확률은 수도권대 진학자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지방비거점대 진학자의 실질임금은 수도권대보다 16.7% 낮았고 고·중숙련직 종사 확률은 15.3%포인트 낮았다.
비수도권 고교 출신으로 범위를 좁히면 격차는 더 컸다. 비수도권 고교 출신이 지방비거점대에 진학한 경우 수도권대 진학자보다 실질임금은 17.6% 낮았고 고·중숙련직 종사 확률은 22.0%포인트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연구원은 이런 차이를 근거로 거점국립대의 축적된 교육·연구 기반을 지역 인재 양성의 중심축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거점국립대는 상대적으로 높은 인력 양성 경쟁력뿐 아니라 연구개발과 산학연 협력, 지식·기술 확산을 수행할 기반을 이미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거점국립대 역시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입학 경쟁률 하락과 고용주 평판 저하, 비수도권 국립대 출신의 임금 격차 확대 등 경쟁력 약화 징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은 기존 경쟁력 기반이 더 약해지기 전에 거점국립대의 교육·연구·산학협력 역량을 집중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지역별 산업·기업·혁신역량을 특정 거점에 집중하는 대규모 투자전략이 진행되는 만큼 인재 양성 체계도 같은 권역 안에서 묶어야 한다는 것이다.
핵심은 거점국립대 한 곳만 키우는 방식이 아니다. 거점국립대는 연구와 첨단 인재 양성, 산학연 협력의 핵심 허브를 맡고 비거점대는 학생 맞춤형·특화교육 등 각 대학의 강점을 살리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눠야 한다는 제안이다.
공동학위제와 공동 교육과정, 학점·교원 교류, 교육·연구 인프라와 산학협력 시설 공동 활용 등을 확대해 거점국립대의 역량을 권역 전체로 확산하는 구조도 필요하다고 봤다.
지방대 위기는 결국 ‘학생이 몇 명 부족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에서 빠져나간 인재가 지역 기업의 인력 부족과 산업 경쟁력 약화, 일자리 감소를 거쳐 다시 청년 유출로 이어질 경우 지역 전체의 성장 기반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산업연구원이 개별 대학별 지원에서 벗어나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인재 양성·연구개발·산학협력을 묶고 그 성과를 권역 전체로 확산하는 정책 전환을 주문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