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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성립의 경계...'업무상위력추행' 구성요건부터 확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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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성립의 경계...'업무상위력추행' 구성요건부터 확인해야

최성민 기자

기사입력 : 2026-09-25 08:00

로엘 법무법인 이원화 대표변호사
로엘 법무법인 이원화 대표변호사
[더파워 최성민 기자] 직장이나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성범죄 중 ‘업무상위력추행’은 일반 강제추행과 달리 폭행이나 협박 같은 노골적인 물리력 행사가 없었음에도 죄가 성립한다는 점에서 법적 쟁점이 매우 까다롭다. 피의자 측에서는 "상대방도 가만히 있었다", "친밀감의 표시였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으나, 법원은 사건을 둘러싼 관계와 정황을 토대로 성립요건을 꼼꼼하게 검토하여 유·무죄를 가른다.

가장 먼저 검증하는 대목은 피의자와 피해자 사이에 형성된 신분적 지휘·감독 관계의 실질성이다. 단순히 같은 직장에 근무한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며, 상급자가 하급자의 인사, 평가, 업무 지시, 계약 연장 등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원은 정식 고용 관계뿐만 아니라 인턴·알바, 교육 및 지도 관계, 나아가 계약 체결을 앞둔 거래처 관계까지 지휘 권한의 범주를 넓게 해석하므로, 직함의 명칭보다 실제 관계의 종속성을 먼저 파악한다.

다음 단계로는 이러한 관계에서 비롯된 ‘위력(威力)’이 실제로 행사되었는지를 따져본다. 여기서 위력이란 반드시 공포심을 유발하는 협박일 필요가 없으며,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사회적·경제적 지위나 권한 그 자체를 의미한다. 피의자가 "강요한 적 없다"고 주장하더라도, 거절할 경우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는 압박감이 존재하는 수직적 관계 속에서 신체 접촉이 이루어졌다면 법원은 이를 위력 행사로 판단한다.

마지막으로 행위 자체가 일반적인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지, 피의자에게 추행의 범의가 있었는지를 평가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추행이란 반드시 음부나 가슴 같은 민감 부위를 직접 만져야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어깨나 허리를 감싸 안는 행위, 손이나 허벅지를 쓸어내리거나 다독이는 행위, 심지어 옷 위로 일어난 신체 접촉이라 할지라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일어났고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유발했다면 엄연히 추행에 해당한다. 법원은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가 "격려나 친근감의 표시"였다는 해명보다, 피해자의 연령과 관계, 행위가 일어난 장소와 경위, 당시 수직적 권력구조 등을 종합하여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는지를 가려낸다.

만일 상급자의 실질적 인사권이나 지휘 권한이 인정되지 않아 업무상위력추행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방심할 수 없다. 기습적으로 이뤄진 신체 접촉은 행위 자체가 강제력으로 인정되는 ‘기습추행’ 법리가 적용되어, 형법상 강제추행죄로 변경 청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제추행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법정형의 상한선이 업무상위력추행에 비해 훨씬 무겁다.

업무상위력추행 사건에서 피해자가 그 자리에서 즉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해자도 동의했다’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법원은 수직적 권력관계 특성상 불이익을 우려해 즉각 저항하지 못한 사정을 충분히 감안하므로, 피해자의 미온적 태도가 무혐의를 입증해 주는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상황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대응할 경우 당사자만 불리해질 뿐이다.

도움말 로엘 법무법인 이원화 대표변호사

최성민 더파워 기자 Sungmin@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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