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불 관계 140주년, 생망데서 한국 작가 특별 조명
- 금보성·정창기·최예태·서승석 등…한국 현대미술 세계에 알리는 국제무대
사진=프랑스 국립예술가협회(ANAF·Association Nationale des Artistes Français)
[더파워 최성민 기자] 한·불 관계 140주년을 맞는 2026년, 한국 현대미술이 프랑스의 전통적인 살롱 무대에서 집중 조명된다.
오는 9월 24일부터 10월 4일까지 프랑스 생망데 시청(Hôtel de Ville de Saint-Mandé) Salle des Fêtes에서 열리는 제79회 프랑스 국립예술가협회(ANAF·Association Nationale des Artistes Français) 살롱에 한국 작가 10명이 명예초대작가로 참여한다.
생망데시가 공식 발표한 올해 살롱의 핵심은 ‘한국’이다. 시와 ANAF는 한·불 관계 140주년을 기념해 한국 작가 10인을 명예초대하고, 이들의 작품을 통해 한국 문화의 풍요로움과 깊이, 다양성을 프랑스 관객에게 소개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전시를 양국 간 예술적 대화를 확장하는 자리로 규정했다.
따라서 이번 초대는 단순한 해외 단체전 참가와는 의미가 다르다. 프랑스 현지의 오랜 살롱 체계 안에서 한국 작가들이 ‘명예초대작가’로 공식 소개되고, 한국 현대미술의 현재를 프랑스 관객에게 보여주는 문화교류의 무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금보성·정창기·최예태·서승석 등 국내를 중심으로 활동해온 작가들과 해외에서 활동해온 작가들이 한 공간에서 만난다는 점도 주목된다. 서로 다른 지역과 미술 환경에서 구축해온 작품세계가 ‘한국 현대미술’이라는 이름 아래 프랑스 관객과 만나는 것이다.
- 최예태에서 금보성·정창기로…프랑스 무대가 주목한 한국 작가들
생망데와 한국 현대미술의 인연은 2024년 제77회 ANAF 살롱에서 최예태가 명예초대작가로 참여하면서 이어졌다. 2026년 생망데시는 금보성과 정창기를 ‘세계적으로 명성이 있는 한국 작가’로 공식 소개했다. 2025년 생망데시가 ANAF 살롱의 역대 주요 초대작가들을 소개할 때에도 브뤼노 마들렌, 알랭 바자르, 레미 아롱, 미셸 주엔, 장마리 자키, 안 바슐리에 등과 함께 최예태를 언급했다.
2026년에는 그 흐름이 한국 작가들의 명예초대로 확대됐다.
그 가운데 금보성과 정창기는 국내에서 오랜 기간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왔지만, 이번 전시는 프랑스의 전통적인 살롱과 한·불 관계 140주년이라는 공식 문화교류의 장을 통해 새로운 국제 관객에게 작품세계를 알리는 중요한 접점이 된다.
이는 두 작가를 단순히 ‘신예’라고 부르는 것과는 다른 의미다. 국내 활동 경력의 길고 짧음을 떠나 프랑스 미술계와 관객에게 새롭게 소개되는 한국 현대미술의 얼굴이라는 점에서 이번 선정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생망데시와 ANAF가 한국 작가들을 명예초대작가로 공식 선정했다는 사실은 이들의 작품이 프랑스 현지 문화교류의 무대에서 소개될 가치가 있는 작업으로 받아들여졌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프랑스를 넘어 유럽과 국제 미술계에 작품세계를 알릴 수 있는 새로운 출발점이기도 하다.
- ‘읽는 한글’에서 ‘보는 한글’로…금보성의 국제적 실험
금보성은 한글을 읽는 문자에서 ‘보는 회화’로 전환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자음과 모음을 해체하고 다시 결합하면서 한글을 의미 전달을 위한 문자에 머물게 하지 않고, 색·선·면·공간으로 이루어진 현대회화의 조형언어로 확장한다.
한국 고유의 문자에서 출발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문자를 읽지 못하는 관객도 색과 형태, 공간을 통해 작품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의 작업이 지향하는 지점이다.
2026년 전남 나주 송림아트센터에서 진행 중인 개인 비엔날레에서는 길이 27m, 높이 5.5m에 이르는 대형 회화를 통해 이러한 실험을 건축적 공간으로까지 확장했다. 그런 점에서 생망데 전시는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한글을 모르는 프랑스 관객은 금보성의 한글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한국에서는 너무 익숙해 먼저 ‘읽어버리는’ 한글이 프랑스에서는 처음부터 선과 면, 색채와 리듬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문자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관객과의 만남이 금보성이 주장해온 ‘읽는 한글에서 보는 한글로’라는 회화적 실험을 국제무대에서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창기 역시 오랜 시간 독자적인 회화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다. 생망데 명예초대와 함께 서울 금보성아트센터에서도 한·불 관계 140주년을 기념하는 초대전이 이어지면서 서울과 프랑스를 연결하는 문화적 흐름을 형성한다.
- 140년의 외교, 이제 미술의 언어로 말하다
이번 전시의 또 다른 의미는 장소에 있다.
생망데 시청의 Salle des Fêtes는 ANAF가 매년 살롱을 개최해온 공간이다. 회화와 조각을 비롯해 드로잉, 판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참여하며 프랑스 살롱 문화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2026년 제79회 살롱에서 생망데시와 ANAF가 한국 작가 10명을 명예초대한 것은 1886년 시작된 한·불 관계의 140년을 외교의 역사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예술가와 작품을 통한 문화적 대화로 확장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번 초대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다.
해외전시는 작품을 외국에 가져가 걸어놓는 것만으로 국제화되지 않는다. 어느 무대에서, 어떤 맥락으로, 누구에게 소개되는가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프랑스의 전통적인 살롱에서 한국 작가들이 명예초대작가로 소개되는 것은 이들의 이름과 작품세계를 프랑스 현지 관객에게 각인시키고, 더 넓은 국제 미술계와 접점을 만들어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 금보성·정창기·서승석 등으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얼굴들
프랑스 생망데의 제79회 ANAF 살롱은 한국 작가들이 프랑스에서 공식적으로 초대·소개되고, 자신들의 작품세계를 세계 미술계에 알리는 또 하나의 국제무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