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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보성, 한글 회화를 세계시장에 파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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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보성, 한글 회화를 세계시장에 파종하다

이설아 기자

기사입력 : 2026-09-29 13:43

사진=금보성아트센터 제공
사진=금보성아트센터 제공
[더파워 이설아 기자] 한글날이면 우리는 한글의 우수성을 말한다. 자음과 모음의 원리를 되새기고 아름다운 서체를 소개한다. 그러나 한글의 미래를 이야기하려면 질문을 하나 더해야 한다. 글자를 읽기 전에, 우리는 그 형태를 얼마나 오래 바라본 적이 있는가.

금보성 비엔날레 3차 전시에서 선보이는 ‘파종’ 시리즈는 SNS 공간에서의 전시다. 원과 수직선, 수평선이 사각형과 삼각형 사이를 지나고, 글자의 일부를 닮은 획들이 서로 겹친다. 선의 굵기는 일정하지 않으며 겹친 자리에는 새로운 색의 윤곽이 생긴다. 관객은 익숙한 자모를 발견하다가도 곧 읽기를 멈춘다. 글자는 뜻을 전달하는 자리에서 벗어나 색과 면, 간격과 리듬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금보성은 한글을 해체해 새로운 형태의 미술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에게 해체는 글자를 지우는 일이 아니다. 하나의 자모가 품은 조형적 가능성을 꺼내 다른 형태와 관계 맺게 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화면에 생명의 씨앗을 뿌리는 문화 농부를 자처한다. 이번 ‘파종’ 시리즈는 그가 오래 말해 온 ‘읽는 한글에서 보는 한글로’의 전환을 구체적인 작품으로 발표한 단계다.

사진=금보성아트센터 제공
사진=금보성아트센터 제공

이 작업은 한글을 바탕으로 한 문자추상 회화이자 기하추상 회화로 읽을 수 있다. 자모를 해체하고 재배치하는 과정에는 기호학적 질문이 있고, 넓은 색면과 교차하는 획에는 회화 자체의 질서가 있다. 하나의 사조로 서둘러 이름 붙이기보다 문자와 기호, 색면회화의 경계에서 금보성이 구축해 가는 독자적인 형식에 주목해야 한다. 읽을 수 있을 듯하면서 하나의 뜻으로 고정되지 않는 긴장이 작품의 힘이다.

프랑스 생망데에서 열린 제79회 국립예술가협회(ANAF) 살롱의 명예초대는 이 실험을 한국 밖의 관객에게 공개하는 자리다.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에서 한글을 모르는 관객도 원의 무게와 선의 방향, 색면의 충돌을 먼저 볼 수 있다. 금보성의 한글 회화가 다른 언어권의 시선 앞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확인할 기회이기도 하다.

사진=금보성아트센터 제공
사진=금보성아트센터 제공

새로운 미술 사조의 완성이라고 성급히 선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자추상과 기호, 색면회화의 경계를 새롭게 구축하겠다는 선언의 자리라고는 말할 수 있다. 파종은 결실의 다른 이름이 아니다. 작품이 더 깊어지고 전시와 비평이 쌓일 때, 오늘 뿌린 조형 언어가 어디에 뿌리내렸는지 비로소 알 수 있다.

2026년 한글날, 우리는 서체의 아름다움을 기리는 동시에 한글이 회화에서 어디까지 움직일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 읽는 한글이 우리의 생각을 전해왔다면, 보는 한글은 한국 미술이 스스로의 형식으로 세계와 대화할 가능성을 연다. 금보성이 뿌린 것은 글자의 파편이 아니라 그 가능성의 씨앗이다.

이설아 더파워 기자 seolnews@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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