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최성민 기자] 결혼 후 배우자가 혼인 전 중요한 사실을 숨겼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혼인취소를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배우자에게 실망하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사실을 발견했다는 이유만으로 혼인취소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혼인취소는 이혼과 달리 혼인이 성립할 당시 이미 법에서 정한 취소사유가 존재했는지가 핵심이다.
민법 제816조는 혼인취소 사유로 법정 혼인요건 위반, 혼인 당시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를 알지 못한 경우, 사기 또는 강박으로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 등을 규정한다. 특히 실무에서는 배우자가 혼인의사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속이거나 숨겼다는 이유로 ‘사기에 의한 혼인취소’가 문제되는 경우가 있다.
다만 상대방이 어떤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사기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적극적으로 허위 사실을 알린 경우뿐 아니라 침묵이나 불고지도 사기가 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이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해당 사실을 알릴 의무가 있었는지, 그 사실이 혼인의사 결정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사생활에 속하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혼인취소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청구기간도 중요하다. 사기 또는 강박에 의한 혼인취소는 사기를 안 날 또는 강박에서 벗어난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다. 혼인 당시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었음을 알지 못한 경우에도 그 사유를 안 날부터 6개월이라는 제한이 있어, 취소사유를 알게 됐다면 신속하게 법적 요건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혼인취소는 혼인무효와도 구별된다. 민법은 혼인취소의 효력이 과거로 소급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어 취소판결이 확정되더라도 혼인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 혼인취소를 원인으로 한 재산분할도 가능하며, 귀책사유가 있는 상대방에 대한 손해배상 문제와 미성년 자녀의 양육·면접교섭 등도 함께 검토할 수 있다.
절차적으로도 단순히 혼인신고를 취소하는 방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혼인취소는 법원에 청구해야 하며 특히 사기·강박에 의한 혼인취소는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짧기 때문에 어떤 사실을 언제 알게 됐는지, 혼인 당시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를 보여주는 메시지나 서류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혼인취소는 부부관계가 나빠졌다는 이유로 혼인을 해소하는 이혼과 달리 혼인이 성립할 당시 법에서 정한 취소사유가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절차다. 특히 사기를 이유로 취소를 청구한다면 숨긴 사실의 내용과 혼인의사 결정에 미친 영향, 이를 알게 된 시점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청구기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