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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삼성SDI 실적 반전 열쇠는 ESS…배터리 성장축 이동 빨라진다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10-13 09:30

7월 글로벌 ESS 설치량 29.9GWh로 17% 증가…유럽은 월간 268% 급증
엔비디아, AI 데이터센터 표준 설계에 BESS 인증 도입…LG엔솔·테슬라·히타치 첫 선정
LG엔솔 3분기 실적 기대치 상회…삼성SDI도 EV 보상금·ESS 출하 확대 효과 기대
美 전기차 판매는 9월 32.5% 감소…'EV 중심' 배터리 산업 성장공식 변화 조짐

[더파워 이경호 기자] 2차전지 산업의 성장축이 전기차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판매가 두 자릿수 감소를 이어가는 가운데 글로벌 ESS 설치량은 증가하고 있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에서도 배터리저장장치(BESS)가 핵심 설비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과거 배터리 산업의 실적과 주가가 전기차 판매량에 사실상 연동됐다면 이제는 전력망과 AI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수요처로 등장하는 모습이다. 특히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전기차용 배터리 실적이 여전히 부진한 상황에서 ESS가 적자를 줄이고 새로운 수주를 만들어내는 '두 번째 성장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ESS 제품.
LG에너지솔루션의 ESS 제품.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7월 글로벌 ESS 신규 설치량은 29.9GWh로 전년 동월 대비 17.2% 증가했다. 올해 1~7월 누적 설치량은 210.2GWh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7% 늘었다.

지역별로는 유럽의 성장세가 압도적이다. 7월 유럽 ESS 신규 설치량은 4.4GWh로 전년 동월 대비 267.9% 급증했다. 이 가운데 전력망용 Grid ESS는 2.5GWh로 686.7%, 소비자·상업시설 등에 설치되는 BTM은 1.9GWh로 117.2% 증가했다.

올해 1~7월 유럽 누적 ESS 설치량도 26.9GWh로 159.5% 늘었다. Grid ESS는 같은 기간 199.8% 증가했다.

미국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7월 ESS 신규 설치량은 6.2GWh로 전년 동월 대비 20.9% 증가했고 1~7월 누적 설치량은 41.4GWh로 30% 늘었다.

중국은 상황이 다르다. 7월 신규 설치량이 14.5GWh로 전년보다 11% 감소했고 누적으로도 7.5% 줄었다. 글로벌 ESS 시장의 성장 중심이 중국 일변도에서 미국과 유럽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 국내 업체에는 오히려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가 배터리 산업의 새로운 수요처로 등장한 점이 주목된다. 엔비디아는 최근 AI 데이터센터 표준 설계에 부합하는 제품을 검증하는 인증 프로그램을 내놓고 첫 대상에 BESS를 포함했다. 첫 인증 업체로 LG에너지솔루션과 테슬라, 히타치에너지가 선정됐다.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동시에 순간적인 전력 수요 변화에도 대응해야 한다. 대규모 전력망 증설만으로 이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한 순간 공급하는 BESS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도 역시 2033년까지 송전망 확충과 함께 50GWh 규모의 BESS를 구축하는 사업을 승인했다. 전체 사업비 약 26조원 가운데 약 7조원이 BESS에 투입될 예정이다.

배터리 업계 입장에서는 자동차가 아닌 전력 인프라 자체가 새로운 고객이 되는 셈이다.

이 변화는 국내 배터리 업체의 실적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돌았다. 영업이익의 기대치 상회에는 북미 전기차 고객사와의 합작법인 청산에 따른 보상금 수취 효과가 컸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ESS 후공정 병목이 점차 해소된 점도 실적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LG에너지솔루션의 ESS 매출은 올해 1분기 1조6980억원에서 2분기 2조2410억원, 3분기 3조930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간 ESS 매출 역시 지난해 2조4060억원에서 올해 10조2220억원으로 4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2027년에는 15조5970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수익성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의 ESS 부문은 2040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되지만 2027년에는 43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기차 배터리가 부진한 사이 ESS가 실적 중심으로 이동하는 구조다.

삼성SDI./연합뉴스
삼성SDI./연합뉴스


삼성SDI도 비슷하다. 삼성SDI의 EV 부문은 올해 5120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되는 반면 ESS 부문은 328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삼성SDI의 ESS 매출은 4조3680억원으로 예상되며 2027년에는 6조268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4분기에는 신규 ESS 수주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삼성SDI 전체 영업이익도 올해 3850억원에서 2027년 1조4840억원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전기차 시장은 아직 뚜렷한 회복 신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8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174만4315대로 전년 동월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순수전기차(BEV)는 9% 증가했지만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는 17% 감소했다.

특히 미국은 부진이 심하다. 8월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9만7577대로 전년보다 47% 감소했다.

9월에도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10만8385대로 전년 동월 대비 32.5% 줄었다. 순수전기차 판매량도 35.8% 감소했다. 연간 누적 판매량은 85만2887대로 31.0% 줄었고 시장점유율은 7.1%에 머물렀다.

배터리 출하량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8월 미국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은 7.8GWh로 전년 동월 대비 47% 감소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66%, SK온은 65%, 삼성SDI는 83% 줄었다.

유럽에서도 국내 업체의 점유율 하락은 부담이다. 올해 1~8월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29%로 집계됐다. 2023년 55%, 2024년 45%, 2025년 35%에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전기차만 바라봐서는 국내 배터리 기업의 성장 스토리를 설명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ESS는 전기차와 다른 시장 구조를 갖는다. 완성차 판매량에 직접 연동되는 EV 배터리와 달리 전력망 투자와 재생에너지 확대, 데이터센터 건설 등 여러 산업의 투자가 동시에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전력 품질과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저장장치 수요도 함께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의 높은 전력 가격 역시 ESS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 변수다. 10월 영국·독일·프랑스 등 주요 3개국 전력 가격은 평균 152.9유로/MWh로 전월 대비 12.5% 상승했다.

전력 가격 변동성이 커질수록 가격이 낮을 때 전기를 저장하고 수요가 몰릴 때 사용하는 ESS의 활용 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

2차전지 수출도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다. 9월 국내 2차전지 전체 수출액은 7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4% 증가했다. 양극재 수출도 5억5000만달러로 26.8% 늘었다.

NCM과 NCA를 합친 양극재 수출액은 5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1% 증가했고 수출 단가도 28.2달러/kg으로 22.4% 상승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실적 시즌 동안 배터리 업종의 비중 확대 전략이 유효하다며 ESS 출하 증가와 신규 수주 가능성을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다만 최근 배터리주가 빠르게 상승한 만큼 가격 부담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대형주는 최근 한 주 동안 코스피를 크게 웃도는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결국 배터리 업종의 다음 사이클은 전기차 판매 회복만 기다리는 구조가 아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전기차 판매가 30~40%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글로벌 ESS 설치량은 증가하고 있고, 유럽에서는 세 자릿수 성장률까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가 BESS를 필수 인프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수요가 추가되고 있다.

한동안 2차전지 산업의 질문은 "전기차가 언제 다시 팔릴 것인가"에 집중됐다. 이제는 질문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전기차가 주춤하는 사이 전력망과 AI 데이터센터가 얼마나 빠르게 배터리를 흡수할 것인지가 국내 배터리 산업의 다음 성장 사이클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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