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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가격은 뛰는데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하락…돈은 '후공정 소부장'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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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가격은 뛰는데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하락…돈은 '후공정 소부장'으로 간다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10-12 16:22

코스피 5.4% 하락한 한 주…삼성전자 5.1%·SK하이닉스 8.7% 내려
메모리 가격 예상치 상회…LPDDR 공급 부족이 가격 상승 압력 키워
피에스케이홀딩스 8.2%·파크시스템스 4.7% 상승…대형주와 주가 차별화
전공정보다 후공정 선호 뚜렷…AI ASIC·첨단 패키징으로 투자축 이동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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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파워 이경호 기자] 반도체 시장에서 묘한 엇박자가 나타나고 있다. 메모리 가격은 시장 예상보다 강하고 공급 부족도 이어지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반면 일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주는 대형주와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업황이 꺾여서라기보다 수급의 중심이 메모리 대형주에서 후공정과 첨단 패키징 관련 소부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투자가 HBM을 넘어 ASIC과 패키징, 테스트 장비까지 확산되면서 반도체 안에서도 새로운 주도주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주 코스피는 5.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5.1%, SK하이닉스는 8.7% 떨어졌다.

특히 SK하이닉스의 낙폭은 시장 전체보다 컸다. 삼성전자 역시 메모리 가격이 예상보다 강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주가 반등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문제는 펀더멘털만 놓고 보면 주가 하락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가격은 기존 예상치를 웃돈 것으로 파악됐다. 출하 증가율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가격이 예상보다 높게 형성되면서 공급 부족이 여전히 강하다는 신호가 확인됐다는 평가다.

특히 공급 부족이 두드러지는 제품으로 LPDDR이 꼽힌다. 스마트폰과 모바일 기기에 주로 사용되는 LPDDR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모리 시장에서는 이미 공급업체들이 물량을 공격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장기공급계약까지 확대하고 있다. 통상 공급 물량이 묶이면 가격 상승 탄력은 낮아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실제 가격이 시장 예상보다 높게 형성되고 있다는 점은 수급이 그만큼 타이트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LPDDR 공급 부족이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며 "해당 제품의 가격이 시장 예상을 상회하는 주요 원인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주가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가 지난 6월 말 이후 빠르게 높아지지 못한 데다 최근 원·달러 환율 변화가 실적 추정치에 부담을 주면서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영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메모리 업황 자체의 악화라기보다 이미 높아진 기대치를 추가로 넘어설 만한 숫자가 필요해진 구간이라는 의미다.

이 틈을 소부장이 파고들고 있다. 최근 한 주 피에스케이홀딩스는 8.2%, 파크시스템스는 4.7% 상승했다. 코스피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동시에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주성엔지니어링도 12.9% 상승했다. 대형 메모리주가 쉬어가는 동안 장비·부품주 가운데 실적 성장과 신규 공정 수혜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 수급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다만 소부장 내부에서도 모든 종목이 함께 오르는 것은 아니다. 테스는 한 주 동안 7.4%, 피에스케이는 4.5% 하락했다. 같은 반도체 장비주 안에서도 종목별 차별화가 커지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는 전공정보다 후공정을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년 반 동안 전공정 장비주가 먼저 큰 폭으로 상승한 반면 AI 반도체 투자 확대와 함께 첨단 패키징 수요가 늘면서 후공정 장비가 새로운 투자처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피에스케이홀딩스의 핵심 제품인 리플로우 장비가 대표적이다. 올해 매출 가운데 리플로우 비중은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2027년에는 관련 매출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피에스케이홀딩스의 올해 매출은 2722억원, 영업이익은 1021억원으로 전망됐다. 2027년에는 매출 3893억원, 영업이익 1504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크시스템스 역시 반도체 미세화와 첨단 패키징 확대가 수요를 키우는 구조다. 올해 매출은 2488억원, 영업이익은 584억원으로 각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대만에서는 AI ASIC과 첨단 후공정 관련 기업의 주가 차별화가 나타났다. Alchip은 한 주간 14%, Global Unichip은 5.8% 상승했고 패키징·테스트 업체 ASE도 4.3% 올랐다.

TSMC 역시 AI 반도체 생산 확대 기대 속에 주가가 상승했고 지난 9월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54.6% 증가한 5118억6000만대만달러로 역대 9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AI 투자가 GPU에서 ASIC과 첨단 패키징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의 다음 관심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투자 규모다. ASML은 오는 14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며 공격적인 메모리 설비투자에 대응하기 위한 장비 공급 계획과 High NA EUV 일정 등이 관심사로 꼽힌다.

15일에는 TSMC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시장에서는 설비투자 규모와 CoWoS 증설 계획, 2나노 공정 로드맵 등에 주목하고 있다.

결국 현재 반도체 시장의 핵심은 업황이 좋으냐 나쁘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에서 추가 성장이 나오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메모리 가격 상승과 AI 수요에 대한 기대가 상당 부분 반영된 상태다. 반면 후공정과 패키징, 테스트 장비는 AI 반도체 투자 확대가 실제 발주로 이어지면서 실적 성장 가능성을 새롭게 보여주고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다시 실적 추정치 상향으로 이어진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반등할 여지는 남아 있다. 다만 그 사이 투자자들은 반도체 대형주의 방향만 기다리기보다 AI 투자 사이클에서 새롭게 수혜가 커지는 소부장으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

반도체 강세장이 끝난 것이 아니라 강세장의 중심이 메모리 대형주에서 후공정과 첨단 패키징으로 넓어지는 과정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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