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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m 직물이 바람·습도 따라 소리 낸다…현대 커미션, 테이트 모던서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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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m 직물이 바람·습도 따라 소리 낸다…현대 커미션, 테이트 모던서 개막

이설아 기자

기사입력 : 2026-10-13 13:11

'현대 커미션: 타렉 아투이: Hold' 전시 전경/출처: Photo © Tate (Ben Fisher)
'현대 커미션: 타렉 아투이: Hold' 전시 전경/출처: Photo © Tate (Ben Fisher)
[더파워 이설아 기자] 길이 20m의 직물이 공기의 흐름과 습도 변화에 반응하고, 그 움직임이 미세한 전류를 만들어 다시 저음의 소리로 변한다. 한국의 북과 중국·동남아시아 전통 관악기, 우즈베키스탄 금관악기까지 한 공간에서 전자 음향 장치와 결합해 영국 테이트 모던의 터바인 홀 전체를 거대한 ‘소리 풍경’으로 바꾼다.

현대자동차는 테이트 미술관과의 장기 파트너십으로 진행하는 ‘현대 커미션: 타렉 아투이: Hold’ 전시가 13일부터 내년 4월11일까지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열린다고 13일 밝혔다.

올해 현대 커미션 작가로 선정된 타렉 아투이는 레바논 베이루트 출신으로 프랑스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이자 작곡가다. 세계 각지의 전통 악기와 음악을 연구하면서 직접 악기를 제작하거나 기존 악기를 새롭게 해석해 소리를 청각뿐 아니라 진동과 움직임, 촉각으로 경험하도록 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터바인 홀의 높은 천장과 넓은 공간, 소리가 울리고 퍼지는 특성을 작품의 일부로 활용했다. 작가가 제작하거나 재해석한 관악기와 타악기, 조각 작품들이 하나의 오케스트라처럼 작동하면서 공간 전체에 끊임없이 변화하는 소리를 만들어낸다.

전시장에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유래한 관악기 ‘셍(sheng)’, 한국의 전통 북, 우즈베키스탄의 의례용 금관악기 ‘카르나이(karnai)’ 등이 등장한다. 아투이는 지난 20여 년간 아시아와 유럽의 음악가와 악기 제작자, 엔지니어, 연구자들과 진행해 온 실험을 바탕으로 이들 전통 악기를 전자 음향 기술과 결합했다.

터바인 홀 진입 경사로에는 카르나이와 그 형태를 재해석한 두 개의 나팔이 설치됐다. 안쪽에는 셍과 대나무 구조물 사이로 북피와 징, 나팔, 돌, 길이 20m의 직물이 배치되고 모터가 구조물 사이로 바람을 보내 소리와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특히 20m 직물에는 전도성 페인트가 적용됐다. 직물이 공간의 기류와 습도에 따라 움직이면 전자 음향 장치로 미세한 전류가 전달되고, 이 변화가 저음의 소리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마이크도 작품의 일부다. 악기뿐 아니라 터바인 홀 안팎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수집한 뒤 이를 다시 재구성해 재생하면서 고정된 음악 대신 시간과 관객,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음향을 만든다.

관객이 작품을 바라보는 방식도 일반적인 전시와 다르게 구성했다. 돌로 만든 타악기를 연상시키는 구조물을 배치해 관람객이 작품 안에 머물며 앉거나 누운 채 천장과 주변에 설치된 악기, 조각을 살펴보고 소리와 공간감을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 기간에는 터바인 홀 자체를 하나의 대형 음향 시스템으로 활용하는 라이브 퍼포먼스도 정기적으로 열린다. 다양한 연주자와 전자음악 아티스트가 참여해 아투이와 협업해 온 음악가들의 작업을 소개하고 새로운 협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 커미션은 현대자동차와 테이트 미술관이 2014년부터 이어온 장기 파트너십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2015년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를 시작으로 필립 파레노, 수퍼플렉스, 카라 워커, 아니카 이, 엘 아나추이, 이미래, 마렛 안네 사라 등이 참여했으며 타렉 아투이는 열한 번째 작가다.

현대자동차는 테이트 미술관과의 파트너십을 2036년까지 연장한 상태다. 현대 커미션과 함께 ‘현대 테이트 리서치 센터: 트랜스내셔널’도 후원하며 국제 연구와 학술 교류를 지원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소리를 매개로 서로 다른 문화와 공동체를 연결한다"며 "협업과 다감각적 경험에 기반한 타렉 아투이의 작업이 새로운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설아 더파워 기자 seolnews@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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