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강율 기자] 기업이 채용공고에서 요구하는 스펙은 평균 2.3개지만 청년들이 실제 입사지원서에 적는 경력과 활동은 평균 12.7개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제시됐다. 취업 기회를 얻기 위해 기업이 명시적으로 요구하지 않은 자격과 경험까지 준비하는 ‘오버스펙’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교육의봄과 공동 제작한 정책자료집 ‘스펙 경쟁에 지친 청년, ‘공정’한 출발선을 묻다’를 공개하고 청년 채용문화 개선과 첫 일자리 지원 강화를 촉구했다.
자료집은 청년 구직 과정과 민간 채용 관행을 분석한 내용을 담았다.
안 의원이 제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이 채용공고를 통해 요구하는 스펙은 평균 2.3개였지만 실제 입사지원서에는 평균 12.7개의 경력과 활동이 기재됐다. 자료집은 이 가운데 상당수가 직무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낮은 이른바 ‘오버스펙’이라고 분석했다.
스펙을 쌓는 데 드는 비용 부담도 청년 구직 과정의 문제로 제시됐다. 청년들은 취업 사교육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일부는 대출을 활용해 취업 준비 비용을 충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에 참여한 청년들은 “저금을 깨며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키링 하나 사는 것도 사치처럼 느껴진다”, “경제적 여유가 취업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 씁쓸하다”는 등의 의견을 냈다.
채용 과정에서 요구하는 정보의 범위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일부 응답자는 직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학점이나 주·야간 여부, 지도교수 정보 등을 요구받고 있다며 채용 과정에서 느끼는 부담을 호소했다.
청년 고용 관련 지표도 함께 제시됐다.
안 의원에 따르면 올해 8월 청년 고용률은 44.1%로 28개월 연속 하락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민간 채용공고 14만4181건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신입 채용 비중이 2.8%로 나타났다.
첫 직장에 들어간 뒤 고용 유지 기간도 길지 않은 것으로 제시됐다. 자료집에 따르면 첫 직장의 평균 근속기간은 1년 6.8개월이었고, 퇴사 이유 가운데 ‘근로여건 불만족’이 44.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안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능력 중심 채용이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2016년 정부와 경제계가 능력 중심 채용을 약속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과도한 스펙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며 청년 구직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채용 관행 개선책을 주문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 K-뉴딜 아카데미’ 확대와 관련해서는 단순히 훈련 인원을 늘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훈련 규모 확대뿐 아니라 실제 취업연계율을 핵심 성과지표로 관리해야 한다”며 “수도권과 지방의 일자리 격차를 줄이고 지역 청년들이 지역에서 교육받고 취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 일자리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청년들이 첫 직장을 장기간 머무는 일자리라기보다 다음 단계로 이동하기 위한 경력 형성 과정으로 인식하는 만큼, 첫 일자리에서 얻은 경험이 이후 취업 과정에서 제대로 인정받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안 의원은 “청년들이 공정한 출발선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첫 일자리에서 다음 일자리로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를 복원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