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37곳 점검…10곳서 영업점 계좌에 높은 매매수수료 부과
일부 사례 온라인 개설 계좌 0.010%·영업점 관리계좌 0.136%
영업점 신규 계좌도 관리·비관리계좌 직접 선택하도록 절차 개선
기존 고객엔 SMS·MTS 팝업 안내…내년 1분기 이행 완료 목표
여의도 증권가/연합뉴스
[더파워 이경호 기자] 증권사 영업점에서 계좌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같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이용해 거래해도 온라인에서 개설한 계좌보다 10배 넘는 매매수수료를 내는 관행이 개선된다. 앞으로 영업점에서 계좌를 만들더라도 투자자가 상담·자산관리 서비스가 제공되는 ‘관리계좌’로 지정할지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일부 증권사의 영업점 개설 위탁매매계좌와 연금저축펀드계좌에 적용되는 매매수수료 차등 부과 관행을 개선한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개선안은 지난 8월 금융소비자보호자문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마련됐다. 영업점 계좌의 수수료가 온라인 개설 계좌보다 높지만 계좌 개설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관련 내용이 충분히 안내되지 않는다는 민원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금감원이 국내 증권사 37곳의 위탁매매계좌와 연금저축펀드계좌 수수료 체계를 점검한 결과 일부 증권사들은 온라인에서 만든 계좌보다 영업점에서 개설한 계좌에 더 높은 매매수수료를 적용하고 있었다.
위탁매매계좌에서는 9개사, 연금저축펀드계좌에서는 7개사에서 이 같은 방식이 확인됐다. 중복되는 회사를 제외하면 모두 10개 증권사다.
특히 실제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를 사고파는 방식이 MTS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 온라인으로 동일하더라도 계좌를 어디에서 만들었느냐에 따라 수수료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었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영업점에서 계좌를 만들면 자동으로 관리계좌로 지정됐다. 이 계좌를 이용해 MTS·HTS로 거래할 경우 매매수수료율은 0.136%였다.
반면 온라인에서 개설한 비관리계좌의 온라인 거래 수수료율은 0.010%였다. 거래 방식은 같지만 영업점 관리계좌의 수수료가 10배 이상 높은 것이다.
직원 등을 통한 오프라인 거래에서는 영업점 관리계좌와 온라인 개설 비관리계좌 모두 0.486%의 수수료율이 적용됐다.
증권사들은 영업점 계좌를 관리계좌로 지정하면서 투자자에게 상담이나 자산관리 등 별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드는 비용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부과해 왔다.
문제는 투자자가 영업점에서 계좌를 만들 때 관리계좌로 자동 지정된다는 사실이나 이에 따라 수수료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충분한 정보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일부 증권사는 약관 등에 구체적인 매매수수료율을 명시하지 않고 홈페이지 링크만 제공했다. 관리계좌와 비관리계좌에서 실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안내하는 절차도 충분하지 않았다.
영업점에서 계좌를 만들면 관리계좌로 자동 지정돼 투자자가 비관리계좌를 선택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금감원은 이 같은 구조가 투자자의 알 권리와 계좌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앞으로는 계좌 개설 단계부터 관리계좌와 비관리계좌의 수수료와 제공 서비스 차이를 투자자에게 비교해 안내해야 한다.
관리계좌 여부에 따라 수수료가 달라지는 증권사는 계좌 개설 때 제공하는 약관이나 거래설명서 등에 매매수수료 차이를 명확하게 기재해야 한다.
상담·자산관리 등 관리계좌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별도의 설명자료 등을 통해 투자자가 비교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영업점 계좌를 만들 때 투자자가 관리계좌 지정 여부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절차도 바뀐다.
지금까지는 일부 증권사에서 영업점 계좌가 자동으로 관리계좌가 됐지만 앞으로는 투자자가 자신의 거래 방식과 필요한 서비스를 고려해 관리계좌와 비관리계좌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영업점에서 비관리계좌를 개설할 때에는 계좌 개설 서비스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금감원은 1회에 한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관련 비용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기존 영업점 계좌를 이용하고 있는 투자자에 대한 안내도 강화된다.
증권사는 문자메시지나 MTS 팝업 등을 통해 고객이 현재 보유한 계좌가 관리계좌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관리계좌를 이용하고 있지만 상담이나 자산관리 서비스를 필요로 하지 않고 저렴한 온라인 거래 수수료를 원하는 고객은 비관리계좌를 새로 만든 뒤 기존 금융상품을 옮길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는 관리계좌 보유 여부와 비관리계좌 신규 개설 방법, 두 계좌 간 매매수수료 차이 등을 함께 안내한다.
기존 금융상품을 비관리계좌로 옮길 경우 관리계좌에서 제공받던 상담이나 자산관리 서비스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사전에 알려야 한다.
투자자는 수수료만 비교할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상담이나 자산관리 서비스가 필요한지까지 고려해 계좌 유형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증권사들은 관련 약관과 계좌 개설 절차, 고객 안내 체계 등을 순차적으로 정비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내년 1분기 안에 개선방안 이행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일정은 증권사마다 달라질 수 있다.
금감원은 개선안이 시행되면 영업점에서 계좌를 개설하는 투자자도 계좌 유형을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되고, 필요하지 않은 상담·자산관리 서비스로 인해 높은 매매수수료를 부담하는 사례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관련 약관 개정과 증권사의 이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매매수수료를 비롯한 증권업계의 영업관행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운영되도록 후속 조치를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