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최성민 기자] 불법촬영은 카메라를 몰래 작동시킨 순간에만 법적 책임이 발생하는 범죄가 아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무엇을 어떤 상황에서 촬영했는지뿐 아니라 촬영 이후 파일을 어떻게 보관하고 누구에게 전송했는지, 온라인에 게시했는지까지 함께 문제된다. 스마트폰과 메신저, 클라우드를 통해 촬영물이 손쉽게 이동하는 만큼 한 번의 촬영이 유포나 추가적인 디지털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 따르면 카메라나 이와 유사한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여기서 판단할 때는 촬영 대상과 신체 부위, 촬영 각도와 방식, 당시 장소와 상황, 피해자의 동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공개된 장소에서 촬영했다는 이유만으로 항상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사람이 영상에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불법촬영이 성립하는 것도 아니다.
촬영과 유포는 별개의 문제로 살펴봐야 한다. 상대방이 특정 상황에서 촬영 자체를 허락했더라도 그 촬영물을 다른 사람에게 보내거나 인터넷에 게시하는 것까지 동의했다고 볼 수는 없다.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았더라도 이후 그 의사에 반해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경우에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따라서 합의하에 촬영한 영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이후 유포까지 허용됐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소지나 저장도 주의해야 한다. 현행법은 불법촬영물을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내가 직접 찍은 영상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거나 ‘누군가 보내줘서 휴대전화에 남아 있었을 뿐이다’라는 사정만으로 법적 책임이 당연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실제 사건에서는 해당 촬영물이 법에서 정한 촬영물에 해당하는지, 이를 인식하고 있었는지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수사를 받는 경우에는 초기 진술을 특히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불법촬영 사건에서는 휴대전화나 컴퓨터 등 디지털기기에 남은 자료가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어 진술과 객관적인 자료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진행될 수 있다. 촬영 시점이나 장소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 상태에서 추측으로 답하거나 책임을 줄이기 위해 실제와 다른 설명을 했다가 이후 자료와 배치되면 진술의 신빙성까지 문제될 수 있다.
불법촬영 사건은 촬영 여부만 확인해서는 제대로 된 대응이 어렵다. 불법촬영부터 그 촬영물의 반포, 불법촬영물의 소지·구입·저장·시청까지 각 행위의 법적 성격을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 추측에 의한 진술이나 자료의 임의적인 삭제를 피하고 실제 행위와 객관적인 자료를 먼저 정리해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