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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물가 다시 3.7%…유가·집세가 막아선 '인플레 3%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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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물가 다시 3.7%…유가·집세가 막아선 '인플레 3% 벽'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10-16 09:05

9월 CPI 전년比 3.7%·전월比 0.6% 상승…시장 예상 웃돌아
차량 연료 9.3% 급등·상품물가 1.2%↑…고유가 충격 본격 반영
임대료 0.4%·항공료 1.2% 상승…슈퍼코어 물가도 0.42% 올라
WTI 90달러 지속 땐 지난해 10월보다 48% 높아…연말 물가 3%대 중반 전망

미 로스앤젤레스의 한 슈퍼마켓/연합뉴스
미 로스앤젤레스의 한 슈퍼마켓/연합뉴스
[더파워 이경호 기자] 미국 물가의 하락 속도가 다시 느려지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7% 오르며 상승폭을 키운 가운데 상품뿐 아니라 임대료와 항공료 등 서비스 가격까지 동시에 강해지면서 물가가 단기간에 2%대로 내려가기 어려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번 물가 상승은 국제유가 반등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 눈에 띈다. 에너지 가격이 상품 물가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주거비와 의료서비스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천천히 움직이는 서비스 물가까지 하방 경직성을 보이면서 미국 인플레이션이 다시 '3%의 벽'에 부딪힌 모습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9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전월 대비 0.6% 상승했다. 8월 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3.4%, 전월 대비 0.4%였던 점을 감안하면 물가 상승 압력이 한 달 만에 다시 강해졌다.

변동성이 큰 음식료와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동월 대비 2.6%,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전년 기준으로는 8월 2.4%보다 상승폭이 커지면서 전체 물가뿐 아니라 기조적인 물가 압력도 다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 물가의 반등이 가장 두드러졌다. 9월 상품 물가는 전월 대비 1.2%, 전년 동월 대비 4.6% 상승했다. 8월의 전월 대비 상승률 0.6%와 비교하면 한 달 만에 상승폭이 두 배로 커졌다.

차량 연료 가격은 한 달 사이 9.3% 급등하며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중고차 가격도 0.7% 올랐고 IT 재화 역시 0.9% 상승하는 등 에너지 이외 상품에서도 가격 상승 압력이 나타났다.

음식료와 에너지를 제외한 상품 물가도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국제유가가 상품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유가를 제외한 영역에서도 가격이 쉽게 내려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서비스 물가 역시 안심하기 어려운 흐름이다. 9월 서비스 물가는 전월 대비 0.4%,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다. 8월의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3.1%보다 모두 상승폭이 확대됐다.

주거비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임대료 물가는 전월 대비 0.4% 올라 8월 0.2%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숙박비는 한 달 사이 2.0% 상승했고, 항공료도 국제유가 상승 영향을 받으며 1.2% 올랐다.

의료서비스 가격도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상품 가격 상승이 에너지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면 서비스에서는 임대료와 의료비 등 구조적으로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항목이 물가 하단을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주거비와 에너지를 제외해 서비스 물가의 기조를 살펴보는 '슈퍼코어 CPI'도 전월 대비 0.42% 상승했다. 일시적인 유가 상승분을 걷어내도 서비스 가격 상승 압력이 여전히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미국 물가에서 가장 큰 변수는 국제유가다. WTI 선물가격이 배럴당 9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지난해 10월 평균인 60.8달러보다 약 48% 높은 수준이 된다.

현재까지 고유가의 직접적인 영향은 연료와 항공료 등 일부 항목에 집중돼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물류비와 제조원가를 통해 다른 상품 가격으로 번질 가능성이 남아 있다. 에너지 가격의 높은 기저 부담도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상품 물가가 빠른 속도로 내려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입물가 부담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재료와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이후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될 가능성도 생긴다.

서비스 물가는 유가보다 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 주택가격 상승 압력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 임대료 상승세가 단기간에 크게 꺾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은 시차를 두고 임대료에 반영되는 특성이 있다. 임대료가 전체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주거비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전체 CPI의 하락 속도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다.

9월 품목별 흐름에서도 이 같은 특징이 확인된다. 교통 물가는 전월 대비 2.5%, 전년 동월 대비 7.9% 상승해 주요 항목 가운데 가장 높은 오름세를 보였고, 주거비도 전년 대비 3.3% 상승했다.

반면 음식료 가격은 전월 대비 보합에 머물렀고 전년 대비 상승률도 2.4%로 둔화됐다. 헬스케어 역시 전년 대비 상승률이 1.5%까지 내려왔지만 교통과 주거, 여가 등 다른 항목의 상승이 전체 물가 하락을 제한하는 구조다.

결국 미국 물가의 문제는 한두 개 품목의 일시적 급등보다 상품과 서비스 양쪽에서 동시에 가격 하락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임대료와 주요 서비스 가격까지 버티고 있어 물가가 다시 빠른 하향 곡선을 그리기 어려워졌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제유가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 서비스 물가의 하방 경직성도 유지되고 있어 한동안 미국 물가 둔화 속도가 더딜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와 서비스 물가 상승 압력이 크게 완화되지 않는다면 연말 미국 물가는 3%대 중반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물가는 한동안 '얼마나 더 오르느냐'보다 '왜 내려가지 않느냐'가 더 중요한 국면에 들어설 전망이다. 에너지 가격 충격이 제조·물류비로 번지는 속도와 주택가격이 임대료를 얼마나 오래 지지하는지가 향후 물가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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