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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세대 심리를 파고든 하얀유령 '스냅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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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세대 심리를 파고든 하얀유령 '스냅챗'

송광범 기자

기사입력 : 2017-05-25 09:58

(사진 = Snapchat.com)
(사진 = Snapchat.com)

지난 2017년 3월 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하얀 유령’으로 뒤덮였다. 거래소 정문엔 노란 현수막도 걸렸다. 오전 9시 노란 넥타이를 맨 젊은 남성이 단상 위에 올라 증시 상장을 알리는 버튼을 눌렀다. 2014년 알리바바 이후 공모가 기준 최대 가치를 가진 기업이 탄생한 순간이다. 모바일 메신저 ‘스냅챗’(Snapchat)의 이야기다.

스냅챗은 미국 10~20대 사이 인기있는 모바일 메신저다. 일반 메신저와는 사뭇 다르다. 스냅챗은 ‘휘발성’ 메신저다. 메시지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자폭 메신저’라고도 불린다. 미국 1020세대는 메시지를 증발시키는 스냅챗의 마법에 매료됐다. 스냅챗은 하루 1억 5000만명이 이용하고 시가총액 330억달러(약 38조원) 규모의 IT 공룡기업이 됐다.

■ Snap One : 스냅챗 이야기, 창업부터 상장까지

스냅챗은 교실에서 탄생했다. 공동창업자 ‘에반 스피겔’(Evan Spiegel)은 같은 수업 수강생 ’레지 브라운‘(Reggie Brown)과 스냅챗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다. 당시 서비스명은 ’피카부‘(Picaboo, 까꿍)였다. 피카부는 2011년 4월 IOS 운영체제 서비스로 나왔다.

스피겔은 대학 내 사교클럽 ’카파 시그마‘(Kappa sigma)를 이끌다 공동창업자 ‘바비 머피‘(Bobby Murphy)를 만났다. 스피겔은 친구 한명이 메신저로 사진을 잘못 보낸 것을 후회하는 모습을 보고 ’보낸 사진이 사라지게 만드는 앱‘을 착안했다. 학과 수업 과제로 ’사라지는 사진(Impermanent Photo)‘라는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스피겔은 사용자 경험(UI) 디자인을 맡고, 머피는 코딩을 했다. 스냅챗이 탄생한 순간이다.

피카부는 2011년 7월 스냅챗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공동창립자엔 스피겔과 머피만 올라왔다. 레지 브라운은 제외됐다. 2012년 브라운은 ’사라지는 사진 애플리케이션‘에 관한 아이디어 소유권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2014년 브라운은 두가지 조건에 합의했다. 합의금 1억 5750만달러(약 1770억원)와 스냅챗의 원안자 중 한 명이라는 내용이다.

스냅챗은 런칭 초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창업자들은 대형 쇼핑몰을 돌며 이용자들을 모집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얼마 후 스냅챗은 10대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졌다. 스피겔의 사촌동생이 앱을 설치해 친구들과 사용하면서 시작됐다. 사촌동생과 친구들은 메시지 기록이 남지 않아 부모님과 학교의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어 스냅챗을 사용했다. 스냅챗의 휘발성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연예전문지 버라이어티(Variety)는 ’친구에게 보내는 프라이빗 메시징 기능‘이 사용자가 스냅챗에서 사용하는 서비스 중 가장 많다(71%)고 2016년 진행한 조사에서 설명했다.

2012년 5월 스냅챗에선 초당 25개 이미지가 전송됐다. 그해 11월에는 스냅챗 IOS 애플리케이션에서 하루 2000만장이 넘는 이미지가 오고갔다. 이때 총 이미지 전송 건수는 10억건을 돌파했다. 이듬해 12월, 스냅챗은 비디오 전송기능을 추가했다. 스냅챗에선 비디오도 증발됐다. 사용자가 10초 이하 비디오를 촬영할 수 있고, 비디오는 1회 재생 후 소멸되는 서비스였다.

출시 후 2년째 되는 2013년, 하루 3,000만명이 이 ’자폭 메신저‘를 이용했다. 급기야 마크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CEO는 현금 30억달러(약 3조 3000억원)에 스냅챗 인수를 제안했다. 스냅챗은 거절했다. 이 일화로 스냅챗은 성장가도를 달렸다. 2014년 말 하루 이용자 수는 5000만명을 넘었다. 같은 해 시장조사업체 컴스코어는 스냅챗이 미국 18~31세에서 인기있는 앱 순위 3위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1·2위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였다.

스냅챗의 덩치는 날이 갈수록 커졌다. 2015년 5월, 스냅챗은 한 통계자료를 통해 하루 이미지 전송건수는 20억 건이며 2016년 직전 하루 이미지 조회수는 100억 뷰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6년 말 전 세계 스냅챗 이용자 수는 1억 5600만명에 달했다.

(사진 = Snapchat.com)
(사진 = Snapchat.com)

스냅챗은 2016년 9월 공식명칭을 스냅(Snap Inc.)로 바꾸고 상장을 준비했다. 스냅의 상장추진은 같은해 10월 처음 뉴스로 보도됐다. 당시 증권가는 스냅의 가치를 250억 달러(약 28조원)으로 평가했다. 포브스는 직전 해 190억달러(약 21조 3000억원)으로 책정했다. 2013년 페이스북이 제안한 30억달러와는 금액이 차이나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실제 공개된 첫날 기업가치는 330억달러였다.

스냅챗의 상장엔 중립적인 평가가 달렸다. 타이밍은 좋았으나 성공을 말하기엔 시기상조란 말이다. 스냅챗의 상장은 시기적절했다. IT 기업 중 상장회사는 적었고 오랜만에 들린 대형 IP기업의 IPO 소식은 시장의 기대를 높였다. 차량공유업체 ’우버‘(Uber) 나 숙박공유기업 ’에어비앤비‘(AirBnB) 등의 기업공개도 늦어지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미국 증시의 호조나 증권가 큰손 ’워런 버핏‘이 테크 부분 투자금액을 확대했다는 소식도 투자자들에게 심리적인 자신감을 부여했다.

반면 상장의 성패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고 평가됐다. 상장 직후 열기가 식은 뒤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다. 같은 IT 기업인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경우, 상장 후 주가 변동폭이 컸다. 트위터는 2013년 11월 주당 26달러에 상장했고 2달 뒤 주가는 69달러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3년 뒤 2016년 말 트위터 주식은 14달러에 거래됐다. 페이스북은 반대다. 기업공개 뒤 페이스북 주가는 30% 하락했지만 현재는 공모가의 3배 이상이다. 스냅도 3년이 지나야 객관적으로 기업공개에 대해 평가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Snap two : 스냅챗의 기능

스냅챗은 ‘휘발성’ 메시징 서비스다. 일정시간이 지나면 보낸 이미지가 자동적으로 사라진다.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는 스냅챗의 역발상이 자사 콘텐츠에 ‘순간’, ‘즉흥성’, ‘희소성’을 더하며 사용자를 서비스에 몰입하도록 했다고 평가한다.

스냅챗의 서비스는 크게 ‘메시징’, ‘친구등록’, ‘메모리즈’, ‘지오스티커스’, ‘스토리’, '스펙터클' 등 6개로 구성돼있다.

① 메시징

(사진 = 스냅챗의 'Introducing Chat' 중 스틸컷)
(사진 = 스냅챗의 'Introducing Chat' 중 스틸컷)

사용자는 연락처에서 원하는 사람에게 ‘프라이빗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메시지가 공개되는 시간은 1~10초까지 보내는 사람이 결정할 수 있다. 해당 시간이 지나면 메시지는 자동으로 사라진다. 사용자는 ‘스토리’에 스냅챗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메시지를 공개할 수도 있다.

스냅챗은 메시지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이모티콘 개발업체 ‘빗츠스트립트’(Bitstrips)를 2016년 3월 인수했다. 그 달 29일엔 오디오·비디오 컨퍼런스·스티커 등이 추가된 ‘챗 2.0’(Chat 2.0)을 내놨다.

② 친구등록

스냅챗은 친구등록도 특이하다. 4가지 경우 중 하나에 해당돼야 친구등록을 할 수 있다. 연락처, 아이디, 스냅코드를 알거나 추가할 친구와 지리적으로 가까이 있어야 한다. SNS 서비스나 이메일로는 연동되지 않는다.

IT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스냅챗 측은 “전통적인 방식 외에도 다양한 친구등록 기능을 제공해 커뮤니케이션에서 얻는 모든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③ 메모리즈
(사진 = 스냅챗의 'Introducing Memories' 스틸컷)
(사진 = 스냅챗의 'Introducing Memories' 스틸컷)

2016년 7월 추가된 메모리즈는 스냅챗의 사진첩 기능이다. 사용자는 ‘스냅’이나 스토리를 개인 보관함에 저장·편집할 수 있다. 저장된 콘텐츠는 자동 정렬되며 사용자는 원하는 콘텐츠를 검색할 수 있다. 혼자 보고 싶은 콘텐츠는 ‘본인만 확인 가능’(My Eyes Only) 기능으로 잠가둘 수 있다. 잠긴 콘텐츠는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열람이 가능하다. 사용자는 콘텐츠들을 다시 스냅, 스토리, 메시지로 게시할 수 있고 다른 이용자들도 메모리즈를 볼 수 있다.

④ 지오필터와 지오스티커즈
(사진 = 스냅챗의 'Introducing Geofilters' 중 스틸컷)
(사진 = 스냅챗의 'Introducing Geofilters' 중 스틸컷)

두 기능은 지역기반 서비스다. 특정 지역에 위치한 사용자들에게만 특정 필터나 스티커가 제공된다. 스냅챗은 샌프란시스코, 로스엔젤레스, 뉴욕, 워싱턴 D.C, 호놀룰루, 런던, 시드니, 상파울로, 파리 등 15개 도시를 표시하는 스티커를 2016년 8월 공개했다.

두 기능은 마케팅 툴로도 사용된다.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특정 필터나 스티커를 제공하는 식이다. 실제로 호주 맥도날드는 ‘맥도날드 지오 필터’를 무료로 공개 고객들이 대화 중에 햄버거를 구매하도록 유도했다.

⑤ 스토리
(사진 = 스냅챗의 'Introducing Our Story' 중 스틸컷)
(사진 = 스냅챗의 'Introducing Our Story' 중 스틸컷)

스토리는 스냅챗 사용자들에게 보내는 ‘공개 메시지’다. 게시물은 올라간 순서대로 공개되며 하루가 지나면 사라진다. 스냅챗 사용자들은 스토리를 가장 많이 애용한다. 2014년 여름, 스토리로 전송된 콘텐츠 수는 메시징으로 오가는 이미지 수를 넘어섰다. 최근 스토리 하루 조회수는 10억회로 집계됐다. 2014년 4월 조회수보다 2배 늘었다. 스냅챗은 스토리의 확장형인 ‘아워스토리’(Our Story)를 내놓기도 했다. 아워스토리는 각자의 영상을 모아 하나의 스냅챗 영상으로 만들어주는 기능이다. 아워스토리는 추후 라이브 콘텐츠인 ‘라이브 스토리스’(Live Stories, 한국명 라이브스토리)로 변경됐다.

⑥ 스펙터클
스냅챗의 스마트안경 '스펙터클' (사진 = Spectacles.com)
스냅챗의 스마트안경 '스펙터클' (사진 = Spectacles.com)

스펙터클은 스냅챗용 스마트안경이다. 스냅챗이 내놓은 첫 하드웨어 기기이기도 하다. 선글라스는 스냅챗 앱과 연동된다. 선글라스 힌지 부분의 촬영 버튼을 누르면 스냅챗 앱으로 바로 영상으로 보낼 수 있다. 선글라스에 장착된 카메라는 실제 시야각과 비슷한 115도 광각랜즈를 사용해, 보다 현실적인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스펙터클 판매용 오프라인 자판기 ‘스냅봇’ (사진 = Spectacles.com)
스펙터클 판매용 오프라인 자판기 ‘스냅봇’ (사진 = Spectacles.com)

스펙터클은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자판기 ‘스냅봇’에서 판매된다. ‘스냅봇’은 미국 전역을 돌며 단 하루만 스펙터클을 판매하는 팝업형태로 운영된다. 2015년 11월에 캘리포니아 베니스 해변에 노랑 풍선을 달고 첫 등장했다.

■ Snap three : 수익모델과 경쟁사

메시징 서비스로 시작했던 스냅은 콘텐츠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미디어 플랫폼 ’디스커버‘(Discover)를 필두로 콘텐츠 마케팅 회사 ’트러플 피그‘(Truffle Pig), 핀테크 서비스 ’스냅캐시‘(Snapcash)를 거느리고 있다. 웹콘텐츠도 직접 제작했다. 스냅은 자체 제작 웹시리즈 ’리터럴리 캔트 이븐‘(Literally Can’t Even)을 디스커버에서 방영하기도 했다.

스냅은 스냅챗 등 각 플랫폼을 통한 광고나 파트너십으로 수익을 낸다. 디스커버에선 브랜드 이미지, 동영상, 유료광고를 사용자에게 노출시키는 형태로 매출을 낸다. 디스커버 광고는 1회 조회마다 10~15% 정도 수익이 발생한다. 지오필터도 수익 창구다. 스냅은 지오필터로 브랜드 마케팅을 집행한다. 2016년 5월 영화 <액스맨 : 아포칼립스> 개봉에 맞춰 모든 렌즈를 <엑스맨>시리즈 캐릭터로 교체했었다.

스토리 기능을 통한 스포츠 생중계도 한 몫한다. 스냅챗은 이미 미디어로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IT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미국의 13~34세 연령층은 같은 사건을 라이브 방송으로 TV보다 스냅챗을 8배 더 많이 이용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스냅챗은 미국 내셔널풋볼리그(NFL, National Football League)와 2015년 9월 파트너쉽을 맺고 일부 게임을 라이브 스토리로 방송했다. 2016년 올림픽 공식 중계사 ‘NBC 올림픽’도 미국에서 스냅챗으로 방송을 내보냈다.

(사진 = Facebook newsroom)
(사진 = Facebook newsroom)

스냅챗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스냅챗 ‘스토리즈’를 닮은 기능을 동일하게 출시했다. 전자는 ‘메신저 데이’를 후자는 이름까지 동일한 ‘스토리즈’를 공개했다. 두 기능 모두 사진과 동영상이 24시간만 공유된다는 점이나 이모티콘을 붙이거나 낙서를 전송할 수 있다는 점이 스냅챗과 유사하다.

뉴욕타임스는 “페이스북의 스냅챗 모방 전략이 거의 완성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했다.

케빈 웨일 인스타그램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스냅챗 베끼기’ 논란에 “IT업계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이달 16일 창업 콘퍼런스 ‘테크크런치 디스럽트’에서 말했다.

국내에선 네이버가 스냅챗과 비슷한 ‘스노우’(Snow)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한국 등 아시아 권에선 스냅챗 이용이 저조하다는 점을 기회로 봤다. 아시아에서 스냅챗은 손으로 화면을 밀어 메뉴를 이동하는 UI, 부족한 언어 지원과 현지화 콘텐츠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풀이된다.

스노우는 스냅챗과 달리 SNS 연동이 된다. 친구등록이 개방적이다. 현지화 전략도 착실히 진행했다. 한국어가 지원되고, 한국인에게 친숙한 테마나 캐릭터 스티커·필터도 제공한다. 스노우는 휘발성 메시지보다는 스티커에 방점을 뒀다. 스티커로 재미, SNS 임프레션, 좋아요, 공유를 노렸다. 또 스노우 필터로 촬영한 사진은 저장할 수 있다.

스노우의 현지화 전략은 통했다. 2015년 출시 후 이듬해 일본과 동남아로 진출했다. 2016년 7월엔 기준 다운로드 횟수 3,000만건을 기록했다. 2016년 10월엔 가입자 6,000만 명을 돌파했다.

송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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