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회사의 사업 종료 선언으로 직장을 잃게 된 푸르밀 직원들이 일방적인 해고 통보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푸르밀 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을 내고 "신준호, 신동환 부자의 비인간적이고 몰상식한 행위에 분노를 느낀다"며 "이에 강력한 투쟁과 생사의 기로에선 비장한 마음을 표출하려 한다"고 말했다.
앞서 푸르밀은 17일 전 직원 약 400명에게 내달 30일자로 사업을 종료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정리 해고를 통지하는 메일을 보냈다.
푸르밀은 메일을 통해 "4년 이상 적자가 누적돼 특단의 대책을 찾아봤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 부득이하게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며 "불가피한 사정에 따라 정리해고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회사 측의 이런 통보에 대해 "소비자 성향에 따른 사업다각화 및 신설라인 투자 등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했으나 안일한 주먹구구식의 영업을 해왔다"며 "모든 적자의 원인이 오너의 경영 무능에서 비롯됐으나 전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불법적인 해고를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그러면서 신준호 회장의 차남인 신동환 대표가 취임해 오너 체제로 전환한 뒤부터 위기가 찾아왔다고 주장했다. 신 대표가 취임한 2018년 15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을 했고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영업손실액은 89억 원, 113억 원, 124억 원으로 점점 불어났다는 것이다.
노조는 회사 정상화를 임금 삭감과 공장 인원 축소를 감내했지만 신 회장의 급여는 그대로였고 심지어 올해 초 퇴사하면서 퇴직금 30억 원까지 챙겨갔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에 대해 "이는 350명 직원들의 가정을 파탄시키며 죽음으로 내모는 살인 행위"라며 "신준호, 신동환 부자를 강력 규탄한다"고 말했다.
또한, 푸르밀의 갑작스러운 영업 종료 통보에 푸르밀에 원유를 공급해왔던 낙농가와 협력업체 직원 약 50명, 화물차 기사 약 100명도 피해를 보게 됐다.
김성곤 푸르밀 노조위원장은 "회사에 정직원 350여명과 협력업체 50여명, 푸르밀에 납유하는 낙농가 50여가구, 제품을 운반하는 화물차 기사들 100여명 등의 목숨이 달려 있다"며 "갑작스런 사업 종료는 각 가정의 식구들까지 합해 몇천 명이 이 겨울에 그냥 나가 죽으란 얘기"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성실하게 직원들과 협의하면서 대책을 마련하고 직원들에게도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직원들, 낙농가, 화물차 기사들이 서울 본사 앞까지 상경해 사업 종료와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집단 시위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푸르밀 노조와 푸르밀에 원유를 납유하는 낙농가, 푸르밀 제품을 운반하던 화물차 기사들이 조만간 집단 시위에 나서기로 했다.
한편, 홈플러스, 이마트 등 푸르밀과 자체브랜드(PB)상품 공급 계약을 맺은 유통업체도 대체 업체 물색에 나섰다.
푸르밀은 '비피더스', '검은콩이 들어 있는 우유', '바나나킥 우유' 등 익숙한 제품을 선보이는 유가공 전문 기업이다. 1978년 롯데그룹 산하 롯데유업으로 출발했다가 2007년 4월 그룹에서 분사했고 2009년 사명을 푸르밀로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