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유연수 기자]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거나 판매한 회사가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다.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업자의 민사 배상책임을 대법원이 처음으로 인정한 결과여서 향후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인 김씨가 제조·판매사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와 납품업체 한빛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9일 확정했다.
앞서 김씨는 2007~2011년 옥시의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다. 그는 2010년 5월 간질성 폐질환 등을 진단받고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왔다.
질병관리본부는 2011년 가습기살균제가 폐 세포를 손상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피해 정도를 1~4등급으로 구분해 지원을 시작했다. 그러나 김씨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 질환 가능성이 낮다며 2014년 3월 3등급 판정을 받았다.
3등급은 가습기살균제 노출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나, 다른 원인 등을 고려할 때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 질환 가능성이 작다는 의미다.
이에 김씨는 2015년 2월 옥시와 한빛화학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그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2심은 "설계상·표시상 결함이 인정된다"며 옥시가 5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의 주성분인 PHMG 입자는 그 크기가 매우 작아 코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포 깊숙이 들어가 침착한다"면서 "그런데도 '아이에게도 안심',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등 문구를 기재했다"며 제조·판매사 측 결함을 지적했다.
옥시와 김씨 측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양측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제조물책임에서의 인과관계 추정, 비특이성 질환의 인과관계 증명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면서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도 없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가습기살균제 사용자가 제조·판매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민사소송 중 첫 상고심 사건 판결"이라며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그로 인한 질환의 발생·악화에 관한 인과관계 유무 판단은 사용자의 구체적인 증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