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 집중됐던 주택가격 상승세가 정부 규제와 세제 부담, 대출금리 상승 영향으로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2026 KB 부동산 보고서'에서 올해 주택시장은 정부 정책과 공급 대책 실행 여부가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5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1.0% 상승하며 3년 만에 상승 전환했다. 다만 상승 흐름은 전국적으로 고르게 나타나지 않았다. 수도권은 3.0% 올랐고, 서울은 7.4% 상승해 전년 상승률 2.0%의 3.7배로 확대됐다. 경기 지역은 1.1% 상승에 그쳤지만 일부 지역에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5개광역시는 1.4%, 기타지방은 0.6% 하락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흐름이 엇갈렸다.
특히 2026년 들어서는 규제 강화 영향으로 매물이 빠르게 늘며 과열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조정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지난 4월 10일 기준 아파트 매물이 2025년 말보다 3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다른 지역의 매물 증가율은 10% 이내에 머물렀다. 서울 강남구는 지난 3월 이후 6주 연속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고, 수도권 전반의 매물 증가 흐름을 감안하면 가격 하락 지역이 더 넓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거래량은 회복됐지만 과거 수준에는 못 미쳤다. 주택 매매 거래량은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95만호 수준이었으나 2022년 이후 3년간 연평균 60만8000호로 줄었다. 2025년 거래량은 72만6000호로 전년보다 13.0% 증가했고, 2026년 2월 누적 기준으로도 전년 대비 34% 늘었다. 다만 매수세가 실수요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어 거래량 증가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시장 전망은 엇갈렸다. KB경영연구소가 부동산시장전문가와 공인중개사를 대상으로 지난 1월과 4월 두 차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4월 기준 시장전문가의 56%는 올해 주택 매매가격 상승을 예상했다. 반면 공인중개사는 상승 전망이 46%에 그쳐 하락 전망이 더 우세했다. 1월 조사에서는 시장전문가 81%, 공인중개사 76%가 상승을 전망했으나 4월 들어 상승 전망이 크게 줄었다. 예상 변동폭도 시장전문가는 0~1%, 공인중개사는 0~-1% 수준으로 크지 않았다.
가격 상승 요인으로는 주택 공급 부족과 공사비 증가에 따른 분양가 상승이 꼽혔다. 반대로 하락 요인으로는 대출 규제로 인한 자금 조달 어려움이 가장 많이 지목됐다. 4월 조사에서는 세금 부담을 하방 요인으로 본 응답도 늘었다. 수도권 매매가격 상승 전망은 시장전문가가 72%, 공인중개사가 66%였으며, 비수도권은 시장전문가 59%, 공인중개사 53%가 하락을 예상했다.
전세와 월세 시장은 매매시장과 다른 흐름을 보였다. 2025년 주택 전세가격은 1.0% 올라 2024년 1.4%에 이어 2년 연속 상승했다. 서울 전세가격은 2.6% 상승했지만 전년 3.4%보다 상승폭은 낮아졌다. 문제는 전세 매물 감소다. 지난 4월 13일 기준 전세 매물은 2025년 말보다 서울 35.0%, 경기 30.8%, 충북 75.9% 감소했다. 2026년 입주물량 감소와 기존 전세 물건 축소가 맞물리며 전세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월세화는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25년 수도권 아파트 월세가격 상승률은 8.0%로 전세가격 상승률 2.5%를 크게 웃돌았다. 전국 아파트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비중은 2026년 1~2월 누적 기준 50.6%를 기록했다. 수도권은 50.7%, 서울은 49.8%였다. 2022년 아파트 월세 거래 비중이 30%대 후반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3년 사이 임대차시장 구조가 빠르게 바뀐 셈이다.
공급시장에서는 분양물량 감소와 청약시장 양극화가 동시에 나타났다. 2025년 아파트 분양물량은 21만7000호로 역대 최고치였던 2015년 51만8000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2021년 37만6000호 이후 감소세가 이어졌고, 2025년 1분기에는 월평균 1만호에도 미달했다. 하반기에는 월평균 2만5000호까지 늘었지만 과거 대비 낮은 수준이다. 전국 청약 경쟁률은 6.8대1로 201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반면 서울은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100대1을 넘었다.
정부 공급 대책도 시장 변수로 제시됐다. 2025년 9월 발표된 공급 대책은 수도권에 2030년까지 총 134만9000호를 공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도별 공급 계획은 2026년 26만9000호, 2027년 24만6000호, 2028년 25만호, 2029년 24만9000호, 2030년 33만5000호다. 공공택지 공급 확대 조기화 37만2000호, 도심지 주택 공급 36만5000호, 민간 공급 여건 개선 21만9000호, 기타 주택 사업 35만5000호 등이 포함됐다.
서울 아파트 수요는 핵심 지역 중심으로 재편됐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2019년 이후 두 차례 상승기를 거쳤다. 2019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이어진 1차 상승기에는 37개월간 37.4% 올랐고, 2024년 6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이어진 2차 상승기에는 15.2% 상승했다. 2차 상승기에는 강남3구와 성동구, 광진구, 강동구 등 주요 지역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서울 전체 거래에서 30대 이하 매수자 비중은 1차 상승기 38.2%에서 2차 상승기 36.0%로 줄었고, 40대 비중은 28.4%에서 32.0%로 늘었다.
비수도권은 바닥론이 나오고 있지만 회복 속도는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2022년 30만7000건까지 줄었던 비수도권 주택 매매 거래량은 2025년 35만건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준공 후 미분양 부담은 여전하다. 5개광역시 미분양 아파트는 2024년 2만1000호에서 2026년 2월 1만7000호로 줄었지만, 같은 기간 준공 후 미분양은 43.2% 증가했다. 기타지방도 미분양은 3만2000호에서 3만1000호로 감소했지만 준공 후 미분양은 1만1000호에서 1만8000호로 65.1% 늘었다.
투자 유망 부동산으로는 아파트 선호가 유지됐다. PB 조사에서 2026년 투자 유망 부동산은 분양 아파트 34%, 신축 아파트 30%, 재건축 아파트 12% 순이었다. 분양·신축·재건축 아파트를 합치면 응답자의 76%가 아파트를 투자 유망 부동산으로 꼽았다. 고자산가의 2026년 투자 유망 자산은 주식 34%, 부동산 23%, 펀드 16% 순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자산 중에서는 일반 아파트 선호도가 41%로 가장 높았다.
상업용 부동산시장은 자산별 온도 차가 컸다. 2025년 상업용 부동산 거래량은 4만3000건으로 전년보다 6.4% 감소했다. 2021년 9만6000건으로 고점을 기록한 뒤 4년 연속 감소세다. 수도권 거래량은 2만4000건으로 3.8%, 비수도권은 1만9000건으로 9.6% 줄었다. 전체 거래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56.5%로 2024년 54.9%보다 소폭 높아졌다. 오피스는 견고한 임대 수요와 우량 자산 선호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이 예상됐지만, 상가는 회복 동력이 부족해 서울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침체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호텔·숙박업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회복을 이끌고 있다. 2025년 4분기 기준 호텔·리조트·모텔·펜션·공유숙박 등 모든 숙소 유형에서 전년 대비 매출이 증가했다. 호텔·리조트는 평균객실단가가 전년 동기 대비 8.2% 상승했고 객실점유율은 3.9%p 개선됐다. 가용객실수익률도 14.9% 높아졌다. 5성급 호텔은 가용객실수익률이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반면 모텔과 펜션은 가용객실수익률이 5%를 밑돌며 숙소 유형별 격차가 컸다.
오피스텔은 서울을 중심으로 회복 신호가 나타났지만 안정적 흐름으로 이어질지는 주택시장 상황에 달렸다. 2025년 오피스텔 전월세 거래량은 27만3000건으로 전년보다 11.4% 증가했다. 월세 거래량은 22.3% 늘어난 반면 전세 거래량은 10.8% 감소해 오피스텔 임대차시장에서도 월세 고착화가 뚜렷했다. 규모별 매매 거래에서는 중형 이하가 11.9%, 중대형이 25.9%, 대형이 33.9% 늘었고, 서울에서는 대형 오피스텔 거래가 84.6% 증가했다.
보고서는 올해 부동산시장이 가격 상승 기대와 조정 불안이 동시에 작용하는 구간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수급 불균형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과 보유세 등 세제 개편 가능성,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 공급 대책의 실제 추진 속도가 매매시장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세·월세시장에서는 매물 감소와 월세화가 구조적 변수로 부상했고, 상업용 부동산은 오피스·호텔 등 우량 자산과 상가 등 부진 자산 간 양극화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