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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심만으론 사회문제 못 푼다”…최태원, ‘새로운 자본주의’ 제안

한승호 기자

기사입력 : 2026-10-12 17:07

12일 서울서 열린 SEWF 첫 ‘에코시스템 리더십 익스체인지’ 기조연설
사회적 가치 측정해 경제적 인센티브로 연결하는 ‘SPC’ 10년 성과 소개
“AI 발전으로 가치 측정 비용 낮출 수 있어…성과 기반 보상체계 필요”
WEF 슈왑재단과 공동보고서도 발간…사회적 가치의 시장·금융 연계 제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2일 서울에서 열린 사회적기업월드포럼(SEWF) 주최 ‘생태계 리더십 교류(ELE)’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사회적가치연구원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2일 서울에서 열린 사회적기업월드포럼(SEWF) 주최 ‘생태계 리더십 교류(ELE)’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사회적가치연구원 제공
[더파워 한승호 기자] 사회문제를 해결한 기업에도 이윤을 낸 기업처럼 경제적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구상이 ‘사회적 기업 지원’을 넘어 시장경제의 작동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사회적 성과를 측정해 인센티브를 지급해 온 10년간의 실험을 이제 시장과 금융 시스템 안에서 작동하는 구조로 발전시키자는 제안이다.

12일 SK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날 서울에서 열린 사회적기업월드포럼(SEWF)의 ‘에코시스템 리더십 익스체인지(ELE)’ 첫 세션에서 "이타심에만 의존해서는 팽창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할 규모를 확보할 수 없다"며 "자발적 동기를 자극하는 정교한 성과 기반 인센티브 시스템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함께 굴러가듯 이윤 추구를 넘어 사회적 가치 창출이 보상받는 ‘새로운 자본주의(New Capitalism)’로의 전환을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이 말하는 핵심은 사회적 가치의 ‘측정’과 ‘보상’이다. 기업이나 사회적기업이 만들어낸 사회적 성과를 화폐 가치로 환산하고, 성과가 클수록 경제적 보상도 커지도록 하면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기업을 늘릴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실험은 이미 10년 넘게 이어져 왔다.

최 회장은 2013년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인 다보스포럼에서 사회성과인센티브(SPC) 개념을 처음 제안했다. 이후 SK는 2015년부터 사회적기업이 창출한 사회성과를 화폐 가치로 측정하고 그 성과에 비례해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최 회장은 이날 SPC를 "국가와 사회의 비용을 줄여주는 일종의 새로운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기존 기업 사회공헌활동(CSR)에 대한 문제의식도 언급했다. 예산을 얼마나 투입했는지, 어떤 활동을 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진 기존 방식과 달리 실제로 얼마만큼의 사회적 성과를 냈는지 측정하고 이를 보상과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 측정에 필요한 비용 문제에는 인공지능(AI)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최 회장은 행복도시락과 행복나래, 사회적기업 MBA, 사회적가치연구원 등 SK가 구축해온 사회적 가치 생태계 지원 플랫폼을 소개하며 "정밀한 가치 측정에 드는 높은 거래 비용은 최근 AI 기술의 발전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논의의 범위는 이제 사회적기업에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넘어 시장과 금융 시스템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8일 세계경제포럼 슈왑재단과 SK가 설립한 사회적가치연구원은 ‘The Impact Economy: Turning Disclosure into Demand’ 공동보고서를 발간했다.

최 회장은 보고서 공동 서문에서 사회적 가치가 실제 경제적 가치와 자원 배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를 인정하고 보상하는 시장의 규칙과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측정된 사회적 가치를 기업 평가와 투자, 자금 배분 등 시장 시스템과 연결하는 ‘임팩트 이코노미’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논의를 국제적으로 공유하는 자리도 한국에서 처음 열렸다.

SEWF와 사회적가치연구원은 12일부터 15일까지 서울에서 첫 ELE를 개최한다. SEWF가 새로 만든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으로, 특정 국가의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현장에서 살펴보고 각국의 경험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첫 개최지이자 학습 대상으로 한국이 선정됐다.

이번 행사에는 15개국 19개 기관이 참여한다. 참가자들은 사회적 가치 보상 체계를 비롯해 사회적경제 관련 정책·입법, 민간 투자와 참여, 국가 차원의 생태계 조성 방안 등을 논의한다.

행사 기간 국회와 공공기관, 기업·재단 등도 방문해 한국에서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사회혁신을 지원해 온 제도와 금융·시장 구조를 살펴볼 예정이다.

최 회장은 지난 10년간 진행한 SPC 실험을 기반으로 사회적 가치가 기업의 비용이나 기부가 아니라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성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회문제 해결과 기업의 이윤 추구가 동시에 작동할 수 있는 시장 구조를 만드는 것이 다음 단계라는 구상이다.

한승호 더파워 기자 hansh1975@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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