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한승호 기자] 같은 바다를 이용하는 해상풍력 사업인데도 주변에 섬이 있느냐, 육지가 가깝느냐에 따라 사용료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지역기업들의 지적이 나왔다. 바다 이용료를 가장 가까운 토지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현행 제도부터 안전관리인력과 외국인 고용, 공장 간이창고 자재기준까지 현장과 맞지 않는 규제를 손봐야 한다는 요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충남북부·화성·울산·여수·대전 등 5개 지역상공회의소 규제간담회에서 발굴한 규제합리화 건의과제 75건을 민관합동 규제합리화추진단에 제출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는 해상풍력 발전시설의 공유수면 점·사용료다. 현행 제도에서는 해상풍력 시설이 사용하는 바다와 가장 가까운 토지가격을 기준으로 사용료를 산정한다.
이 때문에 섬이 많은 서해안과 남해안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섬의 땅값이 적용될 수 있는 반면, 섬이 드문 동해안에서는 육지의 높은 토지가격이 기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울산지역 기업들은 주변 섬의 유무에 따라 사용료가 수십 배 이상 차이 날 수 있다며 해상풍력 사업의 특성과 바다 이용가치를 반영한 별도 산정기준 마련을 요청했다.
안전관리인력 규제도 개선 대상으로 꼽혔다. 석유화학 공장은 위험물 탱크와 고압가스 설비, 보일러 등에 서로 다른 법률이 적용되면서 시설별 안전관리자와 부재 시 업무를 대신할 대리자를 각각 확보해야 한다.
지역 기업들은 한 직원이 여러 자격을 갖고 있어도 다른 법령상 안전관리자나 대리자를 함께 맡을 수 있는 근거가 불명확해 추가 채용 부담이 발생한다고 호소했다. 한 공장장은 "자격증을 5~6개씩 가진 직원을 뽑아도 겸임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전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대리자 겸임을 허용할 근거를 마련해 달라고 건의했다.
조선업 등 외국인력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서는 고용과 정착 요건 완화 요구가 나왔다. 기업들은 2023년부터 한시적으로 확대된 외국인 일반기능인력(E-7-3) 고용허용 비율을 유지하고, 해당 근로자의 배우자가 제조업 중심 지역에서도 취업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혀 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용도의 공장 시설인데도 지자체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자재가 다른 문제도 제기됐다. 공장 간이창고는 건축법 시행령상 천막이나 합성수지를 사용할 수 있고 강판 등은 해당 지자체 조례가 허용해야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강판을 쓸 수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여전히 천막만 허용되는 상황이다. 충남지역 한 기업은 천막이 태풍과 폭설에 취약하고 3~4년마다 교체해야 한다며 500평 규모를 바꾸는 데 1억원 이상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고속·시외버스 차령 연장, 과속방지턱 설치정보 관리체계 개선, 혁신금융서비스 실증과 제도권 전환을 연계하는 절차 마련 등이 건의과제에 포함됐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성장본부장은 "지역은 달라도 인력난과 외국인근로자, 안전관리자 고용 문제는 곳곳에서 반복됐다"며 "여러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는 제도를 고치고, 지역별로 현장에 맞게 풀어가는 규제합리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