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자본시장 투자가 눈에 띄게 확대되는 가운데, 국민들은 미국 시장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로 ‘기업의 혁신성과 수익성’을 꼽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자체 온라인 플랫폼인 ‘소플’(sople.me)을 통해 국민 1,5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미 자본시장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한-미 자본시장 중 미국 시장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54.5%로 국내 시장(23.1%)을 크게 앞질렀다.
국민들이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이유로는 ‘기업의 혁신성·수익성’(27.2%)이 가장 많았으며, 그 뒤를 ‘활발한 주주환원’(21.3%), ‘국내 증시 침체’(17.5%), ‘미국 경제 호황’(15.4%), ‘투명한 기업지배구조’(14.8%), ‘투자자친화적 세제·정책지원’(3.8%) 등이 이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최근 국내에선 이사의 주주이익 보호의무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 등 지배구조 규제 방안이 자본시장 밸류업(가치 제고)의 답처럼 여겨지고 있다”며 “하지만 응답자들은 기업 지배구조보다 혁신성·수익성을 주요 투자 이유로 꼽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향후 미국 자본시장 투자 확대 의향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미국 시장에 대해 ‘투자를 늘리겠다’는 응답이 79.0%에 달한 반면, ‘현상유지’는 15.3%, ‘축소 의향’은 5.7%였다. 국내 자본시장에 대해서는 ‘투자를 늘리겠다’(54.3%)가 과반을 차지했지만, ‘투자 축소 의향’도 19.1%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올해 한-미 주가 전망 역시 미국 주가의 상승 기대감이 국내 대비 더 높았다. 미국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은 79.3%, ‘현상유지’ 14.0%, ‘하락’ 6.7%로 나타났으나, 국내 주가는 ‘상승’(55.2%), ‘현상유지’(22.6%), ‘하락’(22.2%)이었다.
국내 자본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원인으로는 ‘국내기업의 혁신성 정체’(34.6%)가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규제 중심 기업·금융정책’(23.6%), ‘단기적 투자문화’(17.5%), ‘지배구조·주주환원 미흡’(15.4%), ‘금융투자에 대한 세제 등 지원 부족’(6.8%) 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한 우선 과제로는 ‘장기보유주식 등에 대한 세제혜택 도입’(26.0%)과 ‘배당소득세 인하’(21.8%) 등 세제 인센티브 확장을 가장 중요하게 꼽았다. 그 뒤로 ‘주주환원 확대’(17.4%), ‘지배구조 개선’(14.3%), ‘혁신성 향상’(13.7%), ‘기업성장 지원정책’(6.8%) 순이었다.
실제로 미국은 1년 초과 보유한 주식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인하해 장기투자를 유도하고 있으며, 배당소득세 역시 국세 기준으로 0~20% 분리과세로 운영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배당소득과 이자소득 합계가 연간 2,000만 원을 넘으면 근로소득 등 다른 소득과 합산해 최고세율 49.5%(국세+지방세)로 누진과세한다.
한편 정부가 발표한 자본시장 발전방안 가운데서는 ▲ ISA 납입·비과세 한도 확대(31.0%) ▲ 밸류업 우수기업 세제인센티브 도입(28.9%) ▲ 상장기준 강화·좀비기업 퇴출 활성화(20.3%) ▲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19.8%) 등이 주요 과제로 지목됐다. 이 중 ISA 혜택 확대와 밸류업 인센티브는 아직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상태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자본시장 밸류업은 새로운 규제를 늘리는 것보다 기업의 혁신성장을 촉진하고,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에게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국회는 지배구조 규제를 위한 상법 개정이 아니라, 문제가 되는 사안에 한해 ‘핀셋 개선’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논의해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