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최병수 기자] 올 하반기 웨어러블 시장이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확산과 스마트폰 기술의 고도화, 그리고 AI 어시스턴트의 대중화가 맞물리며 새로운 하드웨어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스마트글래스 중심의 웨어러블 기기가 주요 시장 테마로 부상하면서 국내 관련 기업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10일 IBK투자증권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정점을 찍고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새로운 형태의 AI 기반 디바이스에 대한 수요가 주목받고 있다”며 “웨어러블 기기 중에서도 안경형 스마트글래스가 핵심 기기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글로벌 IT 공룡들은 스마트글래스를 차세대 AI 인터페이스로 낙점하고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메타(META)는 레이밴과 손잡고 2021년부터 299달러짜리 스마트글래스를 선보였으며, 올 연말에는 1,300~1,400달러대의 고성능 신제품 '하이퍼노바(Hypernova)'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는 자체 AI 플랫폼 'META AI'를 기반으로 음성 중심의 상호작용을 구현하고, 이를 스마트글래스를 통해 실현할 방침이다.
구글도 2013년 ‘구글 글래스’를 선보였지만 시장 반응이 부진해 2년 만에 철수한 바 있다. 그러나 AI 기술의 고도화에 따라 스마트글래스 시장이 재조명되자 다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구글은 국내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에 1,450억 원을 투자해 지분 4%를 확보했다. 이는 레이밴과 협업한 메타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 디자인 역량을 보완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말 ‘해안(HAEAN)’이라는 프로젝트명을 내건 스마트글래스를 공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삼성으로서는 첫 스마트글래스 출시다.
IBK투자증권은 “스마트글래스 생태계의 등장은 국내 기술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연성회로(FPCB), 통신 모듈, 카메라 등 스마트폰 밸류체인에 있던 기업들이 다시 조명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디스플레이 관련 부품을 공급하는 코스닥 상장사인 사피엔반도체와 라온텍이 수혜주로 부각되고 있다. 사피엔반도체는 Micro LED 기반의 LEDoS(LED on Silicon) 기술을, 라온텍은 LCD 기반의 LCoS(Liquid Crystal on Silicon)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메타의 신형 스마트글래스 하이퍼노바가 디스플레이 기능을 탑재해 출시될 것이란 전망에 따라 두 기업의 기술이 실제 채택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각각의 디스플레이 방식은 장단점이 다르지만, AI 기반 스마트글래스의 핵심 부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하반기 주요 투자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