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유연수 기자]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수출기업 10곳 중 9곳이 버티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하반기 수출은 감소세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가장 큰 수출 리스크로 꼽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10대 수출 주력 업종을 영위하는 국내 주요 수출기업 150곳을 대상으로 ‘2025년 하반기 수출 전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의 92%가 "미국의 관세 인상률이 15%를 넘을 경우 감내하기 어렵다"고 답했다고 11일 밝혔다.
실제 미국 정부가 발표한 대(對)브라질 25% 고율 관세가 오는 8월부터 발효될 예정인 가운데, 국내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하반기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1.6%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종별로는 전자부품(1.3%), 바이오헬스(1.6%) 등 4개 업종은 증가가 예상됐지만, 철강(–5.0%), 선박(–2.5%), 석유화학(–2.2%) 등 6개 업종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감소 이유로는 ‘통상환경 불확실성’(45.6%)과 ‘수출시장 경기 부진’(26.6%)이 주로 꼽혔다.
기업들의 절반 가까이(47.3%)는 올해 하반기 수출 채산성이 작년과 비슷할 것이라 답했지만, 악화될 것이란 응답도 38.7%로 개선 예상(14.0%)을 크게 웃돌았다. 채산성 악화 요인으로는 ‘관세 부담 증가’(44.8%)와 ‘수출 단가 하락’(34.5%) 등이 지적됐다.
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한 대응책으로는 ‘원가 절감’(33.7%), ‘수출단가 조정’(33.2%), ‘현지 생산 확대’(14.7%) 등이 제시됐지만, "마땅한 대응 방안이 없다"는 기업도 14.2%에 달했다.
하반기 최대 수출 리스크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53.3%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이어 ‘글로벌 수요 둔화’(14.0%), ‘미중 통상 갈등 심화’(12.7%) 등이 뒤를 이었다.
정책 지원 과제로는 ‘통상협정 체결을 통한 관세 부담 완화’(37.0%)와 ‘세제지원 확대’(18.7%), ‘신규 수출시장 발굴 지원’(12.6%) 등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한경협 이상호 경제산업본부장은 “미국의 고율 관세와 세계 경기 둔화가 중첩되는 상황에서 단순 원가절감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통상협정 확대와 수출 다변화 등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