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 충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보다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하나증권은 9일 보고서에서 이번 사태로 원유와 가스, 석유제품, 석유화학, 비료 가격이 동반 급등하고 있다며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한 헤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WTI 가격이 배럴당 90.9달러로 35% 상승했고, 아시아 JKM은 94%, 유럽 TTF는 66%, 유럽 디젤 선물은 54%, 아시아 석탄은 16% 각각 급등했다고 짚었다. 정제마진은 배럴당 33.3달러로 전주 대비 21달러 뛰어 약 4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봤다. 납사 가격이 22% 오르면서 에틸렌과 LDPE, PP, EG 등 주요 석유화학 제품 가격도 대부분 20% 안팎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증권은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 지속 기간을 4~6주 수준으로 언급했지만, 이란 내부 권력 구도와 후계 구도 등을 고려하면 긴장이 더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향후 1~2주간의 실질적인 호르무즈 봉쇄가 이어질 가능성이 남아 있으며, 이 기간이 에너지 시장의 ‘골든타임’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원유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고 평가했다. 하나증권은 WTI와 두바이유가 각각 90달러, 100달러를 돌파했다며 현 수준의 긴장 상태가 지속될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기록했던 배럴당 120~130달러 수준까지 시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파이프라인을 통해 일부 우회 수출이 가능하지만, 추가 우회 여력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물량의 13%를 대체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석유제품 시장에서는 정제마진 급등이 두드러졌다고 봤다. 이스라엘 하이파 정제설비와 이란 일부 설비 타격, 중국과 태국의 석유제품 수출 금지 조치 등이 단기 가격 급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중국이 이란산 원유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아 3월 말 이후부터 영향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은 현재 아시아 석유제품 시장의 스윙 프로듀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사태 장기화로 국내 정유사의 가동률이 떨어질 경우 또 한 번 큰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짚었다.
가스와 석유화학 시장도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증권은 아시아 JKM과 유럽 TTF 급등을 언급하며 메탄올 가격도 5~20%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란과 중동은 글로벌 메탄올 생산과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공급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중국의 MTO 가동 중단과 유기실리콘 공급 차질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이 밖에 프로판 공급 차질에 따른 중국 PDH 가동 차질, 중동발 에틸렌 공급 감소 가능성도 제기했다.
비료와 석탄 시장도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요소 수출량의 3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미국 요소 수입가격이 17% 급등했고, 아시아 석탄 가격도 16% 올랐다고 분석했다.
하나증권은 향후 1주 내 전쟁 이슈가 해소되지 않으면 재고 급감과 패닉 바잉으로 추가 가격 급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또 사태가 2주 이상 이어질 경우 글로벌 공장의 점진적 가동 중단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중동 원재료 의존도가 낮고 자체 에너지 생산이나 대체 에너지 사업 역량을 갖춘 기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 연구원은 투자 대안으로 SK이노베이션, S-Oil, 한화솔루션, 유니드를 제시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등으로 원유 조달처를 다변화하고 있고, SK E&S와 SK어스온을 통한 자체 가스전 및 원유·가스 광구를 보유한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한화솔루션은 전통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미국 내 태양광 선호 확대 수혜 가능성을, 유니드는 비료 강세와 캐나다산 염화칼륨 조달 구조의 수혜 가능성을 각각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