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에도 유가 급등·공급망 불안 겹쳐 물가와 투자,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연합뉴스]
[더파워 이경호 기자] 내수와 수출이 완만한 회복 흐름을 이어가던 한국 경제에 3월 들어 중동 전쟁발 충격이 덮치며 하방 위험이 커졌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발간한 ‘경제동향 4월호’에서 우리 경제가 소비와 설비투자, 수출을 중심으로 개선 흐름을 보였지만,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생산과 소비 지표만 놓고 보면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2월 전산업생산은 설 명절 이동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 영향으로 전월 4.7%에서 0.5%로 둔화했지만, 명절 효과를 제외한 1~2월 평균 기준으로는 2.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비스업생산은 3.3%, 광공업생산은 2.3% 늘었고, 반도체 생산은 2월에만 27.1% 급증했다.
소비도 1~2월 평균 소매판매가 2.7% 늘며 완만한 개선세를 이어갔다. 다만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12.1에서 107.0으로 내려가며 체감경기에는 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한국개발연구원
설비투자는 반도체가 버팀목이 됐다. 2월 설비투자는 5.3% 증가해 전월 13.8%보다 증가폭이 줄었지만, 1~2월 평균으로는 9.3% 증가했다. 기계류 투자는 9.1% 늘었고 이 가운데 반도체제조용장비는 40.0% 급증했다. 운송장비 투자도 9.8% 증가했으며 자동차는 36.4% 뛰었다. 건설투자는 여전히 약했다.
2월 건설기성은 1.2% 증가로 전환했지만 1~2월 평균으로는 3.0% 감소했고, KDI는 중동 전쟁에 따른 자재비 상승이 향후 착공 지연과 공사기간 연장으로 이어져 건설투자 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고 봤다.
수출은 반도체와 ICT 품목이 끌어올렸다. 3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8.3% 증가했고, 일평균 기준으로도 41.9% 늘었다. 일평균 수출 기준 반도체는 140.5%, 컴퓨터는 176.6% 급증했고, 유가 상승 영향으로 석유제품도 48.1% 늘었다.
국가별로는 중국 수출이 57.0%, 미국 수출이 40.7% 증가했지만, 중동 수출은 물류 차질 영향으로 51.3% 감소했다. 수입은 13.2% 증가했고, 무역수지는 257.4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KDI는 중동 전쟁에 따른 대외 수요 위축과 통상 여건 악화 가능성을 향후 수출의 부담 요인으로 지목했다.
출처=한국개발연구원
물가와 금융시장은 전쟁 충격에 즉각 반응했다. 3월 소비자물가는 2.2% 올라 전월 2.0%보다 상승폭이 커졌고, 석유류 가격은 -2.4%에서 9.9%로 급등했다. 근원물가도 2.2%를 기록했다.
두바이유 월평균 가격은 1월 배럴당 62.0달러에서 2월 68.4달러, 3월 128.5달러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3월 말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55%로 전월 말 3.04%보다 올랐고, KOSPI는 2월 말 6244.1에서 3월 말 5052.5로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도 1530.1원까지 오르며 1500원대로 올라섰다.
고용은 정부 일자리사업 재개 영향으로 다소 나아졌지만 청년층 부진은 이어졌다. 2월 취업자 수는 23만4000명 늘어 전월 10만8000명 증가보다 확대됐고, 계절조정 기준 경제활동참가율은 64.9%, 고용률은 63.0%로 각각 0.2%포인트 상승했다. 실업률은 2.9%로 전월 3.0%보다 낮아졌다. 그러나 20대 계절조정 고용률은 59.0%에 그쳤고,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과 정보통신업에서 20~30대를 중심으로 취업자 감소가 이어졌다.
부동산 시장은 수도권 상승세가 이어졌지만 열기는 다소 식는 모습이었다. 2월 수도권 주택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42% 올라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지만, 전월 0.51%보다는 상승폭이 줄었다. 서울은 0.91%에서 0.66%로, 강남구는 0.52%에서 0.04%로 상승폭이 축소됐다.
비수도권 매매가격 상승률은 0.06%에 그쳤고,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2만5600호에서 2만7000호로 늘었다. 3월 한국은행 주택가격전망 CSI도 108에서 96으로 하락했다.
대외 환경도 녹록지 않다. KDI는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과 공급망 불안으로 세계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봤다. OECD는 2026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2.9%로 제시했고, 미국은 2.0%, 유로존은 0.8%, 중국은 4.4%로 전망했다. KDI는 결국 전쟁 장기화 여부가 수출과 투자, 물가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