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 시공사 해지 관련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서 제출...코로나 시국에 조합 동의 없이 주민설명회 준비 중
주안10구역 재건축 조감도 [사진제공=주안10구역 주택재개발정비조합]
[더파워=김필주 기자] 인천 주안10구역 주택재개발정비조합(이하 ‘조합’)이 시공사 DL이앤씨(옛 대림산업)와 체결했던 공사도급계약을 해지하면서 양측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조합 측은 DL이앤씨가 지난 6개월여 동안 여러 차례 공사비 증액과 관련해 정확한 산정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DL이앤씨측은 공사비 내역을 이미 설명한 뒤 조합과 합의가 완료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시공사 자격을 박탈당했다고 항변하는 모양새다.
지난 8일 조합 측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임시총회를 열고 ‘기선정 시공사 대림산업(현 DL이앤씨) 공사도급계약 해지 및 해제의 건’에 대해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결과 당시 총회 참석인원 279명 중 195명이 찬성표를 던져 해당 안건은 가결됐다.
그러나 12·14일 두 차례에 걸쳐 조합 이사회가 일부 이사들의 불참으로 무산됐고 19일 열린 조합 대의원회에서도 시공사 선정 방법에 대한 안건이 13 대 17로 부결되면서 조합원 사이에서도 다시 의견의 갈리고 있다.
현재 DL이앤씨는 조합이 자신들을 상대로 한 시공사 해지 절차가 적법하지 않다며 지난 22일 법원에 시공사 해지 관련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DL이앤씨, 시공사 해지 무효화 위해 조합원 물밑 설득?
조합 측은 DL이앤씨가 임시총회 이후 일부 대의원 및 조합원들을 상대로 물밑 설득 작업에 나섰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DL이앤씨 측이 임시총회 이후 조합원들을 상대로 거의 매일 우편물·전화·문자메시지·유인물 등을 보내 설득 작업을 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DL이앤씨가 조합 측 승인 없이 조합원을 상대로 설명회를 개최하려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DL이앤씨 관계자는 “확실치는 않으나 현장 직원들이 일부 대의원들과 조합원들을 접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주말인 30일쯤 전 조합원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기 위해 조합 측에 공문을 보냈으나 아직 회신은 받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조합 관계자는 “DL이앤씨 측이 임시총회 이후 조합원들을 상대로 거의 매일 우편물·전화·문자메시지·유인물 등을 보내 설득 작업을 한 정황이 있다”며 “회사 측으로부터 이번 주말 쯤 설명회를 연다는 공문을 받았으나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대규모 모임이 엄격히 제한되는 점 등을 고려해 설명회 개최를 제고해달라고 답변을 보냈다”고 반박했다.
DL이앤씨 “공사비 증액 내역 모두 설명” VS 조합 “단가·증빙자료 등 구체적 근거 제시 못해”
계약 해지의 주 원인이었던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양측 주장도 사뭇 달랐다.
DL이앤씨 관계자는 “그동안 조합 측과 공사비 증액 부분에 대해서도 수개월간 협의했다”며 “작년 12월 공사비 내역을 합의 완료한 상황이어서 이사회·대의원회에서 수용만 하면 되는데 조합 측이 갑자기 임시총회를 열고 시공사 해지 안건을 처리한 뒤 이를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사비 내역을 제시할 때 두 가지 안을 조합에 제시했는데 조합 측은 상대적으로 더 비싼 안건만 상정했고 이를 조합원들에게 설명했다”고 “특히 그동안 공사비 내역과 관련해 조합과 협의한 사항들을 조합 측이 전체 조합원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조합 관계자는 “작년 6월부터 공사비와 관련해 협상을 시작했고 7월부터 9월까지 6차례에 걸쳐 제안서를 받아본 결과 매번 공사비가 증액되는 상황이 반복됐다”면서 “지난해 10월 12일 이사회·대의원회를 열고 절차에 따라 이날로부터 60일 이후까지 공사비 산정 근거를 보내달라고 회사 측에 최고 통보했으나 아무런 제스처도 없다가 12월 4일에서야 공문만 달랑 1장 보냈다”며 회사 측 주장을 부인했다.
또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려면 단가·증빙자료 등 구체적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회사는 아무 근거 없이 6차례에 걸쳐 터무니없는 금액만 요구했다”며 “예를 들면 아파트 내 설치되는 전자제품의 경우 조합에서 L사로 정하고 모델명까지 알려줬는데 회사 측으로부터 제안서를 받을 때 마다 가격이 계속 올라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조합원을 상대로 한 공사비 내역 설명 여부에 대해서는 “전체 조합원들이 가입한 카페 및 단톡 채팅방 등 SNS를 통해 조합은 그동안 회사 측과 오고간 공사비 제안서 등 모든 문서들을 공개해왔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시공사 해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서 DL이앤씨 관계자는 “법원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며 “향후 대응 방안은 법원 판단 이후 검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조합 관계자는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만약 인용할 경우 이의제기할 방침”이라면서 “지난해 5월 경기도 남양주 한 재건축 조합의 경우 법원이 회사 측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으나 이후 조합이 다시 이의제기해 법원 인용이 잘못됐다는 판결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법무법인 “DL이앤씨, 경쟁 입찰 통해서만 시공사 자격 획득 가능”
최근 조합 측은 임시총회에서 통과된 시공사 해지 안건을 철회할 경우 DL이앤씨가 다시 시공사로 선정되는 것이 적법한지 여부에 대해 대형 법무법인 2곳에 자문을 구했다. 그 결과 2곳 모두 조합 측의 손을 들어줬다.
A법무법인 측은 “귀 조합의 조합원들이 본건 해제 결의를 하고 이를 토대로 본건 해제 통지가 이뤄진 이상 법률상 DL이앤씨와의 본건 도급계약은 해제됐으므로 현재 귀 조합은 시공자가 없는 상태로 볼 수 있다”며 “귀 조합으로서는 시공자 선정을 위해 도시정비법 제29조 제4항에 따라 경쟁 입찰을 진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B법무법인 측은 “DL이앤씨가 재입찰을 거치지 않는 경우 이 사건 계약은 민사적으로 효력이 없고 그대로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 형사적으로 도시정비법 위반 등이 성립할 수 있다”면서 “총회를 열어 DL이앤씨 시공사 해지 안건 결의를 취소·철회하는 안을 가결시키더라도 이는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무효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시정비법상 대의원회는 총회보다는 하위기관에 해당한다”면서 “경쟁 입찰 절차의 개별절차를 조합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총회 의결에 근거해 진행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적법하다”고 자문했다.